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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의 역설-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2021년 11월 12일(금) 06:00
야권 단일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힘은 안철수의 지지율이 오르면 단일화에 힘을 쏟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이 정체되면 단일화를 무시해 버릴지도 모른다. 대통령 선거는 불과 몇 퍼센트 차이로 승부가 갈리지 않던가. 진보3:중도4:보수3으로 갈라진 정치 지형에서 진보든 보수든 중도의 표를 가져오지 못하면 정권 획득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합리적 유권자라는 중도4의 공간에 안철수의 지지층이 있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올라가야만 정권교체가 된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선거 때마다 재집권, 정권교체가 최대의 이슈가 되지만 그것은 무엇을 새로 만들겠다는 플러스 정치는 아니다. 수없이 재집권, 정권교체를 해 왔지만 힘 빠진 ‘네 편’을 심판하는 스릴만 즐기지 않았던가. 대통령 후보들도 네 편을 밀어내고 내 편이 정권을 갖겠다는 제로섬 정치를 위해 이 주머니에서 뺀 돈을 저 주머니로 옮기는 선심 쓰기로 선거를 치르려 한다.

놀라운 것은 국민들도 제로섬 정치에 열광하며 무능력한 후보에게 환호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무능한 대통령을 뽑아 놓고 대통령이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이 얼마나 역설적 현실인가. 능력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부끄러운 제로섬 게임으로 표를 얻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내 편 네 편을 넘어선 정치, 첨단과학으로 국부를 늘리는 플러스 정치에 힘을 쏟아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코로나 확진자가 3천 명 가까이 증가해 가고 있다. 앞으로도 코로나와 같은 비상사태는 늘 찾아올 것이다. 코로나 초기부터 백신 확보를 주장한 정치인이 있었는가? 문재인 정부의 백신 무능력을 뒷북치듯 비난한 정치인들만 수두룩했지 않은가. 국민들이 컴퓨터 바이러스란 말조차 알지 못했을 때 백신을 만들어 보급했던 안철수가 궁금했다. 놀랍게도 그는 코로나 초기부터 백신 구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교과서를 읽는 듯한 말투가 우스꽝스러워 무시해 왔던 그를 처음으로 눈여겨보았다. 컴퓨터 백신 무료 보급, 세 번의 정치적 양보, 막대한 재산을 기부하고 거대 양당 틈바구니에서 중소 정당을 오랫동안 홀로 이끌어 온 사람이 안철수였다. 그 하나하나가 한국 정치사에서 그 어떤 정치인도 해내지 못한 일들이 아닌가.

생업에 한 번도 종사해 본 적이 없으면서 소상공인의 삶을 책임지겠다며 큰소리치고, 과학에 대한 기초 소양도 없으면서 과학 선진국을 만들겠다며 허풍을 떨고, 내 편 네 편으로 분열시키고도 당당해 하는 건달 정치에 우리는 환호해 왔다. 세상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놓고도 환호는커녕 제대로 평가도 못 받는 안철수에게 빚을 진 느낌이었다. 나는 안철수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다. 그를 우습게 평가했던 빚, 컴퓨터 백신 무료 사용의 빚, 힘든 양보 한 번 못하고 살아온 빚을….

국민들이 그의 진면모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그의 ‘말’이 원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싸움꾼 정치문화 속에서 ‘기성 정치인’처럼 보이려고 할수록 그가 더 어색해 보이지 않던가. ‘안철수’ 본연의 목소리를 찾게 하자! 나는 클래식 뮤지컬을 연출하면서 성악가들에게 ‘내 목소리’를 찾도록 해 왔다. 그러면 노래든 연기든 느낌이 살고 메시지도 잘 전달돼 그들 스스로도 놀라곤 했다.

카이스트 교수로, 의사로, 과학자로, 벤처기업인으로 성공했던 그의 경륜이 정치에서도 빛을 발한다면? 우리나라에 새로운 정치문화가 싹틀 것이 아닌가. 첨단 과학기술로 세계가 패권을 다투고 있는 이 시대에 맞는 정치도! 안철수와 처음 마주 앉던 날, 그의 ‘말’에 ‘그만의 삶’을 담아내자고 제안했다. 안철수다운 말로 안철수다운 정치를 하면 국민들도 분명 알아볼 거라고. 그는 내 쓴소리에도 전혀 불쾌해 하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열었다.

그는 시간을 쪼개어 이른 아침에도 점심시간에도 나를 찾아 주었다. 내 사무실이라 직원들 시선도 있어 꺼릴 줄 알았는데 그는 체면 차리지 않고 내가 하라는 대로 연습에만 집중했다. 그의 겸손함에 머리가 숙여졌다. 그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 낼 수 있었다. 이런 정치인도 있다니! 그동안 안철수를 알아보고 지지해 온 사람들도 대단해 보였다.

그가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던 날, 자기 욕심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 나섰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안철수가 ‘안철수의 목소리’를 찾았듯 우리도 ‘정치인의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