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젊은 작가들 작품에서 에너지 받아요”
‘하정웅청년작가 빛 2023’전 찾아
“빛의 도시 광주가 작가들에 기회
소장품 기증 작은 씨앗 뿌려 뿌듯”
“빛의 도시 광주가 작가들에 기회
소장품 기증 작은 씨앗 뿌려 뿌듯”
![]()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을 찾은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이 올해 초대작가인 강원제 작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김덕희의 작품 ‘하얀 그림자’는 작가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손을 석고로 제작한 조각 작품이다. 악수하듯 손을 잡으면 금세 따뜻함이 전해진다. 손을 만지며 온기를 느낀 하정웅(84)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은 잠시 눈을 감고 말했다. “따뜻하네. 이게 사람의 마음이지.”
28일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개막한 ‘제23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 2023’(7월16일까지)에서 만난 그는 전시 담당 큐레이터가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설명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표했다. 이번 전시는 1993년부터 2014년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 2523점을 기증한 하 관장의 메세나 정신에서 출발했고, 벌써 스물 세 해를 맞은 올해 초대전에는 강원제, 김덕희, 유지원, 안준영 작가가 참여했다.
그는 몇년 전 신장 수술을 받은데다 코로나 19로 몸이 약해진 상황이다. 그는 전시장에서도, 점심 식사 자리에서도 감사함과 고마움에 대해 줄곧 이야기했다.
“이번 전시를 보며 젊은 작가들의 에너지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기를 받는 것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전시작품들은 작가의 정신이자 철학입니다. 또 그들의 작품은 결국 시대를 말합니다. 각 작가들의 메시지가 마음에 깊이 들어와 감명깊게 봤어요. 제가 늙어가가고 있고 몸도 좋지 않은데 힘이 납니다. 저도 이 젊은 작가들처럼 또 새로운 출발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작가들도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는 ‘만남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말했다. 하 관장이 광주를 처음 찾은 건 지난 1980년이었다. 당시 광주일보 김남중 회장을 통해 오지호 화백을 소개 받았고, 그의 아들인 오승우·오승윤 화백과는 오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됐다. 광주와의 ‘귀한 인연’이 이어졌고, 훗날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1982년에는 도쿄, 교토, 서울을 거쳐 광주 남도예술회관에서 재일교표 전화황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하 관장은 광주를 비롯해 부모님의 고향인 영암과 부산·대구·대전시립미술관 등에 모두 1만2000여점을 기증했다. 5년만의 광주 방문은 하정웅청년작가전 개막식 참석과 영암하정웅미술관 기증식 참석을 위해서다. 하 관장은 이번에 800여점을 기증할 예정으로, 총 기증작은 3500여점에 달한다.
“처음 작품을 광주에 기증할 때 주변에 찬성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왜 광주같은 지방으로 보내느냐, 서울에 있는 미술관에 기증하면 훨씬 대우 받을 것이라고 했죠. 저는 지방도시가 발전해야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어요, 문화는 전국이 고루고루 발전해야합니다. 광주에 기증한 후 영암 등 지방 도시에 꾸준히 기증한 이유입니다. 처음에 저에게 ‘미친 사람’이라고들 했는데, 지금은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하는 ‘미친 사람’들도 많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웃음)“
그는 지난 2월 도쿄한국문화원에서 하정웅 컬렉션만을 가지고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1만 2000여점을 어떻게 기증했느냐는 말을 듣고 그는 “젊고 힘 있고 능력 있었으면 10만점은 기증했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웃었다.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던 하 관장은 스물 다섯 살 때부터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화가를 꿈꿨지만 이룰 수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어렵다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일생 동안 꿈을 꾸지만, 어떤 꿈은 이루지지 않습니다. 교육자로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했어요. 도쿄올림픽 당시 전자제품 판매점을 하며 돈을 많이 벌었고, 그 때 꿈을 갖고 예술활동을 하는 재일교포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벌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역사를 기록하고 삶을 기록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광주시에 작품을 기증한 후 시로부터 원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지원을 강조했고, 이는 청년작가 초대전의 출발이 됐다.
“프랑스 문화부장관까지 지낸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예술은 사람을 만들고 국가를 만든다. 국가는 예술에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여기에 제 말을 덧붙였습니다. 국가는 예술에 투자를 해야한다고요. 젊은 작가들은 기회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이들을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도록 말입니다. 광주가 ‘빛의 도시’ 아닙니까? 이들에게 광주가 빛을 비춰주면, 이들이 힘을 받아 세계로 나가 그 빛을 다시 광주로 보낼 것입니다.”
하 관장은 자신의 기증에 대해 “자그마한 촛불 하나 밝힌 것, 씨를 뿌린 일”이라며 “촛불을 꺼트리지 않고 계속 타오를 수 있게 하고, 뿌린 씨를 키워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희생당했던 재일동포들을 기억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온 그는 지난 2021년 고향 사이타마현 히다카시 쇼텐인에 재일한민족 위령탑 유래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같이 어울리는 시간들이 참 좋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많이 갖고 싶어요. 제 말이 그들에게 어떤 작은 메시지라도 된다면 좋겠구요.”
그는 청년작가들의 영원한 후원자처럼 보였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28일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개막한 ‘제23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 2023’(7월16일까지)에서 만난 그는 전시 담당 큐레이터가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설명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표했다. 이번 전시는 1993년부터 2014년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 2523점을 기증한 하 관장의 메세나 정신에서 출발했고, 벌써 스물 세 해를 맞은 올해 초대전에는 강원제, 김덕희, 유지원, 안준영 작가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를 보며 젊은 작가들의 에너지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기를 받는 것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전시작품들은 작가의 정신이자 철학입니다. 또 그들의 작품은 결국 시대를 말합니다. 각 작가들의 메시지가 마음에 깊이 들어와 감명깊게 봤어요. 제가 늙어가가고 있고 몸도 좋지 않은데 힘이 납니다. 저도 이 젊은 작가들처럼 또 새로운 출발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작가들도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하 관장은 광주를 비롯해 부모님의 고향인 영암과 부산·대구·대전시립미술관 등에 모두 1만2000여점을 기증했다. 5년만의 광주 방문은 하정웅청년작가전 개막식 참석과 영암하정웅미술관 기증식 참석을 위해서다. 하 관장은 이번에 800여점을 기증할 예정으로, 총 기증작은 3500여점에 달한다.
“처음 작품을 광주에 기증할 때 주변에 찬성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왜 광주같은 지방으로 보내느냐, 서울에 있는 미술관에 기증하면 훨씬 대우 받을 것이라고 했죠. 저는 지방도시가 발전해야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어요, 문화는 전국이 고루고루 발전해야합니다. 광주에 기증한 후 영암 등 지방 도시에 꾸준히 기증한 이유입니다. 처음에 저에게 ‘미친 사람’이라고들 했는데, 지금은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하는 ‘미친 사람’들도 많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웃음)“
그는 지난 2월 도쿄한국문화원에서 하정웅 컬렉션만을 가지고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1만 2000여점을 어떻게 기증했느냐는 말을 듣고 그는 “젊고 힘 있고 능력 있었으면 10만점은 기증했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웃었다.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던 하 관장은 스물 다섯 살 때부터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화가를 꿈꿨지만 이룰 수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어렵다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일생 동안 꿈을 꾸지만, 어떤 꿈은 이루지지 않습니다. 교육자로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했어요. 도쿄올림픽 당시 전자제품 판매점을 하며 돈을 많이 벌었고, 그 때 꿈을 갖고 예술활동을 하는 재일교포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벌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역사를 기록하고 삶을 기록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광주시에 작품을 기증한 후 시로부터 원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지원을 강조했고, 이는 청년작가 초대전의 출발이 됐다.
“프랑스 문화부장관까지 지낸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예술은 사람을 만들고 국가를 만든다. 국가는 예술에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여기에 제 말을 덧붙였습니다. 국가는 예술에 투자를 해야한다고요. 젊은 작가들은 기회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이들을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도록 말입니다. 광주가 ‘빛의 도시’ 아닙니까? 이들에게 광주가 빛을 비춰주면, 이들이 힘을 받아 세계로 나가 그 빛을 다시 광주로 보낼 것입니다.”
하 관장은 자신의 기증에 대해 “자그마한 촛불 하나 밝힌 것, 씨를 뿌린 일”이라며 “촛불을 꺼트리지 않고 계속 타오를 수 있게 하고, 뿌린 씨를 키워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희생당했던 재일동포들을 기억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온 그는 지난 2021년 고향 사이타마현 히다카시 쇼텐인에 재일한민족 위령탑 유래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같이 어울리는 시간들이 참 좋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많이 갖고 싶어요. 제 말이 그들에게 어떤 작은 메시지라도 된다면 좋겠구요.”
그는 청년작가들의 영원한 후원자처럼 보였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