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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반 우려반 ‘오페라하우스’
2023년 05월 23일(화) 18:55
‘대구에서는 주부들의 곗날 모임에 오페라 관람이 빠지지 않는다’. 몇 년 전 입소문을 통해 전해 들은 대구의 오페라 신드롬이다. 진원지는 다름 아닌 대구오페라하우스. 지난 2003년 ‘오페라 지방화’를 내걸고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오페라 전용 단일극장으로 개관한 곳이다.

사실, 대구의 ‘오페라 사랑’은 유명하다. 오페라하우스 개관을 기념해 창설한 대구오페라축제와 2007년 탄생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를 통해 매년 전국의 공연애호가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지난 20년간 무대에 올린 오페라 작품은 모두 219편(501회 공연), 동원 관객만 60만 명에 이른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지난해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17년 만에 공연해 존재감을 뽐낸 여세를 몰아 ‘2023년 국제오페라축제’개막작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살로메’(10월 6∼7일)를 국내 초연하기로 한 것이다.

대구가 오페라 도시로 불리게 된 데에는 시민들의 남다른 가곡 사랑이 있다. 현재 대구에는 40여 개의 가곡교실이 있으며 2000여 명의 시민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우리 가곡이나 외국 가곡을 배우고 노래한다. 특히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대구 가톨릭대, 대구예술대 등 5개 대학의 음악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적 인프라는 도시의 큰 자산이다. 여기에 1000여 석이 넘는 공연장이 7개이고, 1992년 전국 최초로 창단된 시립오페라단을 보유하는 등 풍성한 공연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같은 탄탄한 인프라와 높은 티켓파워 덕분에 대구는 ‘공연예술 중심도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라는 화려한 타이틀도 얻었다.

하지만 ‘오페라 도시’에게도 고민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난제는 예산이다. 한해 평균 30억 원(작품 한 편당 6억 5000만원)으로 경쟁상대로 꼽히는 국립오페라단의 100억 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또한 1년에 100회 이상의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지만 열악한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곧 낮은 가동률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관객들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최근 광주시가 전문예술극장 ‘오페라 하우스’를 건립하기로 하고 상반기 중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문화도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정상급 수준의 뮤지컬, 오페라 등 대형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전문 공연장이 부재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시민들의 수준높은 문화향유를 위해 공연 장르에 최적화된 ‘무대’를 건립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오페라하우스에 담을 콘텐츠다. 공연장을 가동시키려면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불러 모아야 하는 데, 예산부족으로 레퍼토리가 바꾸지 않으면 롱런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오페라하우스’ 카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공연장을 만드는 건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운영은 그 보다 몇배 이상의 비용이 꾸준히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시 산하에 8개의 예술단을 거느리고 있는 광주시가 관객층이 얕은 ‘특정 장르’(오페라)에 매년 수십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광주시의 면밀한 검토와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