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청년의 사죄 - 송기동 예향부장
“광주의 오월이었습니다. 거리에선 시위가 한창이었고, 그때 전… 진압군으로 투입되었습니다. 시민들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저의 총이 불을 뿜었습니다. (회상하듯) …흰 옷에 붉은 피가… (단호히) 전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1989년 2월 첫 상영된 16㎜ 영화 ‘황무지’(감독 김태영). 주인공 ‘의기’(조선묵 분)는 신부를 찾아 고해성사를 한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기지촌에 들어와 생활하던 그의 정체는 극 후반부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그리고 그는 광주 망월동을 찾아 “죽음으로 당신들의 영전 앞에서 사죄하나이다” 외치며 분신한다.
1989년 16㎜ 영화 ‘오! 꿈의 나라’(장산곶매 제작)와 ‘황무지’, 1990년 35㎜ 영화 ‘부활의 노래’(감독 이정국) 등 젊은 영화인들에 의해 ‘80년 5월 광주’를 다룬 장편영화가 제작됐다. 당국은 공륜 심의 위반 등을 내세워 제작자를 영화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등 온갖 탄압을 가했다. 하지만 1980년 5·18 민중항쟁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거센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4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며 영화처럼 ‘양심고백’을 하는 군인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한 공수부대원은 지난 2021년 3월 유가족을 만나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며 큰절과 함께 사과했다.
지난달 31일에는 5·18 학살 주범인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가 광주를 찾아 용서를 구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5·18 학살 주범은 다름 아닌 제 할아버지”라며 “민주주의 발전을 오히려 역행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한 최연소(11살) 희생자 전재수 군의 묘소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외투를 벗어 묘비를 닦으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는 변명으로 일관하다 타계한 할아버지를 대신해 오월 영령과 광주 시민들에게 사죄했다. 유가족과 광주시민들은 어렵사리 용기를 내 광주를 직접 찾아 사과하는 그를 품어 주었다.
올해로 5·18 민중항쟁 43주년을 맞는다. 아직도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 등에 관한 진상 규명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번 스물일곱 살 청년의 용기 있는 사죄가 다른 5·18 가해자들의 진정성 있는 양심고백을 이끌어 내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1989년 2월 첫 상영된 16㎜ 영화 ‘황무지’(감독 김태영). 주인공 ‘의기’(조선묵 분)는 신부를 찾아 고해성사를 한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기지촌에 들어와 생활하던 그의 정체는 극 후반부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그리고 그는 광주 망월동을 찾아 “죽음으로 당신들의 영전 앞에서 사죄하나이다” 외치며 분신한다.
지난달 31일에는 5·18 학살 주범인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가 광주를 찾아 용서를 구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5·18 학살 주범은 다름 아닌 제 할아버지”라며 “민주주의 발전을 오히려 역행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한 최연소(11살) 희생자 전재수 군의 묘소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외투를 벗어 묘비를 닦으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는 변명으로 일관하다 타계한 할아버지를 대신해 오월 영령과 광주 시민들에게 사죄했다. 유가족과 광주시민들은 어렵사리 용기를 내 광주를 직접 찾아 사과하는 그를 품어 주었다.
올해로 5·18 민중항쟁 43주년을 맞는다. 아직도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 등에 관한 진상 규명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번 스물일곱 살 청년의 용기 있는 사죄가 다른 5·18 가해자들의 진정성 있는 양심고백을 이끌어 내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