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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병원 떠나면 어떡하나”…환자도 보호자도 발동동
광주 종합병원 전공의 집단사직 움직임에 우려 커지는 의료현장
전남대병원 사직 개별선택에 맡기고 조선대병원 94% 단체행동 찬성
일부 “벌써 병원 이송 통보”…“정부·의료계 한 발 물러나 파국 막아야”
2024년 02월 18일(일) 20:05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로비에 환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지역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설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환자와 가족들이 진료 차질과 공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 결국 환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전공의는 각각 320명, 142명으로, 이들의 공백은 병원의 손발이 마비되는 것과 같다.

전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사직·근무 지속에 대한 투표 및 조사 자체를 하지 않았지만, 사직 여부를 ‘개별적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정부의 강경한 입장 탓에 개별적 선택에 맡긴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놨지만,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 80%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 한 점 등을 보면 단체 사직의 움직임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남대 비대위 측은 “사직하는 전공의가 많으면 일시적으로 남아있는 교수와 전임의의 업무 부담이 늘어 날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않도록 인수인계 및 당직표 조정 등 모든 조치가 끝난 후에 사직하도록 공지를 해둔 상태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의 경우 비공식적으로 자체 진행한 조사에서 94%의 전공의가 단체행동에 찬성의 입장을 보였고, 이미 내과 전공의 7명이 개인적 사유 등을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 행동이 현실화하고 있다.

18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전남대·조선대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은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교통사고로 13일 전남대 병원에 입원한 윤윤자(여·65)씨는 ‘환자끼리도 의대증원에 대한 이야기는 쉬쉬할만큼 조심스럽고 걱정되는 문제’라고 귀띔했다.

윤씨는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언제 퇴원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단체로 사직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5일 전남대 병원에 입원한 김동수(63)씨도 “의사에게 1순위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어야 하는데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면 환자는 누가 책임지는 거냐”고 되물었다.

의료공백이 생기면 충실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환자 가족들도 있었다.

남동생이 입원해서 목포에서 올라와 병간호 중이라는 최모(여·59)씨는 “진료공백이 발생해 숙련이 덜 된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일부 환자 가족들은 대학병원이 벌써부터 전공의 집단 사직을 고려해 병원이송을 권유하는 한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 제기하고 있다.

조선대병원에 입원한 환자 보호자 김모(77)씨는 “병원측이 환자와 보호자 상의도 없이 병원 이전을 통보했다”면서 “아내가 염증 치료를 받고 정형외과에 입원한 상태인데 병원에서 이번사태 때문인지 진료가 불가능하니 광주 중형병원으로 옮기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극한대치에서 한 발 물러나 파국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족 면회를 위해 병원을 찾은 김영렬(43)씨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병원 대기시간이 줄어들게 돼 시민들은 좋아할 수 있지만 의사 수를 늘린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증원 이후 교육 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숫자만 늘리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면회차 병원을 찾은 조방현(60)씨는 “소아과와 응급실 등 필수의료 공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갑자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건 의사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니만큼 정부가 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원 환자 보호자인 최은정(여·49)씨는 “의사 수를 늘려도 지금처럼 인기 있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으로 대부분 옮겨가고 산부인과와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들이 진출하지 않을 것 같다.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지역의 모든 의료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