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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재즈에 빠지다] 리듬 있고 즉흥적인 Jazz 선율, 연말 공연장 울리다
2020년 12월 08일(화) 10:00
지난 10월31일 광주 남구문예회관에서 열린 크로스오버 앙상블팀의 ‘코로나19 희망 콘서트’ 재즈 공연.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재즈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있다는 거죠. 알게 모르게 익숙하게 들어왔던 음악들이 재즈라는 걸 알고 놀라는 사람들도 많아요.”

바야흐로 재즈의 계절이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흘러나오더니 연말이 다가오면서는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음악들로 바뀌어간다. 마니아층이 즐겨듣는 음악으로 분류되던 재즈는 사실 이미 주류 음악으로 들어와 있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색소포니스트 박수용.
◇“Jazz는 리듬과 즉흥”

재즈(Jazz)는 ‘리듬’이 있고 ‘자유’로우며 ‘즉흥’적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탄생한 음악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에서 탄생했다고 해 한때 ‘흑인 음악’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의 재즈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리듬에 따라, 연주자들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 되어 보다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재즈는 ‘리듬’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클래식이 정박의 개념이라면 재즈는 리듬있는 엇박의 개념인거죠. 또 하나 중요한 건 재즈는 즉흥적인 음악이에요. 자유로운 음악, 즉흥적으로 연주를 할 수 있냐에 따라 재즈로 분류를 하는 겁니다.”

광주에서 재즈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색소포니스트 박수용씨는 “재즈는 이미 대중적인 음악”이라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건 아직까지 무대를 통해 재즈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재즈는 창조를 하고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는 음악이기 때문에 정답이라는게 없어요. 그저 느끼는 대로 즐길 수 있으면 됩니다. 얼마전 소규모 연주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재즈 연주를 듣고 싶어 찾아온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인들과 함께하는 연주회였기 때문에 모두가 아는 곡으로 관심을 끌어냈죠. ‘아리랑’을 편곡해서 들려주는데 모두들 좋아했어요.”

재즈피아니스트 강윤숙씨는 “재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클래식이 작곡자의 음악이라면, 재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베토벤의 곡에는 작곡가의 사상과 시대가 갖는 정서가 담겨 있어요. 클래식 연주자들은 작곡가의 의도대로 섬세하게 곡을 표현해내는 거죠. 하지만 이 곡을 재즈로 연주한다면 연주자의 음악이 되는 겁니다. 연주자가 누구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는 음악, 그게 재즈입니다.”



정율성음악축제 양림프로젝트에 참여한 재즈밴드 스카이브리지 . <광주문화재단제공>
◇공연장·온라인으로 전하는 재즈 선율

시월의 마지막날이었던 10월 31일. 광주 남구문예회관에 관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지 얼마되지 않았던 때라 관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두 좌석 건너 한 명씩 앉을 수 있는 객석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찾아왔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공연할 때 큰 공연장이라 해도 거의 10명 미만인 경우가 많았어요. 재즈 연주자들은 박수로 힘을 얻고 더 좋은 연주를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모르는 곡이 나오더라도 지루하게 듣지 마시고 아름답고 친숙한 멜로디를 듣고 힐링하고 돌아갔으면 합니다.”

‘코로나 19 희망 콘서트’를 준비한 색소포니스트 박수용 교수(호남신학대 음악학과)가 공연 시작에 앞서 관객들에게 짤막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공연은 정통재즈 구성에 변화를 준 10인조 크로스오버 앙상블 연주팀이 꾸몄다. 피아노 강윤숙, 색소폰 황태룡, 신시사이저 이성환, 드럼 윤영훈, 콘트라베이스 한수정, 기타 이관우가 참여했고 바이올린 백진선, 플루트 김선정이 합류해 재즈와 클래식이 만난 형태의 크로스오버 음악을 들려줬다.

이날 연주된 ‘Momentum(모두가 힘을 합하며 코로나를 극복하는 힘)’, ‘A Prayer For Peace(인류의 평화를 위한 기도)’, ‘Blooming(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등 창작곡은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강윤숙이 작곡한 곡들이다.

11월에도 곳곳에서 재즈 선율이 들려왔다. 11월 6일 저녁,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6개의 재즈밴드가 참여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사)광주음악협회가 주최하는 제31회 광주음악제 네 번째 날로 ‘실용음악, 재즈’ 편이었다. 광주 출신 장애인 밴드 ‘해와 달’, 김성광 밴드, NS Jazz Band, 여성 보컬그룹 The Sweet, 광주라틴밴드, 강윤숙의 재즈여행 등 6개 밴드가 ‘Bitter Scar, 상흔’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음악을 들려줬다.

광주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정율성의 음악이 재즈곡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정율성음악축제 일환으로 진행된 ‘양림프로젝트’. 재즈공연은 ‘스카이브리지’와 ‘강윤숙의 재즈여행’ 팀이 맡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강윤숙의 재즈여행’은 양림동 오웬기념각에서 열렸다. 정율성의 곡 ‘가마우지’ ‘노란 꾀꼬리’ ‘우리는 행복해요’ ‘평화의 비둘기’ 등 8곡을 강윤숙이 직접 재즈 형식으로 편곡해 피아노 솔로 연주와 색소폰·반도네온과 듀엣 공연을 하기도 했다. 버클리 음대 출신 재즈피아니스트 강상수가 이끄는 ‘스카이브리지’도 정율성의 음악세계를 재해석 한 곡들을 들려줬다. 스카이브리지는 오웬기념각 앞 야외무대에서 정율성 곡 중 ‘이별가’ ‘8호 감방의 노래’ ‘작은 연못’ ‘연안송’ 등 8곡을 선보였다.



재즈피아니스트 강윤숙.
◇트리오부터 빅밴드까지

광주에는 타 지역에 비해 재즈 연주를 하는 밴드가 많은 편이다. 세 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트리오부터 20명이 넘는 재즈 오케스트라인 빅 밴드도 있다.

호남신학대에서 실용음악(재즈)을 가르치고 있는 박수용 교수는 알토색소폰 연주자이자 ‘박수용 재즈오케스트라’ 단장이기도 하다. 2010년 결성된 박수용 재즈오케스트라는 광주·전남 재즈 오케스트라로는 유일한 연주 단체다.

빅 밴드는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등 관악기로 이뤄진 브라스 섹션과 피아노, 베이스, 드럼, 기타 등 리듬 섹션으로 구성된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관악기의 구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무대에서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최소 15~18명이 무대에서 연주하는데 박수용 재즈오케스트라는 24인조로 구성돼 있다. 예년 같으면 정기연주회를 하거나 울산, 수원 등 타지역으로 공연을 가기도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거의 모이지 못했다.

지역 재즈 공연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또 한 명의 연주자가 있다. 재즈피아니스트 강윤숙씨다. ‘강윤숙의 재즈여행’으로 활동하며 공연 상황에 따라 피아노, 드럼, 베이스 트리오를 기반으로 색소폰, 보컬 등 객원 연주자와 함께 5~6명이 연주한다.

클래식 팀과 크로스오버 밴드를 결성하기도 하고 국악기를 더한 퓨전 국악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 강윤숙의 퓨전국악밴드 ‘화양연화’는 최근 치러진 제28회 임방울국악제전국대회 퓨전 판소리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강윤숙은 지난 2018년 ‘Feel The Same Way’ 음반에 이어 지난 11월 정규 2집 ‘Sing For The Moment’를 발매하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관객들에게 재즈음악을 들려준다. 직접 작곡한 곡은 물론 대중들에게 익숙한 곡을 새롭게 편곡해서 재즈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박수용 교수는 “광주에는 다양한 재즈밴드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지역 밴드들을 랭킹화 한다면 전국 Top3 안에 든다고 확신할 수 있다”며 “재즈는 연주 실력과 함께 끼가 있어야 하는데 실력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뿐더러 연주자들의 끼는 단연 월등하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재즈는 많이 그리고 자주 들으면서 즐길 수 있으면 됩니다. 가요나 팝, 클래식처럼 재즈 역시 여러 음악 장르 중 하나일 뿐이에요. ‘위플래쉬’, ‘라라랜드’, ‘뉴욕 뉴욕’ 등 음악 영화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도 있고, ‘재즈 라디오’라는 어플을 이용해 음악을 들으면서 나에게 맞는 장르 채널을 찾아 듣는 방법도 있습니다.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캐롤을 재즈로 연주한 곡들만 모아놓은 것도 있으니 찾아 들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