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그날 ‘희망’을 쐈다
지난 5일 밤 9시 광주문예회관 대극장. 필리핀 가수 지넬 비하그 롤댄이 자국의 전통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실룩 거리며 등장하자 객석 여기 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관객들의 격한 ‘리액션’에 자신감을 얻은 가수는 전통민요 ‘오르데에’를 열창하며 오케스트라와 함께 멋진 공연을 선사했다. 낯선 타국에서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 하는 해외거주 필리핀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내용의 노래였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객석의 관객들은 난생 처음 들어본 필리핀 민요에 장단을 맞추며 한마음으로 무대를 즐겼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싱가포르 가수 카이룰 아프완 로히쟌의 ‘싱가푸라’ 공연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 싱가포르를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노래는 깊은 인상을 주었다. 비록 가사의 내용은 잘 모르지만 서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오케스트라 연주는 관객들을 무대안으로 빨아 들였다. 싱가포르 사람들의 애창곡이 광주에서도 ‘통하는’ 순간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아시아 전통오케스트라의 이날 공연은 감동과 소통의 무대였다. 아시아 오케스트라는 한국의 가야금, 미얀마의 사웅, 인도네시아의 감방 등 11개국 52종 79개 전통악기로 구성된, ‘세상에 하나 뿐인’ 다국적 교향악단. 오는 2015년 개관하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상설 콘텐츠로 키우기 위해 지난 2009년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공식출범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피날레 무대 ’사랑해요 아시아’였다.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의 한국어 가사를 아시아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 구성한 곡은 한국의 휘모리 장단에 각국의 민요선율을 입혔다. 음악과 함께 무대 상단의 스크린에 각국의 언어가 비치자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했다.
이날 아시아 오케스트라 공연은 ‘갈 길 잃은’ 아시아 문화전당에게 한줄기 빛을 던졌다. 지난 4월 아시아 문화개발원이 내놓은 전당의 콘텐츠가 구체성과 대중성이 결여돼 시민들과 소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광주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전당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로 승부한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이런 기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함께 공연장에 간 지인이 한마디 건넨다. “이런 게 광주에 사는 즐거움 아닐까.”
〈편집국 부국장·문화선임기자〉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피날레 무대 ’사랑해요 아시아’였다.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의 한국어 가사를 아시아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 구성한 곡은 한국의 휘모리 장단에 각국의 민요선율을 입혔다. 음악과 함께 무대 상단의 스크린에 각국의 언어가 비치자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했다.
이날 아시아 오케스트라 공연은 ‘갈 길 잃은’ 아시아 문화전당에게 한줄기 빛을 던졌다. 지난 4월 아시아 문화개발원이 내놓은 전당의 콘텐츠가 구체성과 대중성이 결여돼 시민들과 소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광주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전당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로 승부한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이런 기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함께 공연장에 간 지인이 한마디 건넨다. “이런 게 광주에 사는 즐거움 아닐까.”
〈편집국 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