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는 이겨냈지만 …
송 기 동
사회2부장
사회2부장
“보성녹차로 이겨 낸 메르스. 읍민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힘내십시오!”(보성 읍사무소 직원 일동)
“보성녹차가 청정 보성을 지켜 냈습니다.”(보성 차생산자 조합)
요즘 보성읍으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이러한 문구가 쓰인 격려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려있다. ‘중동 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에 따라 보성읍 한 마을이 외부와 12일 동안 통제됐다가 아무 탈 없이 해제된 것을 자축하는 문구이다.
지난 27일 보성 읍내에 자리한 녹차골 보성 향토시장을 찾았다. 원래 2·7일에 열리는 오일장이었으나, 리모델링 사업으로 지금은 아케이드 등을 갖춘, 현대화된 시장이다. 장날인 이날 장내는 주민들만 오가고 있었다. 유명 녹차밭 주차장 역시 10여 대의 차량만 주차돼 있을 뿐 한산했다.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이 감소한 데다 농·특산물 판매마저 부진해 보성 등 전남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이나 경기도 평택과 달리 메르스 감염 우려가 높지 않은데도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마저 기피당했던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보성읍 한 마을이 격리된 기간 동안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최근 들었다.
벌교 주부 4명이 그동안 꼭 가고 싶었던 완도 청산도 나들이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은 끝내 승선할 수 없었다. 보성에서 왔다는 것을 승선 수속 과정에서 알게 된 선사 측에서 주민들이 배에 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확진환자나 자가격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보성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또 한때 모 농산물 공판장에서는 보성에서 생산된 감자 등의 농산물 반입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돌았다. 공판장 측은 중간상인들에게 ‘경매인들이 보성 농산물을 꺼린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현재 보성 지역 확진확자는 완치돼 퇴원했고, 확산 우려 때문에 12일간 격리됐던 마을도 해제돼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한 경기 침체는 비단 보성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목포·순천 등 메르스 발생과 전혀 연관이 없는 전남 도내 유명 관광지 역시 관광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포시에 따르면 6월 목포항을 이용한 뱃길 여행객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0% 수준에 그쳤고, 목포역 KTX 이용객은 전월 대비 58%나 급감했다. 중국과 제주 관문으로 떠오른 무안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유커’(중국 관광객)들도 전월보다 70% 이상 감소했다.
산업연구원(KIET)은 ‘메르스 확산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가 3개월(6∼8월) 이어질 경우 최소 2조5612억 원에서 최대 4조6366억 원의 관광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발생 초기 생소했던 메르스는 이후 누구에게나 공포감을 안겼다.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확산된 데다 보건당국도 한동안 허둥거렸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도 억울한 일을 당해야 했다. 단지 병 치료를 위해 문제의 병원을 들렀거나 문병을 갔다 온 것뿐인데 ‘죄인’ 취급을 받았다. 정보 공개를 늦추는 바람에 생성된 괴담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아무리 첨단과학 시대라 해도 ‘과학’이 대중들의 잘못된 ‘편견’을 이기지 못했다. 이제 메르스로 인한 편향되고 집단적인 ‘편견’을 깨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스와 메르스 모두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따라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인간과 야생동물 간 직접적인 접촉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전파됐다고 한다.
이제 당면한 큰 문제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보성군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회천감자 직거래 장터를 여는 등 판매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순천시도 순천만정원 등 관광지 입장료를 할인하고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전통시장 장보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6월 22일)가 지난 요즘은 감자철이다.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농부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농·특산물을 재배해 수확했다. 메르스 사태가 아니라면 요즘 같이 가슴속이 타들어 가는 마음고생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전남 도내 농·특산물 사주기, 전통시장 장보기 등에 적극 동참해야 할 때다.
“보성녹차가 청정 보성을 지켜 냈습니다.”(보성 차생산자 조합)
요즘 보성읍으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이러한 문구가 쓰인 격려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려있다. ‘중동 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에 따라 보성읍 한 마을이 외부와 12일 동안 통제됐다가 아무 탈 없이 해제된 것을 자축하는 문구이다.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이 감소한 데다 농·특산물 판매마저 부진해 보성 등 전남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이나 경기도 평택과 달리 메르스 감염 우려가 높지 않은데도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마저 기피당했던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보성읍 한 마을이 격리된 기간 동안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최근 들었다.
또 한때 모 농산물 공판장에서는 보성에서 생산된 감자 등의 농산물 반입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돌았다. 공판장 측은 중간상인들에게 ‘경매인들이 보성 농산물을 꺼린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현재 보성 지역 확진확자는 완치돼 퇴원했고, 확산 우려 때문에 12일간 격리됐던 마을도 해제돼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한 경기 침체는 비단 보성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목포·순천 등 메르스 발생과 전혀 연관이 없는 전남 도내 유명 관광지 역시 관광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포시에 따르면 6월 목포항을 이용한 뱃길 여행객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0% 수준에 그쳤고, 목포역 KTX 이용객은 전월 대비 58%나 급감했다. 중국과 제주 관문으로 떠오른 무안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유커’(중국 관광객)들도 전월보다 70% 이상 감소했다.
산업연구원(KIET)은 ‘메르스 확산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가 3개월(6∼8월) 이어질 경우 최소 2조5612억 원에서 최대 4조6366억 원의 관광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발생 초기 생소했던 메르스는 이후 누구에게나 공포감을 안겼다.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확산된 데다 보건당국도 한동안 허둥거렸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도 억울한 일을 당해야 했다. 단지 병 치료를 위해 문제의 병원을 들렀거나 문병을 갔다 온 것뿐인데 ‘죄인’ 취급을 받았다. 정보 공개를 늦추는 바람에 생성된 괴담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아무리 첨단과학 시대라 해도 ‘과학’이 대중들의 잘못된 ‘편견’을 이기지 못했다. 이제 메르스로 인한 편향되고 집단적인 ‘편견’을 깨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스와 메르스 모두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따라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인간과 야생동물 간 직접적인 접촉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전파됐다고 한다.
이제 당면한 큰 문제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보성군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회천감자 직거래 장터를 여는 등 판매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순천시도 순천만정원 등 관광지 입장료를 할인하고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전통시장 장보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6월 22일)가 지난 요즘은 감자철이다.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농부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농·특산물을 재배해 수확했다. 메르스 사태가 아니라면 요즘 같이 가슴속이 타들어 가는 마음고생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전남 도내 농·특산물 사주기, 전통시장 장보기 등에 적극 동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