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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갈아엎고 싶겠지만-윤영기 특집·체육부장
2022년 03월 23일(수) 02: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2022 대한민국 체육인대회 ‘체육인이 바란다’ 행사에 참석해 “전문 체육의 발전과 함께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기초·기반으로서 스포츠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생활체육을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포츠를 보편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전문·생활체육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유사도가 높다. 각론에서 보면 눈길 끄는 대목도 없지 않다. ‘국민 스포츠 인센티브’ 같은 공약이다. 국민들의 운동량에 따라 의료비 절감분을 건강보험료로 되돌려주겠다는 게 골자다. 체육시설 이용료를 최대 100만 원까지 소득 공제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스포츠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챙기고 스포츠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공약이다.



학교스포츠 학생 미래에 맞춰야

윤석열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는 지점은 학교 운동부를 축으로 한 학원스포츠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활동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재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어 놓아 변화가 예견된다. 재검토 대상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2019년 제시한 합숙 훈련 폐지,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등을 핵심으로 한 일곱 가지 권고안이다. 당시 전문 체육계는 ‘엘리트 체육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이라는 것이었다. 최저 학력 도달 학생만 대회 참가를 허용하고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 권고안에 따라 교육부가 제시한 학생선수의 최저 학력 기준은 해당 과목의 학년 평균을 기준으로 초등은 평균의 50%, 중학교는 40%, 고교는 30%이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운동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다. 학습권 보장을 위해 주말 대회 개최 및 참가를 유도하면서도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은 점 등도 도마에 올랐다. 학원스포츠 정책에서 방향은 옳았으나 방법이 문제였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학원스포츠 정책에 손을 대겠지만 재검토는 신중해야 한다. 혁신위 권고안은 학생들의 수업권·인권 보호라는 대전제에서 도출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정책 구현을 위한 수단과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고 이를 폐기하는 정당성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동안 성적 지상주의 체육 정책으로 학생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물론 학습권을 박탈당해 진로 선택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실제 올해 프로야구 드래프트 대상자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76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40명,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 모두 1006명이었다. 프로행 경쟁률은 10.06대1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열 명의 아마추어 선수 중 아홉 명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드래프트가 좌절된 학생 선수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절대 다수를 낙오자로 만드는 방식은 이젠 바꿔야 한다.



생활·엘리트체육 균형 정책 절실

엘리트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꿈나무를 육성하는 학교체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현장의 대세는 이와 다른 방향이다.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은 특정 학교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교 운동부를 단계적으로 모든 학교 학생들이 참여 가능한 전문 스포츠클럽으로 전환 운영키로 했다. 전남도교육청도 엘리트 학생선수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초등학교 운동부를 오는 2023년까지 모든 학생에게 개방하는 학교 스포츠클럽으로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정부가 스포츠클럽으로 유도한 탓도 있겠으나 현실적인 고민도 담겨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선수가 줄어 단체 종목의 경우 운동부를 유지하기 어려운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운동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부모들도 이젠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학교에서는 그동안 구호에 그쳤던 ‘학생선수가 선수로서 꿈과 학생으로서 꿈을 균형 있고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학생에게 스포츠 참여권을 보장하고 이 가운데 출중한 선수가 엘리트 스프츠인의 길을 가는 선순환 구조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학교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접한 학생들은 성인으로서 운동을 즐기는 마니아나 스포츠 팬이 될 것이다. 이게 ‘스포츠 강국’이 아니라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개혁보다 혁명의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 혁명보다 어려운 게 개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정책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한 일이다. 다만, 신물나는 ‘적폐’라는 용어를 스포츠에 끌어들이지 않고 엘리트·생활체육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윤석열 정부의 스포츠 정책은 성공할 것이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