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유니버시아드, 이젠 문화전당
박 치 경
편집부국장
편집부국장
‘잔치’는 끝났다. 12일 동안 세계 젊은이들의 열정으로 달궈졌던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는 흥겨운 축제판이었다. 광주에서 나눴던 우정과, 처음 맛보았던 독특한 남도문화는 이방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됐다.
막이 오르기 전엔 걱정도 있었다. 남북 화해의 전령사로 기대했던 북한 선수단은 끝내 광주 땅을 밟지 못했다. 뜻밖의 ‘복병’ 메르스로 가슴 졸이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 시민은 대단했다. ‘대동’(大同)과 ‘배려’ 로 광주를 찾은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가난한 나라의 선수가 유니폼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곧바로 성금이 모아졌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지내도록 제 몸 돌보지 않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품격 높은 ‘광주정신’으로 대회를 성공시켰다는 안팎의 찬사가 이어졌다.
사실 지역의 입장에서 유니버시아드 같은 ‘메가 이벤트’를 유치한 데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었다. 지구촌에 지역을 알리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목적이다. 가장 큰 핵심은 행사를 통해 지역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지방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국제대회가 얼마나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되었는지를 따져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02년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서 나뉘어 열렸던 한일월드컵을 돌아보자. 수천억 원을 들여 경기장을 새로 짓고 몇 차례의 축구 경기 후 광주는 무엇을 얻었는가. 물론 당시 신축된 월드컵경기장은 이번 2015 U대회 주경기장으로 쓰여 대회 진행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매머드급 경기장이 들어간 돈만큼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는 따져 보아야 한다.
다행히 2015 유니버시아드는 ‘절약 대회’로 치러졌다. 새로 지은 경기장은 남부대의 국제규모 수영장, 진월동 테니스장, 광주여대의 종합체육관과 양궁장 등이다. 나머지는 기존 시설을 개·보수하거나, 전남·북, 충북까지 찾아가 시합을 벌이며 돈을 아끼는 지혜를 발휘했다. 새로 만든 시설들도 시민들의 건강과 여가를 위해 사용된다니 다행스럽다. 지난해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에는 4700억 원을 쏟아부음으로써 심각한 재정난을 불러왔다. 이후 주경기장 운영비로만 연간 수십억 원을 지출해야 하는 케이스와는 대조적이다.
또 하나의 성과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다. 대회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은 환벽당의 정취랄지 또는 한정식의 맛 등에 매료됐다. 곧 ‘남도문화’가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유니버시아드는 끝났다. 이제 우리는 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 개관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일부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지만 문화전당을 바라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규모로 가장 큰 건물로 꼽히는 전당을 제대로 굴릴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호랑이를 꿈꿔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아시아문화수도를 꿈꾸는 만큼 이에 걸맞은 규모로 출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바심도 숨기기 어렵다. 정부의 지원이 미지근해 전당을 꾸려 갈 돈과 사람이 태부족일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덩치가 산만 한 집을 세워 놓고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
목수는 돈과 시간, 기술만 있다면 얼마든지 큰 집을 지을 수 있다.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를 올리는 것도 너끈하다. 그렇지만, 고대광실(高臺廣室)의 칸을 채우지 못하고 텅텅 비워 둔다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모든 난관을 해결하는 것은 지역민들의 몫이다. 정부의 도움도, 외지인의 조언도 꼭 필요하지만 결국 우리가 나서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유니버시아드 이후 문화전당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운 잔치판을 여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U대회를 성공시켰던 참여정신으로 지혜를 발휘한다면 전당을 세계 명소를 가꾸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또 다른 축제의 문을 여는 열쇠, 바로 우리 손 안에 있다.
/unipark@kwangju.co.kr
막이 오르기 전엔 걱정도 있었다. 남북 화해의 전령사로 기대했던 북한 선수단은 끝내 광주 땅을 밟지 못했다. 뜻밖의 ‘복병’ 메르스로 가슴 졸이기도 했다.
사실 지역의 입장에서 유니버시아드 같은 ‘메가 이벤트’를 유치한 데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었다. 지구촌에 지역을 알리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목적이다. 가장 큰 핵심은 행사를 통해 지역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다행히 2015 유니버시아드는 ‘절약 대회’로 치러졌다. 새로 지은 경기장은 남부대의 국제규모 수영장, 진월동 테니스장, 광주여대의 종합체육관과 양궁장 등이다. 나머지는 기존 시설을 개·보수하거나, 전남·북, 충북까지 찾아가 시합을 벌이며 돈을 아끼는 지혜를 발휘했다. 새로 만든 시설들도 시민들의 건강과 여가를 위해 사용된다니 다행스럽다. 지난해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에는 4700억 원을 쏟아부음으로써 심각한 재정난을 불러왔다. 이후 주경기장 운영비로만 연간 수십억 원을 지출해야 하는 케이스와는 대조적이다.
또 하나의 성과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다. 대회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은 환벽당의 정취랄지 또는 한정식의 맛 등에 매료됐다. 곧 ‘남도문화’가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유니버시아드는 끝났다. 이제 우리는 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 개관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일부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지만 문화전당을 바라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규모로 가장 큰 건물로 꼽히는 전당을 제대로 굴릴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호랑이를 꿈꿔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아시아문화수도를 꿈꾸는 만큼 이에 걸맞은 규모로 출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바심도 숨기기 어렵다. 정부의 지원이 미지근해 전당을 꾸려 갈 돈과 사람이 태부족일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덩치가 산만 한 집을 세워 놓고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
목수는 돈과 시간, 기술만 있다면 얼마든지 큰 집을 지을 수 있다.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를 올리는 것도 너끈하다. 그렇지만, 고대광실(高臺廣室)의 칸을 채우지 못하고 텅텅 비워 둔다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모든 난관을 해결하는 것은 지역민들의 몫이다. 정부의 도움도, 외지인의 조언도 꼭 필요하지만 결국 우리가 나서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유니버시아드 이후 문화전당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운 잔치판을 여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U대회를 성공시켰던 참여정신으로 지혜를 발휘한다면 전당을 세계 명소를 가꾸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또 다른 축제의 문을 여는 열쇠, 바로 우리 손 안에 있다.
/uni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