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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소봉대 -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9월 26일(화) 22:00
최근 정치권의 ‘침소봉대’(針小棒大)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작은 일을 크게 불려 떠벌리는 것을 침소봉대라고 한다. 정치권의 침소봉대는 정치적으로 일정한 효과를 얻기 위해 고의로 부풀려 확대 해석해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우선 홍범도 장군의 육사 흉상 이전과 관련해서 보면 국방부와 여당은 ‘자유시 참변 연관’ ‘소련 공산당 가입’이라는 점을 과장해 대대적인 이념 공세를 폈다. 하지만 당시 독립군과 소련의 공동의 적은 일본이었고, 힘을 합쳐 일본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는 역사적 상황이나 배경 등 홍 장군의 업적은 뒷전이었다. 역사학자들은 이를 놓고 “홍 장군을 자유시 참변 ‘가해자’라고 보는 건 침소봉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 전에 있었던 이른바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을 계기 삼아 진보성향 언론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점도 침소봉대의 하나로 여겨진다. 당시 인터뷰를 보도했던 기자들을 경찰에 고발했고, 이로 인해 일부 언론사는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곤란을 겪었다. 대선 투표 사흘 전에 나왔던 이 인터뷰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국민주권 찬탈 시도’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기도’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며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여기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마저 주장하고 있다.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과거 정부 시절 민주당이 추진했을 때, 국민의힘이 명운을 걸고 반대했던 제도이다. 똑같은 제도인데, 이제 집권하니까 꼭 필요하다는 주장은 내로남불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언론계와 야당에서는 여당과 정부가 소수의 사례를 전체의 상황인 것처럼 확대 해석해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에 재갈 물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이슈를 만들어 선점하는 정치적 행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작은 일이나 소수 사례를 놓고 마치 뭐라도 일어날 것처럼 부풀려 국민들을 선동한다면 ‘삼류 정치’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요즘 우리 정치권의 모습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cki@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