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공화국-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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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수도, 믿기지도 않는 비통한 재난이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지난 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해밀톤 호텔 옆 폭 3~4m 내리막 경사의 좁은 골목길에서 수천 명이 연쇄적으로 엉키면서 무려 156명이 압사하고 151명이 다치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후진국형 재난인 군중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은 충격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는 와우아파트 붕괴(1970년), 대한항공 여객기 피격(198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2003년) 등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산업화 시대도 아닌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수많은 청년들이 골목길에 갇혀 압사하는 믿기 어려운 참사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2014년) 이후에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대한민국의 ‘안전 불감증’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참사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어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깊은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3년 만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핼러윈 축제를 맞아 이태원에 인파가 몰려들 것은 진작 예견됐다. 당일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언론 보도들이 있었고 참사 전날에도 수만 명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그렇다면 당국은 인파를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관리 대책을 세웠어야 마땅하다. 더군다나 행사가 집중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는 유난히 좁은 경사가 있는 골목이 많다. 인파가 골목에 밀집되지 않도록 우회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필요했다. 또 일방통행로 설치와 골목길 진입 통제, 이태원역 무정차 등 적극적인 사전 안전 대책도 요구됐다. 하지만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지 않은 안이한 탁상 대책의 결과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 등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참사에 대해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해 안전 대책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소요와 시위로 인력이 분산됐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면피성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담당 장관의 이러한 인식은 재난이 결국 무책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시민들의 질서 의식도 아쉬운 부분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한 발짝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안전을 우선하는 행동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축제 분위기에 취해 안전의 문제가 간과된 것이다. 일부 시민들이 장난으로 밀치면서 참사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 어떤 원인도 안전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당국의 실책을 덮을 순 없을 것이다.
반면 사고 직후 119 구조대의 손이 모자라자 수백 명의 시민들이 넘어진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온몸을 던진 시민 의식은 참담함에 빠진 대한민국 사회를 그나마 위로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대한민국의 겉모습은 선진국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후진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선진 사회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정부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위험 수준의 군중 밀집도를 예측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각별한 안전 대비책을 실행하고 있다. 또 안전에 대한 시민 의식도 초등학교부터 철저히 교육시켜 사회 전반에 단단하게 뿌리내렸다.
시민 안전은 국격의 가늠자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사회는 지난 50년간 압축 성장을 거듭했으나 내적인 안전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경제 규모에 비해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빨리빨리’로 압축되는 성과 위주의 사회적 가치 체계로 인해 화재·붕괴 사고는 물론 각종 산업 재해 등 크고 작은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안전과 배려를 근간으로 하는 시민 의식 역시 아쉬움이 많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가 참회록을 쓸 시간이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명확한 책임 규명 없이는 철저한 대책 마련도 겉돌게 된다. 정부와 사회 전체의 처절한 반성을 통해 시민 의식의 전환도 이뤄야 한다. 재난의 반복은 국가적 불신을 만들고 시민의 안전은 국격을 만든다. 보다 강화된 안전 시스템 구축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소중한 젊은이들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보낸 데 대한 우리 모두의 책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세월호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그렇다면 당국은 인파를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관리 대책을 세웠어야 마땅하다. 더군다나 행사가 집중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는 유난히 좁은 경사가 있는 골목이 많다. 인파가 골목에 밀집되지 않도록 우회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필요했다. 또 일방통행로 설치와 골목길 진입 통제, 이태원역 무정차 등 적극적인 사전 안전 대책도 요구됐다. 하지만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지 않은 안이한 탁상 대책의 결과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 등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참사에 대해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해 안전 대책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소요와 시위로 인력이 분산됐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면피성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담당 장관의 이러한 인식은 재난이 결국 무책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시민들의 질서 의식도 아쉬운 부분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한 발짝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안전을 우선하는 행동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축제 분위기에 취해 안전의 문제가 간과된 것이다. 일부 시민들이 장난으로 밀치면서 참사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 어떤 원인도 안전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당국의 실책을 덮을 순 없을 것이다.
반면 사고 직후 119 구조대의 손이 모자라자 수백 명의 시민들이 넘어진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온몸을 던진 시민 의식은 참담함에 빠진 대한민국 사회를 그나마 위로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대한민국의 겉모습은 선진국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후진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선진 사회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정부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위험 수준의 군중 밀집도를 예측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각별한 안전 대비책을 실행하고 있다. 또 안전에 대한 시민 의식도 초등학교부터 철저히 교육시켜 사회 전반에 단단하게 뿌리내렸다.
시민 안전은 국격의 가늠자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사회는 지난 50년간 압축 성장을 거듭했으나 내적인 안전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경제 규모에 비해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빨리빨리’로 압축되는 성과 위주의 사회적 가치 체계로 인해 화재·붕괴 사고는 물론 각종 산업 재해 등 크고 작은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안전과 배려를 근간으로 하는 시민 의식 역시 아쉬움이 많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가 참회록을 쓸 시간이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명확한 책임 규명 없이는 철저한 대책 마련도 겉돌게 된다. 정부와 사회 전체의 처절한 반성을 통해 시민 의식의 전환도 이뤄야 한다. 재난의 반복은 국가적 불신을 만들고 시민의 안전은 국격을 만든다. 보다 강화된 안전 시스템 구축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소중한 젊은이들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보낸 데 대한 우리 모두의 책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