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지난 2020년 4월부터 6월에 걸쳐 방영됐던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드라마가 있다. 풋풋했던 첫사랑의 시절이 지나고 다시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학생운동을 했지만 탐욕스러운 사업가로 변신한 남자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자가 중년에 이르러 재회한다는 내용이다. 식상하지만 멜로적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는 눈부신 햇살, 흩날리는 벚꽃 등의 영상미로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00년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제목도 ‘화양연화’다. 두 남녀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을 그린 영화는 같은 날 동네로 이사를 온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은 자신들의 넥타이와 가방이 각자 배우자의 물건과 같다는 것에서 자신들의 배우자들이 깊은 관계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두 남녀의 만남은 서로의 상처에 대한 위로라는 측면보다는 사랑의 본질을 생각하게 했다.
최근 1975년 광주에서 창립된 고교생 시조 동인회인 전남학생시조협회가 시집 ‘다시, 화양연화’을 펴냈다. 이들은 결성 이듬해인 1976년 ‘토풍시’라는 동인지를 발간하며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서시 ‘토풍시송’에는 “전라도 한 하늘인 걸 우리 얼만 담는다”라는 귀한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4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홍안의 소년소녀들은 60, 70이 넘은 초로의 시인들이 되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시집 발간을 기념하기 위해 지도 교사였던 송선영 시인과 선후배 시인들을 모시고 시담(詩談) 형식의 출판기념회를 가진 것. ‘토풍시 47년만의 약속’이라는 작품집 부제는 시집 제목인 ‘다시, 화양연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당시의 아름답고 빛나던 시절을 소환한다는 것은 오늘의 삶의 주인으로서 그리웠던 순간과 마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화양연화는 자구(字句)가 환기하는 이미지 덕분에 다양한 문화에서 카피로 차용된다. 카페나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 공간의 명칭으로도 쓰인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한때가 있었을 것이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절정의 순간이 다를 뿐 분명 아름다운 시절은 오기 마련이다. 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였던가.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skypark@kwangju.co.kr
최근 1975년 광주에서 창립된 고교생 시조 동인회인 전남학생시조협회가 시집 ‘다시, 화양연화’을 펴냈다. 이들은 결성 이듬해인 1976년 ‘토풍시’라는 동인지를 발간하며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서시 ‘토풍시송’에는 “전라도 한 하늘인 걸 우리 얼만 담는다”라는 귀한 뜻이 담겨 있다.
화양연화는 자구(字句)가 환기하는 이미지 덕분에 다양한 문화에서 카피로 차용된다. 카페나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 공간의 명칭으로도 쓰인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한때가 있었을 것이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절정의 순간이 다를 뿐 분명 아름다운 시절은 오기 마련이다. 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였던가.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