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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40년 나주극단 예인방 … 대표작 ‘김치’, 새 장르 ‘영화연극’으로
2021 새로운 출발 <3>
연극배우 김진호씨, 1981년 창단
‘엄마의 강’ 등 350차례 공연
‘못생긴 당신’ 연극대상 베스트 작품상
학교밖 청소년 위한 ‘연극학교’ 운영
2021년 01월 18일(월) 00:00
나주 극단 예인방이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못생긴 당신’ 홍보 사진.
인구 11만의 작은 도시에서 40년간 꾸준히 연극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건 만만찮은 일이다.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나주 극단 ‘예인방’의 행보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연극은 사람이고, 사람은 연극이다’를 이념으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는 극단 예인방은 연극배우 김진호(60) 대표가 1981년 창단했다. 지금까지 350차례 공연을 진행한 예인방은 지난 2015년 지역극단으로는 처음으로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엄마의 강’)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도 ‘못생긴 당신’으로 다시 베스트 작품상을 받았다. 또 김 대표의 부인이자 나주연극협회 회장인 임은희씨는 ‘못생긴 당신’에서 엄마 역으로 ‘자랑스러운 연극인상’을 수상,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김 대표도 지난 2014년 같은 상을 받아 부부 수상이라는 영광스러운 기록도 거머쥐었다.

예인방의 작품에 주로 출연하는 수석 단원들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다. 김호영·김영·홍순창 등 TV 프로그램을 통해 친숙한 이들은 공연을 위해서 나주에 머물며 연습을 진행,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김진호 대표
최근 예인방(나주시 금계동)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예인방의 역사와, 활동, 작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연극인이자 제작자인 그는 드라마 ‘주몽’, ‘기황후’, ‘옥중화’ 등에 이어 현재 ‘철인왕후’에 출연 중이다.

김 대표는 “연극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온 것”이라며 “‘창단 40주년’에 그 어떠한 당위성이나 가치를 입히기 보다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4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제가 연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도움 덕분입니다. 어머니께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셨죠. 형도, 동생도 모두 배우, 스탭 등으로 항상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해오다 보니 연극이 어느 순간 종교이자 삶이 됐어요. 작품을 통해 늘 꿈꿀 수 있어서 좋았지만 40년의 시간만큼 중압감도 큽니다. 앞으로 뭘 해야할지,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태산같아요.”

그가 지금껏 무대에 올려온 작품들에는 각각 사연이 있다. 그런 탓에 김 대표에게는 어느 것 하나 애틋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요. 제가 해온 작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가장 인상깊은 작품 하나를 꼽는다면 ‘김치’가 아닐까 싶어요.”

예인방의 대표작 중 하나인 ‘김치’는 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여주인공이 김치죽을 끓이며 자식과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이를 지켜보는 한 남자의 못다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역연극단체 최초로 2013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으며, 5일 연속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우동 한 그릇’이라는 일본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일본 대표 음식 ‘우동’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저에게는 큰 감동을 주지 못했죠. 이후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김치’를 소재로 한 ‘식객-김치전쟁’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어요. 김치 재료에 포커스를 맞춰 풀어낸 작품인데 저는 좀 다른 작품을 쓰고 싶더라고요. 예인방의 ‘김치’는 엄마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이자 한국적 정서를 담은 작품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김치’는 올해 ‘영화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영화연극’은 연극의 요소에 복제예술을 특질로 하는 영화적 기술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다. 미술적 느낌이 가득한 수채화 같은 무대를 배경으로 연극적 공간의 특색을 담아낼 예정이다.

“단순히 ‘영화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기 보다는 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작품을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지난 세대가 해왔던 연극이예요. 지금은 여러 고민을 통해 연극계의 10년, 100년을 계획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울러 올해는 그가 쓴 신작 ‘화양연화’를 선보인다. 죽어가는 여류화가와 그를 보살피는 남편의 사랑이야기로 작품이 완성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동시에 무대에 올리는 꿈을 꾸고 있다.

예인방은 작품활동 외에도 ‘청소년 연극교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을 진행하는 청소년아카데미연극교육원를 운영중이다. 올해는 우리나라 청소년 가운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 밖에서 떠돌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멘토링 연극학교’에 더욱 중점을 둘 계획이다.

“예인방 40주년을 맞아 어떤 일을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환원을 위해 멘토링 연극학교에 더욱 힘쓰기로 했어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의 한 일원으로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동시에 예술꿈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지역사회 전반에서 활동중인 멘토를 아이들과 연결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생각이죠. 아이들이 꼭 연극배우가 되기 보다는 연극적 가치를 전달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한편, 예인방은 ‘시집가는 날’,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친정엄마’, ‘모정의 세월’, ‘엄마의 강’,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등의 공연을 선보였으며, 10여년 전부터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역을 넘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차별화 된 콘텐츠를 개발중이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