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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홍수가 온다면 막을 수 있을까?
역사는 자연재해 극복 과정
기후변화 예측 능력이 관건
2020년 08월 19일(수) 00:00
채 희 종 사회부장·편집부국장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일반적으로 가십거리가 판치는 연예계에서 많이 쓰이는 마케팅용 격언이다. 하지만 이는 언제부터인지 연예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대형 뉴스의 흐름이 바뀌는 시기에 자주 사용하는 문구가 됐다. 빅 이슈나 핫 이슈가 생기면 이전 사건들은 관심에서 밀려나는 이슈 교체가 불가피함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올 초부터 현재까지 모든 분야의 관심사를 짓누르고 있는 빅 이슈다.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잠시였다. 이어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및 자살 사건은 더 큰 충격파를 던졌지만 역시 오래가지는 못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여야 쟁점이 되는 등 화젯거리였지만 수도권을 제외하면 생각만큼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올 8월 코로나19와 맞선 유일한 여름철 핫 이슈는 누가 뭐라고 해도 기후 재난인 홍수와 이어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폭염일 것이다. 홍수로 인한 희생자가 며칠 만에 40명을 넘었고, 재산 피해는 광주·전남만 6000억 원에 이르는 등 천문학적인 액수를 기록했다. 홍수가 두려운 것은 수많은 인명 피해는 물론 막대한 재산 손실로 인간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측을 불허하는 자연재해는 인간의 눈앞에 재앙의 현장을 펼쳐 보이는 잔인성 탓에 더 큰 충격을 준다. 눈앞에서 자식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가고, 이웃 주민이 산사태에 깔려 숨지는 광경을 목도하는 심정은 고통이나 공포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처참할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예측 시스템과 안전 관리가 작동되는 첨단 과학 시대임에도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는 어찌할 수 없다는 인간의 패배감과 무기력감, 특히 앞으로도 재난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는 자연재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동양에서는 인류의 태평성대를 요순시대로 꼽아 왔다. 성군인 요임금과 순임금이 백성을 평안하게 했다. 왕위 또한 세습하는 대신 인재를 추천받아 물려주는 선양(禪讓)이라는 정권 이양 방식을 택했다. 조선시대 사림들은 태평성대의 근거를 복지와 정치 제도의 우수성에서 찾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 고대사와 전설에서의 요순시대는 두 임금이 백성을 위해 홍수와 폭염 등 자연재해를 다스리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더욱이 요·순을 이은 우임금은 홍수를 잘 다스려 선양을 통해 왕위에 올랐다는 기록도 있다.

요임금은 이상적인 왕으로 꼽히지만 가장 많은 재앙에 시달렸다. 하늘에는 열 개의 태양이 떠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요임금은 하늘에 기도해 활의 신 ‘예’가 태양 아홉 개를 활로 쏴 떨어뜨리도록 해 폭염(가뭄)을 물리쳤다. 하지만 22년간이나 시달린 홍수 예방에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황하 범람을 막기 위해 치수전문가 ‘곤’을 등용했는데, 곤은 둑을 쌓아 물길을 가로막는 방법만으로 9년을 노력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이에 순임금은 곤의 아들인 ‘우’를 고용했으며, 우는 둑 대신 수많은 물길을 뚫고 강물이 바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해 홍수를 막았다. 결국 요순시대가 태평성대인 이유는 자연재해로부터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즈음에서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우리의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우리는 최근 역대 최장기간에 이르는 장마와 집중호우(강우량 600mm 이상)로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애초 폭염 일수와 열대야가 지난해보다 늘어 기록적인 폭염이 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와는 정반대였다. 장마 일수가 기록적으로 늘어난 데다 강우량도 기상청 예보 수준보다 크게 늘면서 피해가 커졌다. 홍수 조절 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크고 작은 둑과 제방이 무너지면서 구례처럼 물에 잠긴 마을이 한둘이 아니었다. 여기에 도심 곳곳의 하수관로와 영산강 등 강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수문 등의 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역류가 발생, 농경지는 물론 아파트까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미래를 정확히 내다볼 수는 없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자연재해는 더 잦아지고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년에도 광주·전남에 홍수가 발생한다면 과연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자연재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기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무엇보다 인재로 인해 피해를 키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 발생 시 매뉴얼과 시스템의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재난은 선제적 대응이 있어야만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