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량(狹量)의 자치에서 상생의 협치로
정 후 식
편집부국장
편집부국장
‘허송세월’이라는 말이 광주·전남 관가에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다. 신문 제목에도 대문짝만하게 등장하곤 했다. 주민의 부푼 기대를 안고 출범한 민선 지방자치 1기, 허경만 전남지사와 송언종 광주시장이 주요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던 시절을 두 사람의 성을 따 빗댄 것이다.
갈등은 전남도가 추진한 시·도 통합 논의가 도화선이 됐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장 선임문제로 시·도관계는 더욱 냉각됐다. 지하철 도청역 공사를 전남도가 반대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동복댐 상수원 보호구역 확대 지정, 전남도청 이전부지 내 5·18 기념광장 조성 등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대화의 창구조차 꽉 막혀있었다. 광주대도시권 행정협의회라는 공식 협의기구가 있었는데도 머리조차 맞대지 않았다. 양 시·도에 관련된 광역적인 시책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화합과 협력보다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3년이었다.
민선 2기 고재유 시장과 허경만 지사 시절에는 잠시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광역행정협의회를 열어 시·도 분리 이후 10여 년간 난항을 겪던 현안들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상무지구 5·18기념공원 내 도유지 무상인계나 주암호 수질보전 대책비 지원 등 양보가 필요한 부분은 서로 통 크게 맞교환하는 빅딜도 성사됐다.
하지만 협력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민선 3기 전반기에는 ’팍팍(한) 세월‘이라는 신조어가 지역 정치권에 나돌았다. 박광태 시장과 박태영 지사의 영문 성(Park)을 딴 비유였다. 시·도가 세계박람회 유치, 정부지방합동청사 신축, 경륜장 유치, 국립문화재연구소 설치 등 4대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는데 대한 성토가 담긴 것이었다.
지난 6월30일 나란히 퇴임한 강운태 시장과 박준영 지사가 이끌어온 민선 5기 광주·전남 광역행정도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공항 문제나 영산강사업, 무등산 개발, 5·18역사왜곡 대처 등을 놓고 엇박자가 계속됐다. 단체장들의 불화 속에 협력보다는 애써 ‘외면하기’가 대세를 이뤘다.
불씨를 누가 제공했건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는 재선을 노렸던 강 시장의 득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게 틀림없다.(박 지사야 3선 연임을 다해 상관없었겠지만)
광주시와 전남도의 광역행정사에서 협력이 가장 원활하게 이뤄졌던 시기는 아마도 민선 3기 후반부터 민선 4기까지였을 것이다. 그 상징이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다. 박광태 시장과 박준영 지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시·도가 공동으로 인접지역인 나주에 16개 이전기관을 통째로 유치해 미래 성장거점을 마련했다. 이는 상생발전을 염원하는 지역주민의 사회적 합의와 이를 이끌어낸 두 단체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과정에서도 상대지역 시설을 활용키로 하는 등 힘을 보탰다. 통 큰 양보와 배려가 오갔던 시절이다.
민선 6기 출범에 맞춰 지방자치 20년째를 맞는 시·도의 광역행정사를 되돌아보는 이유는 지금 광주·전남이 살길은 협력과 상생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및 예산 홀대 속에서 갈수록 위축되는 호남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하면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사람중심 생명도시, 더불어 사는 광주’를 정책 비전으로 내세워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윤장현 광주시장이나 ‘행동하는 혁신 도지사’를 역설하며 활력과 매력, 온정이 넘치는 전남 만들기에 나선 이낙연 전남지사의 취임으로 시정과 도정은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윤 시장과 이 지사 모두 광주·전남의 정책공조와 공동발전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 시절부터 신(新)영산강시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빛가람혁신도시, 무안공항 활성화 등 상생을 위한 7대 공동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아가 이 지사는 언론인터뷰에서 ‘혁신도시 정신’을 강조하며 “윤 시장을 자주 만나 ‘윤·이 나는’ ‘이·윤이 남는’ 광주·전남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광주·전남은 한 뿌리다.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이젠 지역이기주의에 기반한 협량(狹量)의 자치를 극복해야 한다. 상생은 힘이 세다. 시·도의 협치(協治)로 지역 경쟁력과 행정의 효율성, 규모의 경제효과를 높이고 주민 삶의 질까지 끌어올리는 민선 6기를 고대한다.
갈등은 전남도가 추진한 시·도 통합 논의가 도화선이 됐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장 선임문제로 시·도관계는 더욱 냉각됐다. 지하철 도청역 공사를 전남도가 반대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동복댐 상수원 보호구역 확대 지정, 전남도청 이전부지 내 5·18 기념광장 조성 등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민선 2기 고재유 시장과 허경만 지사 시절에는 잠시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광역행정협의회를 열어 시·도 분리 이후 10여 년간 난항을 겪던 현안들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상무지구 5·18기념공원 내 도유지 무상인계나 주암호 수질보전 대책비 지원 등 양보가 필요한 부분은 서로 통 크게 맞교환하는 빅딜도 성사됐다.
지난 6월30일 나란히 퇴임한 강운태 시장과 박준영 지사가 이끌어온 민선 5기 광주·전남 광역행정도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공항 문제나 영산강사업, 무등산 개발, 5·18역사왜곡 대처 등을 놓고 엇박자가 계속됐다. 단체장들의 불화 속에 협력보다는 애써 ‘외면하기’가 대세를 이뤘다.
불씨를 누가 제공했건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는 재선을 노렸던 강 시장의 득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게 틀림없다.(박 지사야 3선 연임을 다해 상관없었겠지만)
광주시와 전남도의 광역행정사에서 협력이 가장 원활하게 이뤄졌던 시기는 아마도 민선 3기 후반부터 민선 4기까지였을 것이다. 그 상징이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다. 박광태 시장과 박준영 지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시·도가 공동으로 인접지역인 나주에 16개 이전기관을 통째로 유치해 미래 성장거점을 마련했다. 이는 상생발전을 염원하는 지역주민의 사회적 합의와 이를 이끌어낸 두 단체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과정에서도 상대지역 시설을 활용키로 하는 등 힘을 보탰다. 통 큰 양보와 배려가 오갔던 시절이다.
민선 6기 출범에 맞춰 지방자치 20년째를 맞는 시·도의 광역행정사를 되돌아보는 이유는 지금 광주·전남이 살길은 협력과 상생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및 예산 홀대 속에서 갈수록 위축되는 호남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하면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사람중심 생명도시, 더불어 사는 광주’를 정책 비전으로 내세워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윤장현 광주시장이나 ‘행동하는 혁신 도지사’를 역설하며 활력과 매력, 온정이 넘치는 전남 만들기에 나선 이낙연 전남지사의 취임으로 시정과 도정은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윤 시장과 이 지사 모두 광주·전남의 정책공조와 공동발전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 시절부터 신(新)영산강시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빛가람혁신도시, 무안공항 활성화 등 상생을 위한 7대 공동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아가 이 지사는 언론인터뷰에서 ‘혁신도시 정신’을 강조하며 “윤 시장을 자주 만나 ‘윤·이 나는’ ‘이·윤이 남는’ 광주·전남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광주·전남은 한 뿌리다.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이젠 지역이기주의에 기반한 협량(狹量)의 자치를 극복해야 한다. 상생은 힘이 세다. 시·도의 협치(協治)로 지역 경쟁력과 행정의 효율성, 규모의 경제효과를 높이고 주민 삶의 질까지 끌어올리는 민선 6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