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예회관의 굴욕
지난 27일 밤 중국 상하이 중심가에 위치한 상하이 음악당(Shanghai Concert hall). 상하이 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양 양의 손을 잡고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등장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본명 장영주)이다. 이날 사라 장은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사무엘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14’를 협연해 1200여 명의 관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상하이 출장길에 사라 장의 공연을 접한 기자 역시 진한 감동에 푹 빠졌다. 하지만 이날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상하이 음악당의 빼어난 음향시설이었다. 건립된 지 80여 년이 넘었지만 ‘고른’ 음향 전달과 최첨단 무대시설은 공연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악기였다.
사실 상하이 음악당이 처음부터 명품 공연장이었던 건 아니다. 지난 1930년 2층 규모의 영화관으로 건립된 음악당은 지난 2002년 인근에 고가도로가 추진되면서 철거위기에 놓였었다. 하지만 근대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 전체를 하루에 5cm씩 60일간 현재의 위치로 옮기는 ‘마법같은’ 리모델링 끝에 지난 2003년 6월 클래식 전용홀로 재탄생했다.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29일), 광주문예회관에서 피아니스트 시몬 디너스틴 연주회를 관람했다. 그녀는 다소 생소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우아한 연주로 들려줘 ‘바흐 스페셜리스트’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날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광주문예회관의 30년 넘은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속을 썩이는’ 바람에 리허설을 예정보다 2시간 늦게한 탓이다. 그녀의 공연을 돕기 위해 함께 온 피아노 조율사는 너무 오래된 데다 수 년전 스타인웨이 정품이 아닌 값싼 부품으로 교체돼 ‘상태’가 좋지 않은 피아노를 조율하느라 3시간을 매달렸다. 통상 피아노 수명이 15년 남짓(하루 4∼6시간 연주)임을 감안하면 예견된 결과다. 게다가 광주문예회관이 클래식 전용홀이 아니어서 ‘최적의 음향조건’으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시몬 디너스틴은 공연 내내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연주했다. 하지만 그녀가 무대뒤에서 겪은 ‘과거’(?)를 알고 있는 기자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난 1991년 광주 유일의 다목적 공연장으로 개관한 이후 음향과 시설 면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지만 그때마다 ‘땜질’처방으로 그친 광주문예회관의 남루한 처지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변변한 클래식 전용홀 하나 없는 광주. 30년 지난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버티는 광주문예회관. 아시아 문화허브를 꿈꾸는 예향의 현실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사실 상하이 음악당이 처음부터 명품 공연장이었던 건 아니다. 지난 1930년 2층 규모의 영화관으로 건립된 음악당은 지난 2002년 인근에 고가도로가 추진되면서 철거위기에 놓였었다. 하지만 근대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 전체를 하루에 5cm씩 60일간 현재의 위치로 옮기는 ‘마법같은’ 리모델링 끝에 지난 2003년 6월 클래식 전용홀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이날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광주문예회관의 30년 넘은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속을 썩이는’ 바람에 리허설을 예정보다 2시간 늦게한 탓이다. 그녀의 공연을 돕기 위해 함께 온 피아노 조율사는 너무 오래된 데다 수 년전 스타인웨이 정품이 아닌 값싼 부품으로 교체돼 ‘상태’가 좋지 않은 피아노를 조율하느라 3시간을 매달렸다. 통상 피아노 수명이 15년 남짓(하루 4∼6시간 연주)임을 감안하면 예견된 결과다. 게다가 광주문예회관이 클래식 전용홀이 아니어서 ‘최적의 음향조건’으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시몬 디너스틴은 공연 내내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연주했다. 하지만 그녀가 무대뒤에서 겪은 ‘과거’(?)를 알고 있는 기자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난 1991년 광주 유일의 다목적 공연장으로 개관한 이후 음향과 시설 면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지만 그때마다 ‘땜질’처방으로 그친 광주문예회관의 남루한 처지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변변한 클래식 전용홀 하나 없는 광주. 30년 지난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버티는 광주문예회관. 아시아 문화허브를 꿈꾸는 예향의 현실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