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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사과야 정말 미안해, 사과할게
지난해 작황 부진에 가격 치솟아…정부 수입 고려에 농민들 반발
2024년 01월 21일(일) 19:15
/클립아트코리아
사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국내 대표 과일로 국민의 건강과 입맛을 책임지는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다. 그런 사과가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을 하느니 마느니 이해 당사자 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과 가격이 이렇게 뛴 것은 냉해와 장마, 폭염 피해에 병충해까지 돌았던 탓에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보다 30% 줄었기 때문이다.

1년 새 두 배 오른 사과 가격이 다른 과일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값비싼 사과와 배 대신 감귤에 수요가 몰리면서 감귤 소매가격도 1년 전보다 30% 올랐다.

급기야 정부 당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사과 수입까지 고려하며 미국, 뉴질랜드 등과 수입 절차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과 가격이 폭등하고 올해도 작황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궁여지책으로 꺼낸 카드로 풀이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에 따라 사과 수입이 금지돼 있다. 수입 금지 이유도 궁색한데 외국산 사과를 수입하면 국내에 병해충이 유입된다는 이유에서다. 바나나·키위·포도 등 다른 과일은 수입해도 문제가 없는데, 사과는 병해충 유입이 우려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조금 약해 보인다.

정부가 외국산 사과 수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과재배 농민단체와 과수농협연합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와 한국사과연합회는 ‘정부의 사과 수입 논의를 즉각 철회하라’는 규탄 성명까지 발표하고 나섰다.

사과재배 농민단체 등은 “일시적인 생산감소로 인한 수급 불안을 단기 처방인 수입으로 의존하지 말고 식량 작물이나 축산업에 대한 재해대책에 상응한 재해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과수농가에도 희망을 주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사과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는 것에 공감한다. 사과 재배면적은 지난해 기준 2만4687ha로 과일 재배 면적 가운데 가장 넓고, 지역적으로도 남부지방에서 강원도까지 농가가 분포해 있는 만큼 사과 수입으로 인한 농가의 타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과일과 달리 저장성이 좋은 과일이라는 점도 정부가 사과 수입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인데,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수입 사과가 싼값에 들어온다면 시장을 잠식당할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수입 금지 논리는 국가 간 통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짙고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질 높은 사과 재배로 농가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농가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무엇이 재배 농가와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하게 할 묘책인가 다각도로 논의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가격이 치솟아 팔리지 않고, 수요를 맞추지 못해 수입한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이해되지만, 쌀과 소고기 수입에서 경험했듯이 한 번 연 개방의 문을 쉽게 닫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