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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택배 알바 새벽부터 ‘북적’ … 굴비 인기에 즐거운 ‘비명’
[본보기자들 택배·농산물 포장 체험… 현장에서 바라본 추석 민심]
코로나 경기침체로 생활비 벌이 나선 자영업자들 대거 몰려
비대면 추석에 김영란법 완화 … 영광굴비 전국서 주문 쇄도
2020년 09월 21일(월) 00:00
본보 정병호 기자가 지난 18일 광주시 동구 계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상자를 들고 현관을 오르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코로나, 경기침체, 실업, 거리두기, 집콕, 비대면.’

10일 앞으로 다가온 올 추석의 키워드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실업난이 맞물리면서 택배 물류센터에는 일자리를 찾아 나선 ‘투잡’ 아르바이트생들이 북적였다. 가족 안전을 위해 몸은 멀리 있지만 선물로 마음을 전하려는 이들로 ‘선물세트’ 물량도 부쩍 늘었다. 공직자에게 허용되는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도 올라 불경기에 신음하는 농·어민들도 모처럼 손길이 바빠졌다.

추석을 앞둔 택배 현장과 수산물 판매점 등에서 선물을 나르고 포장하면서 지역민들이 전하는 추석 분위기와 지역 경제상황 등을 들었다.

◇‘쿠팡 플렉스’택배 알바 직접 해보니=지난 18일 새벽 2시40분께 광주시 북구 임동 새벽배송을 앞둔 ‘쿠팡플렉스’ 광주 2캠프는 배송 물품과 일일 배송 아르바이트를 뛰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쿠팡 플렉스’는 일반인이 자기 차량으로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로, 원하는 시간을 골라 배송을 하고 건당 인건비를 받는 구조다.

본업과 병행할 수 있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이 부쩍 늘었다. 최근엔 지원자가 늘면서 건당 배송비가 줄었다. 쿠팡플렉스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건당 수수료는 2000~3000원에 달했는데, 현재는 박스 1000원, 비닐 850원 수준이다. 그래도 경기 침체에 “없는 것보다 낫다”며 아르바이트에 나선 자영업자들이 많다.

이날도 새벽비가 내리는데도, 배달 아르바이트를 뛰려는 차량들이 긴 줄을 만들었다. 한참을 기다려 물류창고에 들어가자 이동식 적재함마다 택배 상자가 산처럼 쌓여있었고 배달 인력들은 자신의 배달 물량을 확인, 실어나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추석을 앞두고 주문이 몰리면서 창고에는 배송 물량이 넘쳐났다.

배달 인력들은 주간배송(오전10시~밤 9시), 야간배송(밤11시~다음날 오전7시), 새벽배송(새벽 3시~ 오전 7시) 등을 선택해 일을 할 수 있다.

새벽배송은 오전 7시까지 모든 배송을 끝내야 하는 만큼 더 바쁘지만 건당 배송비가 많다. 그만큼 지원자도 많다.

이날도 새벽 3시부터 7시까지 이뤄지는 새벽 배송을 하겠다며 지원한 아르바이트생들만 30여 명. 창고에 들어가자마자 배달 물량이 있는 곳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시키고 분류해 실어나르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직장갑질119가 최근 실시한 ‘코로나19, 8개월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결과, 광주와 전남·북 지역의 응답자 중 실직 경험(12.4%), 권고사직(25%), 비자발적 해고(25%) 등을 겪었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 특별한 전문성이나 번거로운 채용 절차가 없는 ‘플렉스 배송’의 장점(?) 탓에 실직·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들도 젊은 부부, ‘투잡’ 뛰는 직장인, 경기 침체로 하던 일 폐업하고 뛰어든 자영업자 등 다양했다.

최대 100개의 물량을 새벽 7시까지 배송해야 하는 만큼 물류창고에서 시간을 허투로 보낼 수가 없다.

“어디로 가세요”, “무슨 일 하세요” 등을 물었다가 “바빠요. 말 시키지 마세요”라는 면박을 당하기 일쑤였다.

뛰어든 지 3개월 가량 됐다는 김모(26)씨는 “직장생활을 하는데, ‘투잡’으로 주말과 새벽 배송일을 한다”고 했다.

처음 도전한다는 한모(33)씨는 “두달 전까지 카페를 운영했다가 최근 코로나로 손님이 뚝 끊겨 폐업하고 오늘 처음 왔다”면서 “추석 앞두고 언제까지 놀고 있을 순 없어 왔는데, 다른 일을 구할 때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도 17개의 배송 물량을 싣고 움직였다. 17개 밖에 안되는데, 승용차 트렁크와 뒷좌석이 가득 찼다. 물량을 하나 배송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배송완료’했음을 알리고 바쁘게 움직였다. 7시까지 배송을 끝내야 해 최단거리로 배송지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초보자라 회사측이 지근거리 배송 물량을 배정, 2시간 만인 새벽 6시에 완료했다.

물류센터에서 만난 김모(31)씨는 “새벽 2시에 나와 7시까지 많을 때는 75개 정도 물량을 나른다”며 “단가가 떨어져도 일거리가 없어서 못하는 요즘엔 감지덕지”라며 “익숙해지면 벌이가 훨씬 나아진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영광군 홍농읍의 굴비판매 업체인 ‘다향굴비’ 직원들이 포장을 마친 굴비를 냉동고에 넣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영광굴비’ 포장해봤더니=대표적인 명절 선물세트인 ‘영광굴비’, 추석을 앞두고 판매 업체들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올 초부터 계속된 코로나 여파로 끊이지 않았던 관광버스도 운행을 멈췄고 굴비축제(4월 17일~19일) 등 소비 촉진 축제도 취소됐다. 매출 감소로 시름에 잠겼던 굴비 판매 상인들 얼굴에는 모처름 ‘비대면’ 추석 때문에 선물로 마음을 전하려는 이가 늘면서 모처럼 웃음기가 돌았다.

지난 19일 찾은 영광군 홍농읍 굴비판매 업체인 ‘다향굴비’도 그랬다. 추석을 맞아 제주도,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밀려든 주문으로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배송 예정 물량만 300박스. 새벽 3시께부터 해동 작업을 거쳐 염장된 후 엮어진 굴비들이었다.

굴비를 엮어 무게를 잰 뒤 용기에 넣고 얼음 팩을 추가해 포장하면 끝. 간단한데 쉽지 않았다. 이날 작업한 굴비 대부분은 1두름(20마리)에 2.1㎏선. 시중에 10만원에 팔린다.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하는 가장 인기있는 선물 아이템이라고 했다.

직원들 설명을 듣고 굴비를 얼음 팩 위에 놓고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 모양을 잡은 뒤 랩으로 쌌다. 흐트러지지 않게 다시 한번 잘 포장한 뒤 업체 스티커를 붙이고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테이프로 포장해 운송장을 붙였다.

주문 물량을 제 때 배달하려면 서툰 사람들은 쉬는 시간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능숙한 직원들은 1분이 채 안 걸려 상품 1개 포장을 끝냈다. 기자는 굴비 2.1㎏짜리 상품 1개를 포장하는 데 3분이 걸렸다.

이용철 다향굴비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굴비 먹으러 온 관광객도 적어 올해 판매량은 크게 줄었는데, 올해는 ‘비대면 추석’ 때문인지 예년보다 10% 정도 주문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태풍과 집중호우로 과일 값이 비싸진 점도 판매에 영향을 미쳤고, 이른바 ‘청탁금지법’ 완화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지역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한편 영광굴비는 대표적인 고가 명절선물로 분류되면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16년 이후 판매량이 절반 가량 줄면서 지역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관련법 시행 전인 2016년만해도 영광 굴비 명절 판매량은 1만 6592t(2550억원)에 달했지만 법 시행 후인 2017년 1만 736t(1650억원)으로 줄었고 2018년엔 9660t(1500억원), 지난해는 9964t(1691억원)에 그쳤으며 올해 설 판매량은 3945t(697억원)까지 떨어졌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영광=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