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의 조건 - ‘협업’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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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의 조건 - ‘협업’과 ‘연대’
박치경 수석 논설위원
2016년 07월 27일(수) 00:00
삼복염천(三伏炎天)에도 대권의 꿈은 꿈틀거리고 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다. 손학규-박원순-안희정 등은 정세를 살피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가 다음 달 해남 땅끝에서 배낭 민심투어를 시작할 예정인데 8·9 전대(전당대회)가 끝나면 대권 가도의 서막이 오를 전망이다.

내년 12월 20일 치러질 19대 대선의 화두는 단연 정권 교체 여부다.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도 커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크게 이겼고 진보-보수의 ‘10년 교체 주기’까지 겹친 데다,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는 지난한 일이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DJ) 당선으로 여야 정권이 갈린 것은 1948년 헌정 이후 49년 만이었으니까. 노무현이 16대에서 진보 정권을 이어갔지만 과정은 역시 험난했다. ‘보수-진보’, ‘영남-호남’으로 갈라져 있는 한국 정치판의 골은 그만큼 깊고 단단했다.

김대중의 당선은 ‘무혈 혁명’이나 진배없었다. DJ는 어떻게 정권의 큰 방향을 돌릴 수 있었을까. 그의 정권 획득에는 ‘협업’과 ‘연대’라는 큰 틀이 작동했다. 즉 당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원조 보수’ 김종필과의 연대가 없었다면 소망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 후보(이회창) 아들의 병역 의혹에다 DJ 집권의 ‘최고 공신’으로 회자되는 이인제의 독자 출마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김종필에게서 얻은 보수의 덧칠 효과가 승리의 발판이 된 것은 틀림없다.

김대중은 보수-충청과의 ‘협력’을 통해 이념과 지역을 ‘보완’함으로써 39만 표 차로 정권 교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요즘 우리 정치권에 뜨고 있는 ‘협치’를 이미 19년 전에 간파한 셈이니 과연 선지자답다.

16대 대선으로 넘어가자. 부산 출신 노무현은 호남에서 93% 지지를 업고 이회창을 57만 표 차로 제쳤다. 호남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에다, 노무현의 정치 이념까지 맞아떨어져 가능했다. 똘똘 뭉친 호남을 토대로 (부산 중심의) 영남과 수도권까지 아우르는 두 번째 협업이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은? 우선 야권에서는 일단 4·13 총선 결과로 더불어민주당·문재인과 국민의당·안철수가 맞서 있다. 현재 야권의 대권 얼개는 영남(문재인)-호남(안철수)으로 양분돼 있다. 야권 집권을 위해 영남-호남의 ‘지역 결합’이 기본이지만 구도 자체부터 엇나가 있다.

지역 제휴의 필요성은 ‘선거 공학’으로 더 간명해진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유권자 수를 보면 영남권(부산+대구+경북+경남+울산)은 무려 1088만 명에 이르지만 호남권(광주+전남+전북)은 425만 명으로 절반도 안 됐다. 따라서 야권이 대권을 획득하려면 또다시 광주·전남·북이 한 덩어리가 되고 영남 우호 세력의 가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호남 출신이 많은 데다 전체 유권자 수(4210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2084만 명)에서 압승해야 한다는 가설이 선다.

지난 총선에서 주춧돌 격이었던 호남을 잃은 문재인과,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안철수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은 종속변수이지만 박원순, 손학규, 김부겸, 안희정도 이 같은 틀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여권에서 충청 출신의 반기문이 주목받는 것도 현 여당의 본거지인 대구·경북(TK)과의 지역 연대를 전제한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충청과 TK가 손을 잡아야 야권에 대적하면서 확률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서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 야권의 현실은 이 같은 공식 대입을 거부한다. 문재인-안철수 양자가 어느 정도 세력 균형을 이룬 데다, 단일화 또한 난망하기 때문이다. 원론에 공감하더라도 방법론에서 충돌하는 ‘디테일의 악마’에 발목 잡힐 확률이 높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은 일단 다자구도로 갈 것이다. 내년 5∼6월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7∼9월에 국민의 검증을 받게 된다. 이때 능력이 없으면 자동으로 정리돼 내년 10∼11월이면 국민의 선택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 국민의 힘으로 뭔가 이뤄지겠지만 인위적인 것(야권통합)은 없다”라고 점친 바 있다.

그의 분석처럼 야권 단일화는 성사되더라도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누구를 야권 주자로 내세울지는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uni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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