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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광고 보기만 해도 예술소비 한 건가요?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1년 07월 12일(월) 08:00
근래 스마트폰을 통해 흥미로운 콘텐츠를 보았다. 얼핏 보면 여러 장르가 혼합된 미디어 작품 같은 영상물은, 한 명품 브랜드사의 플래그십 스토어의 오픈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홍보물이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으로 더욱 유명해진 전통음악에 기반을 둔 얼터너티브 팝밴드인 이날치밴드의 음악과, 독창적인 안무로 주목받는 현대 무용팀인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등장했다.

흥겨운 판소리 장단에 해학적인 퍼포먼스와 민화, 그리고 색동 모티브가 어우러진 이 독특한 영상은, 파워 소비자로 꼽히는 엠지(MZ)세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작정으로 제작된 듯해 보였다. ‘가옥’이란 이름에 브랜드명을 더해 내건 콘셉트 스토어의 오픈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 고유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한편 고객에 대한 진정성과 사랑이 느껴진다는 소셜 미디디어상의 칭찬과 함께, 이태원 대로변에 위치한 매장 앞의 ‘오픈런’을 내 눈으로 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명품 브랜드사들이 예술과의 협업을 보여 준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예술과 결합한 패션쇼, 현대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많은 작가들과의 협업, 아트 재단의 설립이나 문화 행사의 후원, 플래그십 스토어나 뮤지움에서의 예술 체험 제공 등 막대한 자본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아트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이제는 디지털에 익숙한 엠지(MZ) 세대들의 적극적인 소비 활동이 명품 시장에도 큰 영향력을 끼침으로써 아트 마케팅을 결합한 디지털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에까지 예술과의 협업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야말로 명품사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 구성원의 니즈에 빠르게 반응하면서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절대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 주기 위해 예술 마케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래 명품을 의미하는 마스터피스(masterpiece)란 단어의 등장은 중세 유럽에서 비롯되었다. 명품은 장인(마스터, master)이 만든 작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교한 손기술과 예술성을 갖춘 도제가 오랜 견습 시간을 마치고 길드(상인이나 장인이 조직한 조합)로부터 장인으로 인정을 받은 이의 작업물을 명품이라 일컬었다.

피렌체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르네상스의 대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는 당대를 대표하는 스타 장인으로. 그들의 작품은 명품이자 현재에는 뛰어난 예술 작품인 것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하는 럭셔리 브랜드사에서 왜 전통을 운운하며 제품에 깃든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단순한 브랜드 아이템이 아닌 예술 작품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명품사는 이제 고객층을 확대해 모든 대중에게 명품이 곧 예술이라는 인식을 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명품 소비는 더 이상 사치의 상징이 아닌 개인의 가치와 개성을 표현하고 예술적 안목을 보여 주는 소비 문화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기다려온 새로운 음반이 나오거나 전시를 보는 것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환호를 아끼지 않는 관객처럼, 소비 활동 참여에 적극적인 요즘 세대들에게는 명품 소비는 단순한 상품 소비가 아닌 예술 소비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명품의 발전이 예술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명품의 소비 주체가 예술의 소비 주체라는 것, 명품사들이 예술을 후원하고 기여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명품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오픈런을 보거나 지나치게 과열된 명품 소비에 관한 기사를 접할 때면, 명품사가 예술을 앞세워 우리의 소유욕을 지나치게 자극하면서 상품을 사게끔 충동질하고 있는 건 아닌지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한국 소비자의 과시적 소비 심리나 코로나 19에 대한 보복적 소비 심리마저 이용해 줄을 서게 하고 있진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소비의 인간(호모 콘수무스, Homo Consumus)으로 정의되고 있다. 우리는 행복을 결정한다고 믿는 물질 혹은 비물질 가치들의 결여를 끊임없이 느끼며, 그것을 계속해서 채우려고 애쓸 것이고 이는 소비로 이어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 숍처럼 우리 고유 문화까지도 애써 담은 맞춤 제품과 공간을 마련한 뒤 오기만 하면 원하는 것을 쥐어 줄 것 같은 선심은, 예술적 체험의 제공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제품 소비를 부추기기 위함인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명품 소비 시장이 문제라며 소비가 낭비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명품 브랜드사들의 예술 마케팅과 이를 따르는 추종 소비에 대해 비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요와 공급의 재화의 가치가 모두에게 유효하길 바라며, 소비를 하지 않고 살기 어려운 우리 사회에서 상품소비와 예술소비를 구별하고, 더 나아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소비할 것인가를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