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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을 보존하며 아름답게 사는 삶-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2023년 08월 14일(월) 00:00
“부자가 천당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라는 성경의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교훈이다. 그래서 ‘부자’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하고 반갑게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유교가 가장 영향력 있는 역할을 했던 조선시대, 가난한 선비에 대한 존경과 숭배는 보편적이었지만 ‘부자’에 대해 좋게 말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시대는 변했고 세상은 바뀌어 부자에 대한 개념도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바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란 부자이기 위한 경쟁 사회이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은 18년간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 살며 편지를 통해 아들에게 많은 교훈을 내려주었다. 교훈 중의 하나가 바로 재물(財物)을 오래 보존하면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세상에 옷이나 음식, 재물 등은 부질없고 가치 없는 것이다. 옷이란 입으면 닳게 마련이고 음식은 먹으면 썩고 만다. 재물 또한 자손에게 전해준다 해도 끝내는 탕진되고 만다. 다만 몰락한 친척이나 가난한 벗에게 나누어준다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두 아들에게 보여준 가계(‘家誡’)라는 말을 앞세우고 왜 그렇게 되는가에 대한 실증적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산은 “천하의 부자 의돈이 창고에 감춰둔 재물은 흔적도 없지만 자선가 소부(疏傅)가 황제에게서 하사받은 황금을 친구들에게 나눠준 일은 지금까지도 전해온다…”라고 말하여 그러한 실례를 쭉 나열하여 남에게 나눠주고 베풀어준 재물은 영원히 보존된다는 진리를 거듭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왜 그런가에 대한 기막힌 답변까지 이야기하였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형태가 있는 것은 없어지기 쉽지만, 형태가 없는 것은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 재물을 쓰는 것은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고, 자기 재물을 남에게 베푸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질로써 물질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닳아 없어질 수밖에 없지만, 형태 없는 것으로 정신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변하거나 없어질 이유가 없다. 무릇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는 남에게 베풀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같은 곳)

이런 내용을 정밀하게 읽어보면, 부자도 천당에 들어갈 수 있고, 부자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일은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자라도 남을 도와주고 가난한 사람에게 재물을 베풀어준다면, 정신적인 향락을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원토록 재물은 보존되고 겸하여 꽃다운 이름도 천년 뒤까지 남길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역시 세상은 변하고 시대는 바뀌고 있다. 유독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사회가 우리나라인데, 근래에는 그런 것도 많이 변하면서 기부천사들이 나오고 그 높은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따뜻하고 아름답게 베풀고 사는 삶이 존경받는 시대로 가고 있다.

올해 초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세상의 화젯거리라는 보도가 나와 그 어른의 기부하고 베풀고 사는 삶이 조명되면서 자본주의가 아름답게 꽃피워 비난에서 벗어나는 화제로 바뀌었다. 그 어른은 79세에 은퇴하며 재산을 온통 뜻 깊은 일에 기부하여 큰 칭찬을 받았다. 사천과 진주에서 한약방 경영으로 재산을 모아 천년토록 꽃다운 이름을 전할 베품의 삶을 살았다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물질을 물질로 사용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사용해 영원토록 존재할 재물을 보관한 셈이니 다산 선생의 지혜를 그대로 활용한 어른이었다.

우리 광주에도 자랑할 만한 어른이 살아계심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올해 94세로 ‘서산콘크리트’라는 중소기업을 경영해 성공한 사업가다. 재물에 욕심을 버리고 여유분의 모든 재산을 어렵고 가난한 이웃들이나 학비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베풀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진주의 어른 못지않게 칭찬을 받아야 할 우리 시대의 어른이다. 염홍섭 회장이 바로 그 어른이다.

재물이란 언젠가는 없어지게 마련이다. 영원토록 보존할 방법은 오로지 남에게 베풀고 어려운 사람을 구제해주는 일뿐이다.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각박한 부자들, 손을 넣어줄 곳은 많은데 기부문화 활성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 이래서 염 회장의 아름다운 삶이 더욱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