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줄 -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군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방법에는 임관 사령장, 신분증, 전역증 등이 있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계급과 상관없이 통용되는 신분증은 흔히 군번줄로 불리는 ‘인식표’ 하나뿐이다. 군번줄이 ‘전사(戰士)의 신분증’이라 불리는 이유다.
유래는 로마 병사들이 가죽으로 된 작은 띠에 이름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담아 목에 걸고 다녔던 ‘시그나쿨룸’이다. 서기 295년 테베스테의 막시밀리아누스는 로마군에 징집되자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다 체포돼 시그나쿨룸을 받아들이든지 죽음을 택하라는 종용을 받았다. 그는 결국 시그나쿨룸을 거부하고 참수형을 선택해 기독교 순교자로 남았다.
군번줄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미국 남북전쟁 때다. 대량 살상무기의 등장으로 62만 명이 전사했는데도 신원 확인률이 58%에 그치면서 장병들이 스스로 버클 등에 개인정보를 새겼고 발빠른 사업가들이 상업화했다. 1870년 프랑스와 프러시아 사이에 ‘보불 전쟁’이 벌어지자 프러시아 군이 정식으로 ‘훈데마르켄’(Hundermarken)이라는 인식표를 지급했다. 개 목걸이라는 뜻으로, 현대식 군번줄로 불리는 ‘도그 태그’(Dog Tag)의 전형이다. 이후 1차 세계대전때 영국, 캐나다 등 각국이 도입하면서 일반화됐다.
국내에선 한국전쟁 당시 숨진 군인들의 신원 확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남북 합의에 따라 2018년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내 화살머리 고지에서 처음 유해 발굴이 이뤄졌는데 한국 군인과 프랑스 군인이 군번줄로 신원이 확인돼 65년만에 유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말 육군이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22년 군번’ 4916명에게 ‘23년 군번’을 부여하는 잘못을 저질러 논란이 됐다. 입대일 기준으로 정해지는 군번을 실수로 수료일 기준으로 설정했다는 것인데 이후 조치가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장병들은 배치된 부대에서 후임과 선임병을 놓고 다툼이 일고 전역 후 군인 적금 등에서 피해 가능성이 있는데도 육군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번도 제대로 못 달아 주는 군 지도부를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
유래는 로마 병사들이 가죽으로 된 작은 띠에 이름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담아 목에 걸고 다녔던 ‘시그나쿨룸’이다. 서기 295년 테베스테의 막시밀리아누스는 로마군에 징집되자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다 체포돼 시그나쿨룸을 받아들이든지 죽음을 택하라는 종용을 받았다. 그는 결국 시그나쿨룸을 거부하고 참수형을 선택해 기독교 순교자로 남았다.
지난해 말 육군이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22년 군번’ 4916명에게 ‘23년 군번’을 부여하는 잘못을 저질러 논란이 됐다. 입대일 기준으로 정해지는 군번을 실수로 수료일 기준으로 설정했다는 것인데 이후 조치가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장병들은 배치된 부대에서 후임과 선임병을 놓고 다툼이 일고 전역 후 군인 적금 등에서 피해 가능성이 있는데도 육군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번도 제대로 못 달아 주는 군 지도부를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