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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농부 울리는 ‘가짜 농업인’
직불금 등 노린 농업경영체 증가…농업인 요건 두고 견해차
2024년 01월 14일(일) 20:10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농가 인구감소에도 대도시 농가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가짜 농업인’ 논란이 일고 있다. 신성한 농사에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니 황당한 일이다.

농업, 농촌 및 식품산업이 나아갈 방향과 국가의 정책 방향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을 보면 ▲1000㎡ 이상 농지를 경영·경작 ▲농업경영으로 연간 120만 원 이상 농산물 판매 ▲1년 중 90일 이상 농업 종사 요건 중 하나를 만족하는 경우 농업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가가 규정한 진짜 농업인의 요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농가 인구는 231만 명 정도라고 한다.

가짜 농업인 논란은 역시나 돈 문제에서 비롯됐다. 2020년 공익직불제 도입 이후 직불금과 세금감면 등을 노리고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이들이 생겨났고, 불법으로 태양광발전 우대 혜택까지 받은 파렴치한도 속속 발각되고 있다. 농사를 업으로 삼는 생계형 농업인으로선 이런 상황에 의문과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농산물 작황이나 시세로 속앓이하는 일 없이 맘 편히 ‘취미농사’를 짓는 이들에게도 직불금과 세금감면 등 농업인 혜택이 똑같이 주어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공익직불제를 놓고 벌이는 비위 정도로 가벼이 취급할 수 없을 것도 현실이다.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는 농가 인구 감소라는 총체적 위기 속에서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고 미래농업의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생활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농촌에 터를 잡는 광경은 이미 낯설지 않고, 미래의 희망을 일굴 청년농을 키워내야 하는 상황에서 법률적 잣대를 대고 흑백만을 논하는 것은 신규 농업인의 유입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최근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농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 같은 문제를 공유하고 정교한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본회의에 ‘미래농업 대응 농업·농업인 정의 재정립을 위한 정책방향’ 안건을 상정해 눈길을 끈다. 정책 대상으로 삼을 농업·농업인 기준을 개별법과 제도에서 더 명확이 한다는 전제로 ▲법률상 농업경영체 정의 재정립 ▲수직농장·푸드테크 등 다양한 농업방식을 농업범위에 포함 ▲영농 미정착 청년·신규 귀농인 등에 대한 인정 기준 마련 ▲농외소득 개념 재확립 ▲농업인 사업자등록 활성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농업의 범위·분류 체계 개선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구체화하면 농업직불금을 받는 농업경영체는 단순히 농업·농촌 기본법상의 농업인이 아니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새로 정하는 요건을 만족하는 경영체로 정비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 과정에서 가짜 농업인 논란을 낳는 직불금 불법지대와 농외소득이 연 3700만 원을 넘거나 농지가 아닌 초지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이유 등으로 직불금 수령 대상에서 제외된 사각지대도 가리는 논의도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참에 사람과 기술·환경이 빠르게 변화는 농촌의 현실에 맞는 농업·농업인에 대한 개념 정의가 이뤄지길 바라며, 가짜 논란을 해소할 변곡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