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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엔 왜 대선후보가 없는가?-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2021년 09월 10일(금) 01:00
1980년대 학생운동 세력은 2000년대 본격적으로 정치에 진출하여 386으로 불렸다. 386세력은 이들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정치권 진입 과정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었다. 정치권에 들어간 뒤에도 특별대우를 받아 원내에 쉽게 진출할 수 있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386세력은 586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 과정에서 50대 또는 60대에 진입한 586세력이 대중적 정치 지도자나 대통령으로 성장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로 세대 인구수가 역대 어느 시기보다 많기에 세대적 지원도 클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 386세력의 등장을 보면서 첫 등장부터 창대했으니 현재 586에서는 당연히 더욱더 창대하리라 전망했다. 그러나 그러한 전망은 사라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차기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각 당 어디에도 586 유력 대권주자는 없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2강을 형성하는 이낙연이나 이재명 모두 과거 학생운동권 386이 아니다.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 원희룡 등이 있지만 윤석열·홍준표·유승민 등 유력 주자에 밀리고 있다. 이는 386세력이 대중적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그렇지만 386세력이 민주당과 정부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 송영길 당대표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들의 위치는 대중적 정치인으로서 개인적 성취라기보다는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민주당 내 관계에서 주어지는 측면이 크다. 이는 달리 말해 386세력의 집단적 성취다.

김영삼·김대중은 이미 1970년대에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다. 61년생인 오바마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대통령을 하고 물러났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1977년생이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왜 386세대에서 대중적 정치인 또는 국가 리더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나 원인 분석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들 386정치인들이 민심 또는 여론을 대하는 관점을 보면 그 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대중관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386세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계몽적 대중관이다. 이들은 국민을 항상 가르치려 하고 계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대중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다. 이렇게 되면 민심은 천심이 아니며, 민심을 받들 필요가 없다. 이들은 대중을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홍보나 심하게 말하면 선전선동의 대상 즉 객체로 생각한다.

이러다 보니 민심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거나 거스르고 때에 따라서는 전략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이런 반(反)대중적 대중관은 그들이 그렇게도 비판했던 대중을 통제 조작했던 권위주의 정권의 대중관과 다를 바가 없다.

386정치인에게는 국민보다는 과거 같이 학생운동을 해 온 정치적 결사체가 우선이다. 그리고 이 정치적 결사체를 기반으로 민주당 당권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딱 거기까지다.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혹자는 당권 이후 대권이 586의 전략이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중관이 바뀌지 않는 한, 5년이란 시간이 주어져도 686이 되는 이들에게 대권의 기회가 올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이러한 이들의 대중관은 현재 386 아래 세대로 대중운동은 고사하고 학생운동조차 경험이 없는 40대에도 그대로 계승된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그래서 40대들도 당내 패권적 싸움에는 능하지만 대중적 정치인은 잘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40대는 세대 역할에서도 과거와 같은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대중관으로 인해 386세력과 40대에서 대중적 국가 지도자가 나오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이들 방식의 정치로 당내 패권이야 앞으로도 계속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심과 민심의 불일치를 심화시켜 정치를 소모적이고 갈등적 대립으로 만들어 갈 가능성도 다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