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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신 ‘배움 열정’ 나이 잊은 ‘도전 정신’
[新중년, 배움으로 새 도전의 힘을 얻는다]
목공예부터 인문학까지
직업체험하고 소양 키워
취·창업 돕는 배움교실 다양
“배움에는 나이가 없지요”
인생 3모작 위해 행복 설계
2021년 01월 05일(화) 10:00
순천 인생이모작지원센터의 꽃그림 그리기 프로그램.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다. 젊은 시절에는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과 포부가 있었던 반면, 중년에 접어들면서는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데 있어 도전과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자신 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했다. 백세시대, ‘노후’ 대신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배움교실 현장을 찾아본다.

직업체험과정인 목공예 수업에 참여한 신중년들이 도마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광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제공>
◇광주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지난해 10월 13일, 노사발전재단 광주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인생2모작을 준비하는 중장년층들이 새로운 직업을 직접 몸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한 직업체험과정 목공예 수업이었다. 무료로 진행되는 수업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수업은 도마 만들기. 강의를 진행한 목공사관학교 선생님의 지도아래 4시간 동안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는 참가자들의 열의가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더 뿌듯합니다. 집에서 꼭 써보려고요. 직업체험을 통해 스트레스까지 해소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수백 번의 사포질을 통해 잘라진 나무 원목을 다듬고 정성스럽게 오일을 발라 세상에 하나뿐인 도마를 탄생시킨 이들의 표정은 젊은이들보다 생기가 넘쳐흘렀다.

수업을 진행한 김동주 목공사관학교 원장은 “눈으로만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체험을 하려는 중장년층이 늘었고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배우고자 하는 분들도 늘었다”며 “목공이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발전해 간다면 목공에 대한 관심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목공예 수업을 준비한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천민성 컨설턴트는 “중장년 구직자들은 새로운 직업을 찾고 싶어도 정보 수집이나 체험의 기회가 부족하다”며 “직업체험과정은 이러한 중장년들이 새로운 적성을 찾고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된다”고 전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명칭 그대로 만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나 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평생 현역활동을 지원하고 단계별·유형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노사발전재단이 서울, 광주, 부산 등 전국 12곳에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두고 중장년층의 인생 3모작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생애경력설계’ 서비스. 길어진 기대수명을 고려해 생애경력을 설계하고 인생 후반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청년시절부터 일을 해왔지만 정작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던 이들이 지금까지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되물으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으로, 인생3모작 준비를 위한 첫발을 내딛는 시간으로 볼 수 있다.

‘전직스쿨’은 구직 스킬에 초점을 둔다. 기업 퇴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자 등 비자발적 퇴직자들이 많기 때문에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의 중년층의 참여가 높은 편이다. 변화 관리, 구직기술 등을 중점으로 이들이 빠르게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광주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이명숙 소장은 “2016년 센터 개소 후 그동안 1만2000명이 장·단기 교육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3800여 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며 “아무런 준비없이 취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라도 센터를 찾아와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2020년 8월 문을 연 순천 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중년을 위한 배움터인 ‘중년함께 배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순천인생이모작지원센터 제공>
◇순천 인생이모작지원센터 50+ 광장

전남 순천에는 ‘50+ 광장’이라는 곳이 있다. 정확한 명칭은 ‘인생이모작 지원센터 50+ 광장’. 2020년 문을 연 인생이모작 지원센터에서는 중년을 위한 배움터인 ‘중년함께배움학교’를 운영중이다. 신중년이 주도하고 만드는 새로운 배움의 방식을 통해 청년은 아니지만 청년처럼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곳이다.

“중년함께 배움학교는 신중년의 경험으로 획득한 노하우를 다양한 분야의 동년배 대상 강의를 통해 함께 배우는 학교입니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움에 참여하는 수강생도 신중년이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50+ 이후 세대에게 능동적으로 활력있는 제2의 인생을 지원하고 배움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순천시에 주소를 둔 만 50세부터 64세까지 중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년배움학교에서는 커피 창업 등 취업·창업을 위한 역량 강화, 프랑스 자수를 활용한 소품 만들기, 그림책을 활용한 마음성장학교, 자연치유 건강법, 고사성어를 통한 인생 배우기,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이 이뤄졌다.

2020년 한해 6개 분야에 121명이 배움학교에 참여했으며 50명이 스마트폰 교육에 참여했다.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은퇴후 렛츠 아카데미’다. 지난해 11월 12일부터 한달여동안 은퇴 전후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신중년을 대상으로 행복한 미래 준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생재설계 교육을 실시했다. 인문학 강의 ‘제2의 인생 행복 설계’, 체험형 교육인 ‘자연에서 함께 사는 공동체’ 2개 분야에 80여명이 참여했다.



신중년을 대상으로 인문활동을 지원하는 ‘도서관 지혜학교’. <광주 무등도서관 제공>
◇인문학 공부부터 목공예 도전까지

코로나19로 지친 신중년의 마음을 인문학으로 치유하고 인문활동을 지원하는 ‘도서관 지혜학교’도 운영됐다. 도서관 지혜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역 인문대학과 도서관을 연계해 인문학의 지혜를 갈망하는 신중년 세대와 인문학 전공 교수가 함께하는 인문 심화 프로그램이다.

도서관 지혜학교는 2019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20년 전국 단위로 처음 시행됐으며 8~12월까지 전국 도서관 73곳에서 진행됐다. 광주에서는 북구 일곡도서관(미술과 영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서관(역사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시립무등도서관 디지털정보도서관(문명을 통찰하는 지혜)이, 전남에서는 광양중앙도서관(인문-Ethos, ‘니코마코스 윤리학’ 읽기·중국 고전(古典)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이 공모에 선정돼 사업에 참여했다.

무등도서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정이 다소 늦춰져 9~12월까지 운영됐다. 동신대 양진호 교수와 함께 12회에 걸쳐 ‘그리스 로마를 다시 본다’를 주제로 인문 고전을 선정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무등도서관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과 대면수업을 병행해 가며 수업을 진행했다”며 “신중년층을 중심으로 참가자 모집을 한 결과 40대부터 70대까지 중장년층이 수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는 중년층에게 가장 인기있는 분야 중 하나가 목공예다. 배우는 과정도 재미있고 제품을 만든 후의 성취감이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목공예 기능인 양성교육을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신중년들. <장흥 목재산업지원센터 제공>
목공 수업을 배울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장흥군 목재산업지원센터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설립된 목재산업 전문기관으로, 목공예 기능인 양성, 목재관련 창업보육실 운영 등 다양한 목재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한다. 공예공방에서는 생활목공 DIY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람객들에게 목재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장흥목재산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이곳에서 목공 수업을 받은 분들 중에 흥미를 갖고 심화단계를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다른 교육기관으로 연계를 시켜주기도 한다”며 “퇴직을 앞두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고 의외로 젊은 분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