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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이며 잠들기 어려운 하지불안증후군 - 김성재 조선대병원 수면센터 교수
야간에 종아리 부위 집중 발생
미네랄·철분 부족 시 위험 높아
유전 가능성 있고 술·담배 영향도
마사지·온열요법 등 증상 완화효과
[건강 바로 알기- 하지불안증후군]
2024년 03월 24일(일) 19:20
조선대병원 김성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자는 동안 다리를 심하게 떠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벌레가 피부 안에서 기어다니는 것 같아요.

#.내 다리들이 뛰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따를 수 밖에 없어요.

#.자리에 누우면 도마뱀 한 마리가 내 다리를 붙잡고 꼭두각시처럼 맘대로 흔드는 것 같아요.

위와 같은 생각이 들었거나 이 같은 말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일반인에겐 괴상하게 들리겠지만, 실제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너무도 생생한 말들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이란=운동 장애의 하나로 잠자리에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는 장애이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대개의 증상들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가 ‘근질거린다’거나 ‘뭔가 기어다닌다’라고 말한다.

쥐가 났을 때 고통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이런 불편한 감각은 대개 종아리 부근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앉아 있거나 가만히 누워 있을 때 심해지며 다리를 쭉 펴거나 이리 저리 움직이면 조금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비슷한 증상을 팔이나 신체 다른 부위에서 느끼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한 때에만 증상을 겪고 어떤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경험한다. 증상이 밤에 생기면 지속적으로 다리를 펴거나 움직이게 되는데, 이로 인해 잠이 들거나 수면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졸음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인해 낮 동안에 자동차나 비행기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하면 오랜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영화관이나 공연장 혹은 사업 회의에서 장시간 앉아 있는 것도 힘들 수 있다. 또한, 수면 부족과 주간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불안이나 우울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환자 대다수가 주기적인 사지 운동 증상을 가지고 있다. 이 증상은 대개 엄지 발가락을 펴면서 발목이나 무릎, 혹은 고관절을 위로 구부리는 운동과 함께 나타나는데 환자들은 이런 증상을 반사 혹은 발차기로 묘사하기도 한다. 주기적 사지 운동은 대개 일정한 간격을 두고 20~40초마다 나타나며, 야간 시간의 전반부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얼마나 흔한가요?=하지불안증후군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남녀 불문하고 어떤 나이대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100명 중 5~15명은 일생에 적어도 한 번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증상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자주 생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하지불안증후군은 임신 중에 악화되는데 특히 마지막 6개월 간 심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80%가 주기적 사지 운동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왜 생기나요?=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들다고 해서 이것이 심리적이거나 감정적인 증상은 아니다. 하지만 학자들도 정확한 원인을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는 도파민이라는 뇌내 화학 물질의 역할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뇌내 도파민 농도를 높이는 약물이 하지 불안 증후군의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진 경우는 ▲낮은 철분 수치 ▲하지의 혈액 순환 감소 ▲척추나 하지의 신경 이상 ▲근육 질환 ▲신장 질환 ▲알코올 중독 ▲몇몇 비타민 혹은 미네랄 부족 등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도 있다. 만약 하지불안증후군이 유전되었다면 다른 가족들도 하지불안증후군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몇 가지 약제들이 하지불안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데 알레르기나 감기 증상이 있을 때 복용하는 일반의약품들이 대표적이며 카페인, 술, 담배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어떻게 진단하나요?=하지불안증후군을 전문으로 하는 수면 전문가나 신경과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현재는 하지불안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는 혈액 검사나 방사선 검사는 없다. 세심한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로 진단을 내리게 된다.

다른 원인으로 인해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혈액 검사나 방사선 검사, 혹은 심야 수면 검사 등의 추가적인 검사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은 특이하기 때문에 비교적 확실히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다음의 증상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1)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욕구가 든다. 2) 다리에 불쾌한 감각이 느껴지고 이를 설명하는 데 다음과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근질거린다, 뭔가 기어다닌다, 잡아 당긴다, 저린다, 전기가 오는 느낌이다. 3) 쉴 때나 움직이지 않을 때, 특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 4) 다리를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5) 저녁 때나 잠자리에서 증상이 심해진다.

◇어떻게 치료하나요?=치료의 첫 번 째 단계는 이와 관련된 질환이 없는지 밝히는 것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철 결핍성 빈혈, 당뇨병, 관절염, 약물의 사용 등이 있다. 이 같은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하지불안증후군 역시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이 기저 질환의 치료 후에도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기도 한다.

가볍고 간헐적인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는 뜨거운 목욕, 다리 마사지, 온열 요법, 얼음 찜질, 아스피린 혹은 다른 진통제, 규칙적인 운동, 카페인 금지 등의 요법으로도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저녁 때 머리를 많이 쓰면 증상이 나아진다고도 한다. 그래서 십자말 풀이를 하거나 보드 게임을 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민간 요법도 듣지 않는다면 전문 의약품을 처방 받아야 한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