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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의 등불과 프로메테우스의 불-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2023년 08월 28일(월) 00:15
“이렇게도 사람이 없는가”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고, 사람다운 사람이, 사람다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것인가. 한낮에 등불을 들고 사람을 찾아다녔다는 그리스 현인 디오게네스의 이야기가 사무친다. 디오게네스의 ‘사람 찾기’는 어느 곳, 어느 때를 막론하고 사람다움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이 속뜻을 짚어 읽으면 사람이란, 사람다움을 지킴으로써 비로서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사람다움’은 함께 사는 세상과 관계 속에만 시작되고 완성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사람을 만든 신은 프로메테우스다. ‘미리 아는 자’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이 신은 물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떠서 사람을 만들었다. 프로메테우스는 한때 제우스를 중심으로 신들의 새로운 제국을 세우기 위해서 함께 싸운 일등 공신이었다. 아직 신들의 체계가 제대로 세워지기 전의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각자의 역할과 분배를 하고 능력이 나눠지는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제우스가 불을 가장 신성하고 중히 여겨 불을 독점하면서, 특히 사람이 불을 다루는 것을 금했다. 불은 신성한 것이고, 불완전한 사람에게는 애초부터 가당치 않은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 일을 프로메테우스는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불을 훔쳐서 사람에게 준 것이다. 그러니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를 그냥 둘 리 없다. 불을 훔쳐서 나눠준 것에 대한 벌로 프로메테우스를 절벽에 묶어두고 독수리에게 날마다 새로 돋아나는 간을 쪼아먹게 했다. 사실 프로메테우스는 신 중의 신, 제우스의 응징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기에 행한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왜 신이면서 사람의 편에서 기꺼이 섰을까? 예술가와 작가들의 시선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제우스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람의 편에 선 이유는 제우스의 부당함과 사람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이 모습에서 예술가들은 잘못된 권력에 맞서 자기 존엄성을 지키려는 사람다움을 보았다. 특히 독일의 작가 괴테(1749~1832년)가 그러했다. 괴테는 프로메테우스를 사람의 전형으로 보는데 ‘프로메테우스 시’에서 절대권력을 탐하는 제우스를 거세게 질타한다. 무능하고 못나 빠져서 차려주는 밥상이나 차지하려 한다고 비웃는다. 그 시의 한 구절이다. “신들이여 태양 아래서 너희들보다 가련한 존재는 없으리라. 너희는 쩨쩨하게도 희생물로 바친 제물이나 기도의 한숨으로 너희 위엄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괴로움을 가볍게 해 주었던 일이 있었던가. 그대는 한 번이라도 고뇌로 몸부림치는 인간의 눈물을 씻어 준 일이 있었던가.”

괴로워하고 울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때로는 나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사는 것을 거부하는 존재가 또한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다움의 본질이 저항으로 지배당하기를 거부하고, 행위로써 가치있는 삶을 실현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이는 프로메테우스의 불 훔치기를 통해서 형상화된다. 뭐든 마음대로 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신들보다 고뇌하고 괴로워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으로 사는 삶을 더 가치 있다고 말한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어둠을 밝히는 힘으로서의 지성, 지혜, 합리적 사고능력에 대한 비유다.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권력남용에 대한 저항은 사람의 자긍적 표현이자 자유의지의 실현이다. 신화를 사람의 이야기, 사람을 위한 이야기로 읽는 이유다.

자존심도 염치도 없이 엎드려 감읍할 줄만 아는 이 시절의 궁핍이 참 부끄럽고 부끄럽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알렉산더 왕이 직접 찾아와서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하자, 햇볕이나 가리지 말라며 일갈한 디오게네스의 자존심을 생각한다. 디오게네스의 자존심과 프로메테우스의 불 훔치기의 용기를 되새긴다. 그 이유는 ‘어디 사람 없느냐’는 탄식이 여전히 사람 찾는 희망의 소리, 사람다움을 지키려는 의지 표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