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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나라의 ‘라라랜드’…LA 전체가 거리의 미술관
랜드마크가 된 미술관들 <9>
‘더 브로드’ 미술관
사업가 엘리&에디트 브로드 부부
50년 수집 2000여점 컬렉션
전시장 입구 제프 쿤스 ‘튤립’ 눈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가로등 202개 ‘어반라이트’ 아이콘
2023년 11월 16일(목) 19:35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야외마당에 설치된 마이클 하위저(Michael Heizer )의 ‘공중에 떠있는 바위’(Levitated Mass). 높이 6.55 m, 무게 340t에 달하는 거대한 조형물은 미술관에 입장하지 않아도 누구나 돌 아래를 거닐며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의 아이콘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는 연중 미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할리우드의 본고장 답게 미국의 문화·엔터테인먼트 수도로 불리는 LA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근래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불리는 곳은 100여 개의 미술관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미술관인 게티 센터(본보 11월 15일자)를 비롯해 서부의 보석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와 LA현대미술관(MOCA), LA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더 브로드’(The Broad)가 바로 그 현장이다.

LA 다운타운의 그랜드 애비뉴(Grand Ave)에 가면 ‘신기한 나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자랑하는 미술관과 공연장들이 경쟁하듯 나란히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벌집 모양의 화이트 건물인 더 브로드 미술관, 붉은 벽돌색의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MOCA, 물결 모양의 역동적인 곡선이 인상적인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까지 저마다 특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낡은 건물과 난립한 간판 등으로 칙칙한 LA 도심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LA의 그랜드 애비뉴에 자리한 ‘더 브로드’(The Broad) 미술관은 벌집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건축미가 인상적이다.
가장 먼저 관광객의 시선을 빼앗는 건 압도적인 스케일의 ‘더 브로드’ 미술관이다. 마치 벌집을 엎어 놓은 듯한 건물은 그랜드 애비뉴를 지나는 이라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만큼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총 면적이 3370평으로 전시공간만 1700평이나 된다. 근래 LA 관광객들 사이에 반드시 가봐야 할 1순위로 떠오른 데에는 범상치 않은 건축미가 한몫한다.

더 브로드가 그랜드 애비뉴에 들어서게 된 데에는 지난 2015년 부동산 개발로 슈퍼리치가 된 자선사업가 엘리 & 에디트 브로드(Eli &Edythe Broad) 부부의 공이 크다. 엘리 브로드는 영화와 오락의 도시로 잘 알려진 LA를 글로벌 문화도시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현대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50년간 수집한 2000여 점의 컬렉션을 내놓았다. 또한 LA 시민들이 언제든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3층 규모의 미술관을 짓는 데 소요되는 건축비 1억4000만 달러(1852억)도 쾌척했다.

브로드 부부의 미션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회사 ‘딜러 스코피디오(Diller Scofidio)와 렌프로’(Renfro)는 현대미술을 품은 공간으로 설계하기 위해 ‘장막과 납골당’(Veil and Vault)라는 콘셉트를 내걸었다. 건물 외벽을 유리섬유 강화콘크리트로 마감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내부는 전시장과 서비스의 두 공간을 관람객의 동선에 맞춰 디자인 한 것이다. 마치 장막을 걷어내고 화려한 예술의 세계에 들어가는 느낌을 경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에 들어서면 순백의 건물 외관과 달리 어둡다. 콘셉트인 ‘Vault’에서 짐작할 수 있듯 1층이지만 지하 동굴에 내려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어두운 미술관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유리섬유 강화콘크리트로 지어진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자연 채광에 눈이 번쩍 뜨인다. 바로 더 브로드의 메인 공간인 전시장이다.

더 브로드’는 제프 쿤스의 ‘튤립’을 비롯해 앤디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현대미술의 거장 작품 2000 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거대한 튤립이 탄성을 자아낸다. 미국의 블루칩 작가 제프 쿤스(Jeff Koons)의 ‘튤립’(1995~2000년 작)으로 마치 풍선을 연상케 하는 ‘블링블링한’ 튤립 7송이가 관람객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은빛의 ‘토끼’와 파란색의 ‘풍선 개’, 황금빛 ‘마이클 잭슨과 버블’도 별도의 공간에 전시돼 현대미술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더 브로드가 관광객들의 ‘성지’로 자리잡은 건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컬렉션 덕분이다. 앤디 워홀, 신디 셔먼, 에드 루샤,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헤링, 장 미셸 바스키아 등 스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관 첫해 85만 명이 다녀간 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년 90만 여 명이 다녀가는 글로벌 관광지로 부상중이다.

‘더 브로드’ 미술관의 맞은편에 자리한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전경.
더 브로드에서 나오면 도로 맞은편에 또 하나의 명품 미술관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979년 개관한 LA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rorary Art, MOCA)이다. 더 브로드가 탄생하기전까지 상대적으로 뉴욕에 비해 생소한 현대미술을 LA 시민들에게 전파한 산증인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현대미술작가 잭슨 폴락에서부터 몬드리안, 루이즈 네벨슨, 클래스 올덴버그 등 194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컬렉션의 스펙트럼이 방대하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다운타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윌쇼가에 있는 LACMA도 둘러봐야 한다. 아니 LA의 아트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다. 게티미술관, MOCA와 함께 LA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LACMA는 예술의 메카인 뉴욕에 맞서기 위해 지난 2008년 문을 연 미 서부 최대 주립미술관이다.

LACMA에 도착하면 주변에 늘어선 야자수와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건물 외관이 눈에 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작품이어서인지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벽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모던함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LACMA의 진가는 인류의 6000년 예술적 표현을 담은 15만2000여 점의 컬렉션에 있다. 특히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컬렉션을 한곳에 모은 전시장에서부터 미술관 입구에 설치한 크리스 버든의 야외 조형물 ‘어반 라이트’(Urban Light), 야외마당의 대지 미술가 마이클 하위저의‘공중에 떠있는 바위’(Levitated Mass)는 관람객 120만 명을 끌어 들이는 일등공신이다. 특히 지난 2008년 개관과 동시에 선보인 ‘어반라이트’는 1920년대와 1930년대 LA시 가로등 202개를 복원해 만든 작품으로, LACMA의 심볼이자 LA의 랜드마크가 됐다. 또한 지하에 자리한 한국관에는 다양한 그림과 서화 등이 전시돼 한국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들 미술관을 지나는 LA 곳곳에는 거리를 캔버스 삼아 그린 역동적인 그래피티(graffiti)를 덤으로 만날 수 있다. 그랜드 애비뉴와 리틀 도쿄(Little Tokyo)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아트 디스트릭트(Arts District)에는 개성 넘치는 벽화들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의 LA는 도시 전체가 ‘거리의 미술관’이다.

/LA=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