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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사망년’의 삶-이나경 동신대 식품영양학과 3학년
2022년 07월 04일(월) 19:15
스물한 살에 대학에 입학했던 나는 어느덧 스물세 살, 대학교 3학년이 되었다.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보통 이 시기를 ‘사망년’(死亡年)이라고 표현한다. 취업을 위해 본격적으로 온갖 스펙을 쌓느라 고통스러워 사망(死亡)할 것 같다는 대학교 3학년 학생의 심정을 비유한 신조어다. 이젠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취업의 문턱 앞에 서 있는 ‘취준생’(취업준비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내 앞에 놓여있는 상황을 보면 덜컥 겁도 나고 막막한 마음뿐이다.

3학년이 되니 강의실 공기마저 달라진 것 같다. 공부보단 놀기를 좋아했던 동기도 취업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고 시험 기간이 되면 묘한 긴장감이 찾아온다. 늘 기다리고 기다렸던 방학마저 이젠 설레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진로,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기업체로 현장 실습을 나가 실무 경험을 쌓고 1년에 한 번 있는 국가고시 시험과 각종 자격증 시험 준비에 방학을 다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으려면 봉사활동과 교내활동, 대외활동 등도 틈틈이 신경 써야 한다.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왜 내 몸은 한 개뿐인지 원망스럽기도 하다. 남들보단 뒤처지진 않을까 늘 걱정하면서 자꾸만 조바심이 나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이다.

1~2학년 때와 달리 전공이 심화되면서 공부는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들어야 할 강의는 많고 매주 쏟아지는 과제들을 밤새 해치워야 한다. 학업 이외에도 청소년 멘토링 활동, 스터디 모임, 봉사활동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도착하면 몸이 너무 지치고 힘든 나머지 침대에 바로 쓰러져 잠들곤 한다. 그리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일들(강의 듣기, 과제 등)을 해야 한다.

‘자유’보단 ‘스펙’을 쌓는 데에 더 치중했고 늘 자신에게 채찍질하며 남들 놀 때 더 열심히 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늘 쉬지 않고 각종 활동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포트폴리오를 채우며 성과를 만들어 갔다. 그렇게 앞만 보며 달려왔지만 지금 와서 뒤돌아보니 공허함이 찾아온다. ‘그때 좀 더 놀아보고 자유를 만끽해 볼 걸’이라는 후회도 남는다.

하지만 내가 만약 스펙을 쌓지 않고 자유만 만끽했다면? 그것 또한 후회로 남지 않았을까. 내가 어느 쪽을 선택해도 늘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애초에 ‘옳은 선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멋진 미래를 꿈꾸며 대학에 진학했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현실의 이면과 마주하게 된 우리는 전공에 대한 회의감과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마음은 불안해지고 무력감에 빠진다.

현재 3학년은 코로나 학번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대학교 낭만을 마음껏 누리지 못한 채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기에, 어쩌면 더 힘든 ‘사망년’의 시기가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대학에 진학하면 끝일 것 같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우린 늘 끝도 없이 도전해야 한다.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 선택엔 대가가 따르기 나름이다. 방황하고 고민하고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도 돌이켜 보면 그 속에 배움과 경험이 존재하고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기에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이 소중하고 ‘내일’이라는 희망이 존재한다. 결코 자신의 선택에 무의미한 일은 없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하나씩 천천히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