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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결 압박이 역풍 불러…친명·비명 갈등 고조
이재명 대표 체포안 가결 후폭풍…지도부 안이한 대처도 한몫
법원 영장 발부 여부 촉각…광주시·전남도당 항의전화 빗발
2023년 09월 21일(목) 19:33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당초 부결 예상을 깨고 가결됐다. 정치권의 이목은 이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라 민주당은 당분간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첨예한 갈등 양상이 표출되는 등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전망이다. 또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추석 민심이 어떠한 흐름을 보일 것인지도 주목된다.

2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은 당초 부결 전망이 우세했다.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 항쟁’을 선언하며 20일 넘게 단식을 이어감에 따라 당내에 동정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탈표가 많아야 10표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 20일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번복하며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부결을 요청한 것이 비명계의 실망감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과 관련, 아무 말을 하지 않거나 의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냈다면 가결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 비명계 인사는 이날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단식 투쟁중인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민주당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안위에 집착하는 듯한 메시지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친명 그룹의 압박도 오히려 비명 그룹의 반발을 불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선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오면서 원외 친명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측에서 “가결표를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비명계를 압박한 것이 상당한 반감을 부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 대표 강성 지지 당원들이 체포동의안 부결 인증 사이트까지 만들면서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 ‘총선 살생부’ 논란을 빚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내 지도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탄’의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체포동의안의 확실한 부결을 위해 의원총회 등을 통해, 사실상 당론과도 같은 총의를 결집시켰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문병차 방문한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당을 통합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으나 비명계 의원들의 가결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은 당분간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전망이다. 당장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민주당의 친명 그룹과 비명 그룹 간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SNS를 통해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를 했다는 ‘수박(비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비하 표현)명단’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차기 총선 출마에 나설 예정인 일부 원외 인사들은 이번 결과를 고리로 현역 국회의원 교체론을 강하게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당내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서 많이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긴급하게 모여서 앞으로의 상황과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호남 민심이 체포동의안 가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도 주목된다.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이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에는 체포동의안 가결에 항의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남 민심이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내년 총선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라 정치권은 이 대표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사법리스크 정국에 분수령이 되는 것은 물론 차기 총선 지형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민주당은 지도부 구성 등을 놓고 격랑에 빠질 전망이다. 반면, 이 대표가 불구속 기소된다면 당내 비명계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것은 물론 사법리스크에 기대어 왔던 정부·여당도 정치적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라 법원은 국회에서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체포동의안을 다시 송부받은 뒤 조만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정한다.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하게 되며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된다면 법원이 22일 기일을 정하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열릴 수 있다. 다만 단식으로 인해 악화된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심사 일정은 늦춰질 수 있다. 단식으로 인해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하지 않고 법원의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영장심사는 피의자 본인이 포기 의사를 밝히면 서면으로 심리가 가능하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