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자를 위한 도시’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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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를 위한 도시’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3월 30일(목) 00:15
최근 북구 임동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 사업 국제설계공모에서 덴마크 건축설계 회사 ‘어반 에이전시’의 작품이 선정됐다. 여기에 들어설 호텔, 복합쇼핑몰, 아파트 등의 건축물 높이는 주변 39층, 48층 아파트들을 모두 넘어서 광주 최고 높이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수준 높은 디자인과 지금까지 광주에 없었던 공간 조성에 일각에서는 탄성이 나오기도 하고,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는 단숨에 살고 싶은 거주지로 부상하고 있다.

마침 강기정 광주시장은 당선작 발표 바로 전에 아파트 30층, 상업시설 40층 층수 제한을 전격 해제했다. 이 부지만이 아니라 광주 전역을 대상으로 해 다른 부지의 초고층 개발 가능성도 터 줬다. 또 공업 지역인 이 부지를 고밀 개발이 가능한 상업 지역으로 하여 공모를 진행했다. 광주시가 최대치의 용도 변경을 해 줄 것이라는 전제로 설계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이 부지 내에 초등학교가 신설된다는 것은 아파트 4000세대 이상이 공급된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주변 건축물을 압도하는 초고층 아파트 숲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왜 덴마크 업체는 자신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런 디자인을 제시했을까.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방·일방은 이미 지난해 말 부지를 한 개발 업체에 6850억 원을 받고 팔았다. 이 개발 업체는 은행·증권사 등으로부터 고금리로 7400억 원을 대출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신속하게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광주시가 사전 협상을 통해 개발 이익의 어느 정도를 챙길 것인지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이 ‘계획’에도 없는 개발은 광주에 상당한 충격파를 안길 것은 분명하다. 업체의 사업성을 보장해 주기 위한 고층·초고층 아파트 개발 경쟁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지도 걱정이다. 이는 시민과 미래에 기여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면 부담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당선작의 명칭은 ‘모두를 위한 도시’다. 과연 그럴까.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부유층의 도시이자 개발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차지하는 토지 소유주 및 개발 업체를 위한 도시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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