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
임 동 욱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카드회사의 TV 광고 카피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탈출 욕구’를 잘 읽어 낸 문구다.
이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심리적 증상을 ‘번 아웃(Burn-out) 증후군’이라고 한다. 반복되는 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감이 쌓이면서 연료가 모두 불타 버린 것처럼 무기력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의 민심을 말할 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호남 민심은 ‘정권 창출이 최고의 정치적 선(善)’이라는 공감대 속에 맹목적일 정도로 새정치연합을 지지했다. 각종 선거에서 원칙 없는 공천과 기득권 유지 행태가 지속됐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심정으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리더십 부재와 해묵은 계파 갈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하며 정권 창출의 비전마저 점차 상실해 가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십상시 논란, 성완종 리스트 파문, 국회법 개정안 파동, 메르스 사태 등이 점철되고 있지만 민심의 고통과 분노·눈물을 전혀 담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번-아웃 증후군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호남의 민심을 광고 카피에 빗대 표현한다면 “(새정치연합을) 지지하지 않고 싶다. 이미 지지하지 않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지지하지 않고 싶다”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7·30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올해 4·29 광주 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총력전에 맞선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여유 있게 당선됐다. 광주·전남 민심은 이제 새정치연합을 더 이상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격렬하게 지지하지 않고 싶다”는 호남 민심의 흐름이 신당 창당 움직임과 연동되고 있어 주목된다. 혁신을 통한 새정치연합의 리모델링보다는 신당 창당 등의 야권 재편을 통해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움직임에 동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야권의 심장이었던 호남 민심이 야권 분열로 상징되는 신당 창당의 동력이자 구심점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그러다 말겠지. 어디 가겠어?”라는 안이한 인식을 보였던 새정치연합 지도부 등 주류 진영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역 언론을 매일같이 모니터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호남 국회의원들을 주요 당직에 기용하는가 하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의 민심은 진정되거나 호전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흐름이다. 새정치연합의 대책이 본질을 비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호남 민심은 누구를 발탁하거나 진정성을 강조하는 정도로 해결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야권을 결집하고 정권 창출의 비전을 만들 수 있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제는 문재인 대표 등 당내 주류 세력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혁신위가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헌신과 희생이 없는 혁신’은 국민적 기대와 감동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측면에서 조경태 의원의 ‘문재인 대표 부산 출마’ 주장은 조 의원과 문 대표의 정치적 악연을 떠나 주목할 만하다.
문 대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영남 민심 속으로 ‘하방’(下放)한다면 새정치연합은 새로운 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헌신이 혁신을 지지하는 구도만이 당내 계파 갈등의 고리를 끊고 호남과 영남을 넘어 민심의 지지를 견인하면서 신당 창당으로 인한 분열을 막을 수 있다.
위기 국면에서 리더의 희생과 결단은 필수 불가결한 요건이다. 야권 진영이 결집, 정권 창출의 용광로에서 함께 타오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주류 진영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진정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은 ‘패배해서 분열하고, 분열해서 패배하는’ 과거의 전철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헌신과 결단을 기대한다.
/tuim@kwangju.co.kr
이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심리적 증상을 ‘번 아웃(Burn-out) 증후군’이라고 한다. 반복되는 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감이 쌓이면서 연료가 모두 불타 버린 것처럼 무기력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리더십 부재와 해묵은 계파 갈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하며 정권 창출의 비전마저 점차 상실해 가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십상시 논란, 성완종 리스트 파문, 국회법 개정안 파동, 메르스 사태 등이 점철되고 있지만 민심의 고통과 분노·눈물을 전혀 담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7·30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올해 4·29 광주 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총력전에 맞선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여유 있게 당선됐다. 광주·전남 민심은 이제 새정치연합을 더 이상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격렬하게 지지하지 않고 싶다”는 호남 민심의 흐름이 신당 창당 움직임과 연동되고 있어 주목된다. 혁신을 통한 새정치연합의 리모델링보다는 신당 창당 등의 야권 재편을 통해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움직임에 동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야권의 심장이었던 호남 민심이 야권 분열로 상징되는 신당 창당의 동력이자 구심점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그러다 말겠지. 어디 가겠어?”라는 안이한 인식을 보였던 새정치연합 지도부 등 주류 진영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역 언론을 매일같이 모니터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호남 국회의원들을 주요 당직에 기용하는가 하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의 민심은 진정되거나 호전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흐름이다. 새정치연합의 대책이 본질을 비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호남 민심은 누구를 발탁하거나 진정성을 강조하는 정도로 해결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야권을 결집하고 정권 창출의 비전을 만들 수 있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제는 문재인 대표 등 당내 주류 세력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혁신위가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헌신과 희생이 없는 혁신’은 국민적 기대와 감동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측면에서 조경태 의원의 ‘문재인 대표 부산 출마’ 주장은 조 의원과 문 대표의 정치적 악연을 떠나 주목할 만하다.
문 대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영남 민심 속으로 ‘하방’(下放)한다면 새정치연합은 새로운 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헌신이 혁신을 지지하는 구도만이 당내 계파 갈등의 고리를 끊고 호남과 영남을 넘어 민심의 지지를 견인하면서 신당 창당으로 인한 분열을 막을 수 있다.
위기 국면에서 리더의 희생과 결단은 필수 불가결한 요건이다. 야권 진영이 결집, 정권 창출의 용광로에서 함께 타오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주류 진영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진정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은 ‘패배해서 분열하고, 분열해서 패배하는’ 과거의 전철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헌신과 결단을 기대한다.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