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단축 최우선’ 잘못된 경영문화가 부실공사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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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단축 최우선’ 잘못된 경영문화가 부실공사로 이어져
광주전남 환경단체, 철저한 조사 우선…재가동 중단 요구
2022년 07월 12일(화) 18:55
영광 한빛원전 전경. <광주일보 DB>
원자력발전소(원전) 최후의 보루 격인 콘크리트 외벽에서 무더기 공극(타설되지 않은 빈 구멍)이 발견된 영광 한빛원전 4호기의 부실공사 원인이 시공업체의 경험부족과 공기단축을 최우선으로 하는 잘못된 경영문화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한빛원전 4호기의 재가동 절차를 앞두고 한빛원전 4호기 뿐 아니라 3호기 공사 당시인 1989∼1996년 야간에 부실공사를 했기 때문이라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광주·전남 환경단체는 한빛원전 4호기의 공극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7일 회의에서 ‘한빛 3·4호기 격납건물 공극발생 근본원인 점검 결과’와 ‘한빛 4호기 격납건물 구조 건전성 평가 검증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보고받았다.

한빛 3·4호기의 야간타설(오후 7시~새벽2시 타설시작) 횟수는 총 16회(각 8회)로, 동일 노형 원전과 비교하면 월등히 야간타설 횟수가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야간타설은 작업장 조도, 작업자 피로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야기된 콘크리트 다짐 부실이 공극을 유발한 것으로 판단됐다.

원안위는 “한빛 3·4호기는 국내업체(한전기술) 주도로 건설한 최초의 원전으로, 설계경험이 부족했다”며 “이런 경험부족과 공기단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경영문화가 공극발생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7~2018년 원안위는 원전 구조물 특별점검 중 한빛 3·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에서 현재까지 각각 124개와 140개의 공극을 발견했다. 한빛 4호기에서는 157㎝ 깊이의 공극이 발견되기도 했다.

원안위는 야간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안전문제를 제기한 관계자에게 포상방안을 마련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격납건물에서 공극 발생에 취약한 부분은 타설 전에 설계사의 사전검토와 시공 주의사항을 설계 도면에 명시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한빛 3호기는 지난 2018년 5월 11일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후 지난해 11월 다시 발전을 시작했지만, 한빛 4호기는 2017년부터 여태껏 5년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날 원안위가 보고받은 ‘한빛 4호기 구조 건전성 평가와 보수방안’에 따르면 “공극, 철근노출 등 모든 결함을 반영한 종합평가 결과, 철근·콘크리트의 작용응력 및 CLP 변형률 등이 관련 허용기준을 만족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한빛 4호기에서 확인된 공극(140개) 외에 유사한 부위에 존재할 수 있는 공극을 추가로 가정, 총 1955개의 공극을 반영해 구조 건전성을 평가한 것이다. 평가를 수행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공극과 철근 노출이 존재해도 설계기준에 따른 격납건물 구조 건전성이 확인됐으므로 공극은 단면채움재를 사용해 보수하면 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같은 평가를 두고 지역주민과 탈핵단체들은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평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구멍 숭숭, 문제투성이 한빛4호기가 제대로 된 조사와 안전대책 없이 재가동 절차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격납건물 내부의 상세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채 ‘공극이 없을 것이란 가정을 바탕으로 구조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또 외부에서 닿을 수 없는 곳은 육안조사만 이뤄졌다는 점이 점검결과과 향후계획서에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격납견물 내부의 경우 정밀 검사를 진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조건인 것을 핑계로 불과 22개 공극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돌리는데 그쳤고 그 결과만을 가지고 ‘상부 돔에는 공극이 없을 것’이라 결론 내린 것이라는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광주환경연합 관계자는 “한수원과 원안위가 지금 해야할 일은 제대로 된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고 밝혀진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면서 “안전성 확보가 어렵다면 설계수명과는 상관없이 과감히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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