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을 전당답게
![]() 박 진 현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
지난 2006년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의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4.7대 1이었다. 당시 신입생 정원은 30명. 고급 문화인력 양성을 내건 국내 최초의 대학원이라는 타이틀 덕분인지 전국 각지에서 141명이 몰렸다. 이들 가운에는 2010년 개관 예정이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의 ‘입성’을 꿈꾼 지망생도 많았다. 한해 평균 재학생 정원이 30명인 점을 감안하면 그간 10여 년 동안 300여 명이 배출된 셈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학생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재 전당에서 일하고 있는 졸업생은 10여 명 안팎(정규직 기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5년 11월 전당 공식개관과 함께 위탁 운영기관이 아시아문화개발원에서 현 아시아문화원으로 소속이 바뀌면서 당시 근무 인원 160명 가운데 70명이 계약 만료로 전당을 떠났다. 박근혜 정부가 아시아문화원이 요청한 최소한의 정규직 인원 200명을 승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광주 예술의거리 활성화 사업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조현희(40·광주도시여행청 대표) 씨도 문화전문대학원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여행업에 종사했던 그녀는 지난 2010년 다소 늦은 나이에 전당의 ‘주역’을 꿈꾸며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졸업 후 그녀를 반기는 곳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 광주문화재단의 단기 사업 등에 참여하며 현장에서 ‘버텨 온’ 덕분에 지금의 예술의거리 사업을 맡게 됐다.
지난 2002년 ‘문화로 먹고 사는 광주’를 내건 고 노무현 정부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조성사업)의 씁쓸한 현주소다. 핵심 시설인 전당의 사정이 이럴진대 전당의 에너지를 7개 권역으로 확산시키는 7대 문화권사업은 말해 무엇하랴. 예산, 인력, 조직, 콘텐츠 등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홀대가 빚어낸 ‘총체적 참사’라 하겠다.
그래서일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2.0 시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지역의 기대는 유별나다. 아니 절박하다고 해야 맞겠다. 전문가들은 조성사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의 복원을 첫 번째로 꼽는다. 지난 2003년 이후 조성사업과 7대 문화권을 총괄해 왔지만 2015년 4개 과 40명에서 1개 과 8명의 ‘미니 조직’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개관 이후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전당장 선임과 직급 승격도 시급한 사안이다. 4급 이상 공무원이면 지원이 가능한 현 ‘전문 임기제 가급’으로는 전당의 위상에 걸맞은 적임자를 찾는 데 한계가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구상했던 차관급 이상으로 격상해야 전문성을 갖춘 중량감 있는 인물을 영입할 수 있다. 특히 공무원 정원 제한에 묶여 비정규직으로 꾸려 가고 있는 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의 기형적인 조직도 수술 대상 1순위다. 최근 아시아문화원이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2016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 수준인 E등급을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이하 조성위)의 정상화는 조성사업의 ‘핵심 퍼즐’이다. 지난 2006년 출범한 조성위는 총리급의 위원장과 10여 명의 조성위원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기구이지만 스케일이 무색하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했다. 초창기 조성사업의 주요 정책과 계획 등을 심의했지만 정부의 무관심에 전혀 쓴소리를 못 내 ‘들러리 조성위’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도약기에 진입한 조성사업을 위해선 조성위가 사업 주체인 문체부와 문화전당 및 광주시를 중재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조성사업은 3조 5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당연히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만으로는 사업의 장밋빛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 예산, 조직, 콘텐츠에 대한 전폭적인 관심 못지않게 7대 문화권 사업과 주요 현안을 풀어 가는 거버넌스(협치)가 필요하다. 근래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전당 민주평화교류원(옛 전남도청)의 원형 복원이 좋은 시험대다.
물론 옛 전남도청은 5·18 항쟁을 상징하는 공간인 만큼 1980년 ‘그날’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데야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민주평화교류원으로 상당 부분 변형이 된 현 상황에서 복원 과정의 예산과 전당의 운영 시스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전당 랜드마크 논란과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를 놓고 2∼3년간 전면 중단됐던 전당 건립 사업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수년간의 논란으로 지연돼 조성사업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전당의 ‘잔혹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협치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물쭈물하다간 큰일 난다. 문재인 정부의 5년도 결코 길지 않다.
/jhpark@kwangju.co.kr
현재 광주 예술의거리 활성화 사업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조현희(40·광주도시여행청 대표) 씨도 문화전문대학원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여행업에 종사했던 그녀는 지난 2010년 다소 늦은 나이에 전당의 ‘주역’을 꿈꾸며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졸업 후 그녀를 반기는 곳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 광주문화재단의 단기 사업 등에 참여하며 현장에서 ‘버텨 온’ 덕분에 지금의 예술의거리 사업을 맡게 됐다.
그래서일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2.0 시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지역의 기대는 유별나다. 아니 절박하다고 해야 맞겠다. 전문가들은 조성사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의 복원을 첫 번째로 꼽는다. 지난 2003년 이후 조성사업과 7대 문화권을 총괄해 왔지만 2015년 4개 과 40명에서 1개 과 8명의 ‘미니 조직’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개관 이후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전당장 선임과 직급 승격도 시급한 사안이다. 4급 이상 공무원이면 지원이 가능한 현 ‘전문 임기제 가급’으로는 전당의 위상에 걸맞은 적임자를 찾는 데 한계가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구상했던 차관급 이상으로 격상해야 전문성을 갖춘 중량감 있는 인물을 영입할 수 있다. 특히 공무원 정원 제한에 묶여 비정규직으로 꾸려 가고 있는 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의 기형적인 조직도 수술 대상 1순위다. 최근 아시아문화원이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2016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 수준인 E등급을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이하 조성위)의 정상화는 조성사업의 ‘핵심 퍼즐’이다. 지난 2006년 출범한 조성위는 총리급의 위원장과 10여 명의 조성위원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기구이지만 스케일이 무색하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했다. 초창기 조성사업의 주요 정책과 계획 등을 심의했지만 정부의 무관심에 전혀 쓴소리를 못 내 ‘들러리 조성위’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도약기에 진입한 조성사업을 위해선 조성위가 사업 주체인 문체부와 문화전당 및 광주시를 중재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조성사업은 3조 5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당연히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만으로는 사업의 장밋빛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 예산, 조직, 콘텐츠에 대한 전폭적인 관심 못지않게 7대 문화권 사업과 주요 현안을 풀어 가는 거버넌스(협치)가 필요하다. 근래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전당 민주평화교류원(옛 전남도청)의 원형 복원이 좋은 시험대다.
물론 옛 전남도청은 5·18 항쟁을 상징하는 공간인 만큼 1980년 ‘그날’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데야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민주평화교류원으로 상당 부분 변형이 된 현 상황에서 복원 과정의 예산과 전당의 운영 시스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전당 랜드마크 논란과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를 놓고 2∼3년간 전면 중단됐던 전당 건립 사업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수년간의 논란으로 지연돼 조성사업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전당의 ‘잔혹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협치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물쭈물하다간 큰일 난다. 문재인 정부의 5년도 결코 길지 않다.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