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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 보호 법률 개정안’ 오늘부터 시행
신분 숨기고 범죄자 접근해 증거 수집 가능…디지털 성범죄 단속
광주·전남 위장수사관 4명 선정…범죄 예방 기대 속 남용 우려도
2021년 09월 24일(금) 00:00
/클립아트코리아
경찰의 암행 순찰과 암행 단속에 이어 위장 수사도 본격화된다. ‘경찰이 어디서든 지켜본다, 언제 단속될 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는 암행 단속에 이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 수사 과정에서는 경찰 신분을 속이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증거 수집도 가능해진다. 위법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만 자칫 자의적 판단으로 인한 부작용과 남용 우려도 나온다.

23일 광주·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24일부터 시행되는데 따라 디지털 성범죄를 담당할 위장수사관 4명을 선발, 전문교육을 거쳐 본격 운영한다. 경찰청은 위장수사관으로 전국 시·도 경찰청에 근무하는 경찰관 40명을 선발했다. 필요하면 일반 수사관도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 지정’ 제도도 마련된다.

이들은 관련법 개정에 따라 경찰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범죄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특히 범죄 혐의점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학생 등으로 신분을 위장해 수사할 수 있다.

강간이나 성착취물 범죄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유인 과정을 처벌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법 개정으로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반복 하는 행위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일명 ‘그루밍’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위장수사는 국내에서 마약사범 검거를 위해 위장수사가 이뤄져왔지만 지난해부터 대표적인 디지털 성범죄인 ‘n번방’ 사건 등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이뤄졌다.

광주에서도 지난 한 해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가 257건에 이른다. 경찰은 229건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45건의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한 상태다. 전남에서도 지난해 86건의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 50건을 검거하고 3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범죄가 잇따르면서 지난 3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공포한 이후 6개월간 여성가족부·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위장수사에 필요한 시행령을 마련했다.

경찰은 신분을 위장, 계약·거래 뿐 아니라 성착취물 등의 소지·판매·광고 행위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이뤄지는 성범죄나 불법 영상물 유통 단속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는 은폐성이 큰 범죄이기 때문에 기존에 수사방식으로는 수사하기가 힘들다”면서 “위장수사를 도입으로 온라인 대화방을 ‘사냥터’ 삼아 아이들을 노리는 범죄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사전 범죄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체를 숨기고 돌아다니는 성격의 ‘암행순찰’의 경우 올들어 시행 이후 단속 건수가 급증하는 등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광주경찰청의 올해 암행순찰 교통단속 결과, 150건(3월)→161건(5월)→211건(7월)→ 332건(9월 22일까지) 등으로 증가세다. 전남에서도 올들어 지난 8월까지 9800여건의 위반 차량 단속이 이뤄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법원의 허가를 통해 신분 위장이 가능한 점에도, 효과적 수사와 범법자 단속을 명분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찰은 그러나 판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위장수사가 이루어지고 신분비공개 수사를 진행할 경우 상급 경찰관서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 신분위장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허가 등 통제 규정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행령에도 ‘범죄 의도를 가지지 않은 자에게 수사관이 범죄 의사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고,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 과도한 ‘함정’ 수사가 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기우식 참여자치 21 사무처장은 “위장수사가 자칫 과도한 함정수사로 확대되지 않도록 보조적인 정책이나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점검단’을 운영해 문제점·보완 사항을 점검하고 위장수사관을 늘리기로 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