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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좋아도 5년 간 최저 가격 … 고흥 유자의 ‘눈물’
고흥군 특산물 2000여 농가 연 5500톤 생산 수도권 대기업에 납품
가공업체협, 공급가격 대폭 낮춰 … 지역 농수축산물 대책 마련 시급
2022년 11월 30일(수) 20:30
고흥의 대표 특산물인 유자 가격이 올 들어 급락하고 있다. 가공·유통·무역을 맡고 있는 수도권의 대기업들이 유자 공급 가격을 지난해보다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중국 봉쇄 등으로 인해 수출길이 막혔다는 이유다. 고흥 유자만이 아니라 전남의 농수축산물 상당량이 지역 내에서 가공·유통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부가가치를 타 지역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어 지역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고흥군 유자가공업체협회가 간담회를 갖고 농가로부터 무려 5년간 가공업체에 공급되는 유자 최저가격을 설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가 대표들도 간담회에 참석해 더 높은 가격을 주장했으나 가공업체들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역 내 영세가공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쌓여있는 유자 절임도 수도권 대기업들이 납품을 거부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유자 농가와 유자 생산량은 크게 늘었으나 가공 방식은 과거를 답습하고 있고, 지역 내 영세가공업체들이 완제품이 아닌 절임 형태로 수도권 대기업에 넘기면서 시장 가격 주도권을 갖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다. 거기에 높은 환율,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중국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유자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고흥군, 완도군,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도내 유자농가는 고흥군 2000여 가구, 완도군 340여 가구 등으로, 이들 지역에서 각각 지난해 5500t, 2200t 등이 생산됐다. 현재 유자 수매가 계속되고 있는데, 올해는 봄 한파와 가뭄이 지속되면서 유자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유자 생산량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가공업체 납품단가는 지난해보다 낮게 설정되면서 업체와 농가 사이에 일부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고흥군 인구 6만4000여명 중 1~2만명이 직간접으로 유자업에 종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자산업의 침체는 고흥지역 경제의 침체를 의미한다.

지난달 가공업체들은 간담회를 갖고 유자 최저 가격을 향후 5년간 1kg 2500원에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농가 대표는 2700원을 주장했으나 가공업체들이 안정적인 공급을 강조하면서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해 2900~3200원선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특히 5년이라는 기간을 정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가장 상품성이 있는 유자의 최저 가격을 설정한 탓에 납품 단가는 상품의 경우 2500~3000원, 중품 1800~2400원, 하품 1000~1700원, 파지 500원 등으로 결정되고 있다. 농가에서는 가뭄 등의 영향으로 과실의 크기가 작은데다 작황도 좋지 못해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면 울상을 짓고 있다. 가공업체들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납품받아 생산한 유자절임 상당수가 재고로 남아있어 손해를 감수하고 유자를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가공업체 관계자는 “유자청의 수출길이 열리면서 유자 생산량이 최근 급속히 증가했으나 가공업체 수는 변함없고, 대부분 절임 상태로 대기업에 공급하는 신세”라며 “대기업들이 지난해 재고 물량을 안 가져 가면서 올해 유자 가격을 높게 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고흥에서는 지난 2019년 1000여 가구에 불과했던 유자 농가가 올해 2000여 가구로 2배 이상 증가하고, 완도에서도 유자나무를 꾸준히 식재하면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또다른 가공업체 관계자는 “유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는 했으나 생산, 가공, 유통 등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며 “제품도 다양하지 못해 유자청 하나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흥군, 전남도 등이 미국 등 해외시장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흥 유자가 제 값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다양한 파생 상품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영세업체들이 완제품을 만들어 유통시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가공·유통업체만이 아니라 농가들도 쉽게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소규모 가공·판매시설을 지원하는 등 유자 산업의 고도화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자는 고흥과 완도가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