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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코로나 ‘후폭풍’에…감기약 사재기 ‘열풍’
내달 공급가 인상에 코로나·독감 겪으면서 시민들 “미리 사두자”
광주 약국에 발길 몰리며 품귀 현상…일부 품절 속 제한 판매도
2023년 02월 01일(수) 20:30
광주시 동구 충장동 한 약국에 1일 감기약 재고 관리를 위해 한정 수량만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민현기 기자 hyunki@
광주지역 약국을 중심으로 유명 감기약과 해열·진통제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병원 처방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진통·소염·해열제 ‘타이레놀’과 감기약 ‘테라플루’ 등이 일부 약국에서 품절되면서 판매 수량까지 조절하는 약국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오는 3월부터 타이레놀의 공급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코로나19와 독감 유행으로 부족 현상을 겪었던 사람들이 미리 사두려는 사재기 조짐도 보이고 있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1일 광주지역 약국 10곳을 돌아본 결과 2곳은 ‘타이레놀’과 ‘테라플루’가 품절된 상태였고, 3곳은 재고조절을 위해 손님 1명당 감기약을 1개씩만 판매하고 있었다.

광주시 광산구 송정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진은주(여·32) 약사는 타이레놀을 구매하려는 손님 한명 당 한 개씩만 판매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타이레놀과 테라플루와 같은 약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데 이어 최근 독감이 유행하고 일부 약품의 공급가 인상 소식까지 겹치면서 찾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진씨의 설명이다.

타이레놀 제조사인 한국존슨앤드존슨은 의약품 원료 가격과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오는 3월부터 공급가격을 18% 인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인상의 후폭풍이 의약품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약국에 공급되는 가격이 18% 상승하면 소비자 판매가격은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할 수 없어 미리 사두려고 하고 있다.

또한 지난 가을부터 유행하고 있는 독감 전염의 공포가 퍼지면서 ‘타이레놀’처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간 종합감기약 ‘테라플루’까지 사재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52) 약사는 “이틀 전 입고된 테라플루가 당일 품절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약국에서 필요한 만큼 주문했지만, 지금은 본사에서 물량을 분배해주고 있어 약국에 재고 자체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광고효과 때문인지 (소비자들이)타이레놀과 테라플루 같은 유명한 약만 찾는 상황이고, 오래전부터 가끔씩 약국에 들려 1개만 사갔던 손님들도 2~3개씩 사가려고 한다”고 했다.

동일한 성분에 같은 효능의 약을 권장해도 소비자들은 유명 제품만을 고집하고 있어 약사들은 더 난감한 상황이다.

광주시 남구 진월동의 강모(47) 약사는 “최근 재고물량 확보를 위해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강씨는 “타이레놀의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해열진통제를 찾는 하루 20여명의 손님 모두가 ‘타이레놀’만 요구한다”면서 “타이레놀이나 테라플루가 재고가 없어 하나씩만 판다고 써붙이면 손님이 끊길까봐 막상 손님이 오면 하나씩만 판다고 일일히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지역 맘카페나 SNS에는 “OO약국, 테라플루 입고됐습니다”, “타이레놀 미리 사둬야할까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일부 약국에서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타이레놀 재고 있습니다”, “테라플루 입고 됐습니다” 등의 재고 여부를 알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품절사태를 우려한 의약품 사재기현상이 심해 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테라플루를 사기 위해 광주시 남구 백운동의 약국을 찾은 유창호(35)씨는 “품절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소식에 혹시 내 가족이 약이 필요할 때 구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구매하기 위해 약국에 왔다”면서 “약을 구매했으니 한시름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의 광주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 가격 인상이 결정된다 해도 바로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고, 얼마나 수요가 증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약값 인상에 따른 공급 책임을 감당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광주지역 약국들은 품귀현상으로 구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대량판매를 하지 않고 재고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