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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영화감독 박성광 “‘웅남이’로 막연했던 꿈 실현”
코미디언이라는 자부심으로 코미디 장르 선택
데뷔작의 우여곡절… 최민식 교통사고·개그맨 출신에 대한 선입견
2023년 03월 16일(목) 15:40
박성광 감독 /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제공
“말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유재석 선배님 노래 ‘말하는 대로’처럼 말한 대로 이뤄지는 것 같아요.”

영화 ‘웅남이’의 연출을 맡은 박성광 감독은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16일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대학 때 연출을 전공하게 된 것도, 개그동아리를 만들고 개그맨이 된 것도, 영화감독이 되어 배우 박성웅과 작업을 하게 된 것도 모두 ‘할 거야’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는 제게 막연한 꿈이었어요. 어릴 때 심형래 선배님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연기도 하고 감독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웅남이’로 제 꿈이 실현된 것 같아요.”

박 감독은 앞서 서정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단편영화 ‘욕’과 ‘슬프지 않아 슬픈’을 연출한 바 있다. 그러나 첫 상업영화는 주 장기인 코미디 장르를 택했다.

‘웅남이’는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된 반달곰 형제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뒤 쫓고 쫓기는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배우 박성웅이 쌍둥이 형제 웅남과 웅북을 모두 연기했다.

그는 코미디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잘하는 걸 한 번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감독으로 데뷔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 전에 다른 장르의 시나리오를 썼었어요. 그런데 감독이 개그맨이라는 걸 알았을 때 결국 잘 안되더라고요. 직업을 숨길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았어요. 코미디언이라는 자부심이 있으니까요. 또 이게 편견일 수도 있지만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코미디를 해보자 싶었죠.”

박 감독은 “자신은 있지만 오히려 부담감은 이전 작품보다 훨씬 크다”고 고백했다.

“‘내 감이 영화에서도 통할까? 이게 맞을까?’ 싶더라고요. 특히 영화는 촬영한 뒤에 언제 개봉할지 모르니까 트렌디하게 가기 어렵다는 게 가장 힘들었죠.”

‘초보 감독’이었던 그는 이 작품을 촬영하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그중에서도 출연 배우인 최민식의 교통사고로 인한 일정 변동, 개그맨 출신 감독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이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최민식 선배님께서 교통사고가 나신 뒤에 3일 동안은 거의 정신이 나갔었죠. 결국은 선배님 분량을 뒤로 다 미루고 다른 것부터 찍게 됐는데, 그런 변수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또 처음에는 제게 선입견을 가진 분들의 태도를 바꾸는 게 어려웠어요. 자격지심도 생기고 자존감도 낮아지고…. 일단 부딪혀야겠다는 생각으로 ‘제가 잘 모르고 부족하니 도와달라, 제 영화이기도 하지만 여러분 영화이기도 하니 한 팀이 되어달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니 도와주시더라고요.”

스트레스로 탈모, 피부 염증, 탈장까지 겪었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과 몇몇 기적 같은 순간들이 그에게 버틸 힘을 줬다.

박 감독은 “박성웅 선배를 생각하고 쓴 시나리오라 그분이 안 한다고 하면 작품을 접으려고 했다는데 출연에 응해주셨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드리고 4일째 되는 날까지 연락이 없으셔서 자포자기하고 있는데 전화를주셨어요. ‘캐스팅 보드에 내 이름 올려라’라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때 운전 중이었는데 갑자기 막혔던 길이 확 뚫리고 내리던 비도 그쳤어요. 진짜로요. (웃음)”

영화에 깜짝 출연한 배우 정우성에 대해서도 “제게 주신 선물 같다”면서 “정말 멋있으셨다. 감독 대 감독으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신기했다”고 했다.

대표적인 국내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으로는 심형래, 이경규 등이 있다. 박 감독은 “심형래 선배님과는 접점이 많이 없어서 못 뵀지만, 이경규 선배님께서는 ‘네가 잘돼야 한다’고 응원해주셨다”고 전했다.

“제가 잘되지 않으면 뒤에 (개그맨 출신 감독은) 없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개그맨이라면 정통이 아니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부딪혀야 편견이 깨지든, 없어지든, 더 쌓이든 결과가 나올 거라는 생각이지만 제 개그맨 후배들이 저 때문에 영화감독을 못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후배들 가는 길에 좋은 이정표가 됐으면 합니다.”

말하는 대로 살아온 박 감독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영화 ‘웅남이’가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인 개그맨 때 늘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너무 좋다’고 얘기했었어요. 영화감독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영화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드릴 수 있으니까요. 부족하겠지만 관객분들이 관대한 마음으로 편하게,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