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AI 페퍼스 … 홈경기 창단 첫 승
기업은행에 3-0 셧아웃 승리
70일 만에 시즌 2승 올려
범실 줄인 수비 집중력 돋보여
“항상 응원해주신 팬들에 감사”
70일 만에 시즌 2승 올려
범실 줄인 수비 집중력 돋보여
“항상 응원해주신 팬들에 감사”
![]() 18일 광주 서구 페퍼스타디움(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한 뒤 창단 홈 경기 첫 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KOVO 제공> |
그저 ‘하룻강아지’가 아니었다. 광주 페퍼저축은행 여자배구단 AI페퍼스가 길고 길었던 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AI페퍼스는 1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3-0(25-18, 25-22, 25-21)으로 누르고 첫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시즌 2승이자 지난 9월 창단한 이래 홈에서 거둔 첫 승리다.
AI페퍼스는 지난해 11월 9일 기업은행전에서 첫 승을 거둔 후 70일만에 또다시 같은 팀을 꺾고 승수를 추가했다.
마지막 승점을 올린 기억도 11월 16일 기업은행전에 멈춰있었다. V리그 대회 운영요강에 따르면 3-2로 승부가 갈렸을 때 승리한 팀은 2점, 패배한 팀은 1점을 획득한다. AI페퍼스는 63일동안 한 게임에서 2개 세트를 따내지 못해 단 1점의 승점도 올리지 못했다.
맥없이 17연패 수렁에 빠져 있던 AI페퍼스. 경기에 앞서 이날 AI페퍼스의 승리를 점친 이는 드물었다.
17연패는 역대 단일 시즌 최다 연패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은 2012-2013시즌 KGC인삼공사의 20연패이며, 2위 기록 또한 2018-2019시즌 인삼공사의 19연패다.
올 시즌부터는 7개 구단 체제가 완성돼 한 시즌에서 한 팀이 뛰는 전체 경기 수가 30회에서 36회로 늘었다. 이를 감안하면 AI페퍼스는 자칫 20연패를 넘어 전무후무한 연패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신나는 배구’를 추구하던 팀 내에서도 연패 먹구름이 짙어져 분위기가 침체되는 건 피하기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고된 일정에 부상병도 늘었다. 엘리자벳은 어깨·팔꿈치 통증으로 출전 빈도가 줄었고, 박은서는 고교 시절 겪은 왼쪽 발목 인대 부상이 재발했다. 박사랑과 지민경, 이한비, 구솔, 최가은 등 거의 모든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갖고 있어 전력이 들쑥날쑥했다.
김형실 AI페퍼스 감독도 경기에 앞서 “밥그릇 숫자는 어떻게 숨길 수가 없는 것 같다. 사기라도 꺾이지 않게끔 대비했다”고 언급했다. 2~3일간 지적이나 주문을 하지 않고, 그저 해보고 싶은 대로 하라고 선수들을 믿어 줬다는 것.
그는 “흥국생명전이나 기업은행전은 우리 선수들도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간 오히려 잘 안 될 수 있으니, 편하게 경기하면서 한 점, 한 세트에 집중력을 발휘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바람이 통했는지, 18일 기업은행전에서 AI페퍼스는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기세였다. AI페퍼스는 튼튼한 수비와 적은 범실, 그리고 자신감으로 기업은행을 압살했다.
먼저 높은 수비 집중력이 돋보였다. 1세트부터 블로킹 득점 6점을 뽑아내는 등 전위 선수들의 블로킹 동선도 정교해졌고, 이한비·문슬기·김세인 등 후위에서도 민첩한 공격 커버로 실점 구멍을 틀어막았다.
‘범실 줄이기’에 총력을 쏟은 것도 주효했다. AI페퍼스는 24경기 동안 464회로 7개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범실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13회 범실만을 기록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서브 범실도 6회에 그쳤다. 오히려 기업은행이 21개 범실을 쏟아내며 자멸하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우리가 가장 잘 한 것은 범실을 많이 줄인 점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한 게 잘 통한 것 같다. 오늘 범실 줄이는 면에서 하나의 역사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 성공과 상대의 범실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마침 기업은행이 불과 3일 전인 15일 흥국생명을 3-2로 이기고 곧장 광주행 버스에 올라 휴식 시간이 넉넉지 않았던 것도 호재였다. 컨디션·분위기 양면에서 우위를 점한 AI페퍼스는 공·수 전반에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고, 이는 3-0 셧아웃 승리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시즌 준비부터 연습, 경기 경험 등 부족한 점이 많아 22패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광주 시민과 팬 분들이 애정 갖고 지켜봐줘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 매진하고 연마해서 당초 목표했던 5승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란히 수훈선수(MVP)로 선정된 이한비와 엘리자벳은 “팬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한비는 “광주뿐 아니라 멀리서도 찾아와 주시는 팬 여러분이 ‘편하게 하라’는 응원을 많이 해 주신다. ‘연패해도 괜찮다. 신나게만 해 달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연패가 길어져 속상한 적도 있지만, 팬들의 응원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항상 감사했고 보답해 드리고 싶었는데, 홈에서 보답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엘리자벳도 “연패 하다 보니 심적으로 힘들 때 많았는데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보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다.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AI페퍼스는 1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3-0(25-18, 25-22, 25-21)으로 누르고 첫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시즌 2승이자 지난 9월 창단한 이래 홈에서 거둔 첫 승리다.
마지막 승점을 올린 기억도 11월 16일 기업은행전에 멈춰있었다. V리그 대회 운영요강에 따르면 3-2로 승부가 갈렸을 때 승리한 팀은 2점, 패배한 팀은 1점을 획득한다. AI페퍼스는 63일동안 한 게임에서 2개 세트를 따내지 못해 단 1점의 승점도 올리지 못했다.
맥없이 17연패 수렁에 빠져 있던 AI페퍼스. 경기에 앞서 이날 AI페퍼스의 승리를 점친 이는 드물었다.
17연패는 역대 단일 시즌 최다 연패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은 2012-2013시즌 KGC인삼공사의 20연패이며, 2위 기록 또한 2018-2019시즌 인삼공사의 19연패다.
설상가상으로 고된 일정에 부상병도 늘었다. 엘리자벳은 어깨·팔꿈치 통증으로 출전 빈도가 줄었고, 박은서는 고교 시절 겪은 왼쪽 발목 인대 부상이 재발했다. 박사랑과 지민경, 이한비, 구솔, 최가은 등 거의 모든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갖고 있어 전력이 들쑥날쑥했다.
김형실 AI페퍼스 감독도 경기에 앞서 “밥그릇 숫자는 어떻게 숨길 수가 없는 것 같다. 사기라도 꺾이지 않게끔 대비했다”고 언급했다. 2~3일간 지적이나 주문을 하지 않고, 그저 해보고 싶은 대로 하라고 선수들을 믿어 줬다는 것.
그는 “흥국생명전이나 기업은행전은 우리 선수들도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간 오히려 잘 안 될 수 있으니, 편하게 경기하면서 한 점, 한 세트에 집중력을 발휘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바람이 통했는지, 18일 기업은행전에서 AI페퍼스는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기세였다. AI페퍼스는 튼튼한 수비와 적은 범실, 그리고 자신감으로 기업은행을 압살했다.
먼저 높은 수비 집중력이 돋보였다. 1세트부터 블로킹 득점 6점을 뽑아내는 등 전위 선수들의 블로킹 동선도 정교해졌고, 이한비·문슬기·김세인 등 후위에서도 민첩한 공격 커버로 실점 구멍을 틀어막았다.
‘범실 줄이기’에 총력을 쏟은 것도 주효했다. AI페퍼스는 24경기 동안 464회로 7개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범실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13회 범실만을 기록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서브 범실도 6회에 그쳤다. 오히려 기업은행이 21개 범실을 쏟아내며 자멸하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우리가 가장 잘 한 것은 범실을 많이 줄인 점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한 게 잘 통한 것 같다. 오늘 범실 줄이는 면에서 하나의 역사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 성공과 상대의 범실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마침 기업은행이 불과 3일 전인 15일 흥국생명을 3-2로 이기고 곧장 광주행 버스에 올라 휴식 시간이 넉넉지 않았던 것도 호재였다. 컨디션·분위기 양면에서 우위를 점한 AI페퍼스는 공·수 전반에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고, 이는 3-0 셧아웃 승리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시즌 준비부터 연습, 경기 경험 등 부족한 점이 많아 22패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광주 시민과 팬 분들이 애정 갖고 지켜봐줘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 매진하고 연마해서 당초 목표했던 5승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란히 수훈선수(MVP)로 선정된 이한비와 엘리자벳은 “팬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한비는 “광주뿐 아니라 멀리서도 찾아와 주시는 팬 여러분이 ‘편하게 하라’는 응원을 많이 해 주신다. ‘연패해도 괜찮다. 신나게만 해 달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연패가 길어져 속상한 적도 있지만, 팬들의 응원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항상 감사했고 보답해 드리고 싶었는데, 홈에서 보답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엘리자벳도 “연패 하다 보니 심적으로 힘들 때 많았는데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보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다.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