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민심, 그리고 표심
정 후 식
정치부장·편집부국장
정치부장·편집부국장
민선 지방자치 5기가 저물어간다. 10개월 후면 임기 만료다. 내년 6·4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개시까지는 5개월 남짓 남았다. 자치단체장들은 취임 이후 행정을 되돌아보며 내실 있게 갈무리해야 할 때다. 한편으론 초조하고 조바심내기 쉬운 시기다. 다가올 선거 걱정이 앞서는 경우다. 현역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여론과 민심의 동향에 일희일비하며 예민하게 반응한다.
여론은 과학성과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 그 형성 과정은 논리적이다. 여론조사는 이런 전제하에 선거 예측 수단으로 즐겨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선 유독 심하다. 정당의 대통령 후보는 물론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후보를 뽑는데도 활용된다. ‘선거여론조사 공화국’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 결과는 어떤가. ‘박근혜 당선, 문재인 낙선’으로 막을 내린 지난해 대선 당일 상당수 여론조사는 빗나갔다. 2010년 지방선거 결과도 예측조사와 달리 ‘여당 패배, 야당 승리’로 마감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직전 여론조사에선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두 사안 모두 확정·의결된 이후 민심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요동쳤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데는 방법상의 한계가 먼저 거론된다. 휴대전화 가입자를 제대로 포함하지 못하는 등 기술적 오류다. ‘침묵의 나선효과’도 작동한다. 조사자의 구미에 맞게 조작도 가능하다. 질문을 조금만 바꿔도 결과는 달라진다. 표본 추출도 문제다. 곳곳에 함정이 있다.
그렇다 보니 민심의 흐름을 놓친 여론조사가 많고, 국민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거 때면 정당이나 언론사들이 여론조사에 기대는 것은 대체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광주시가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주요 정책에 대해 여론조사를 거치기로 했다. 지역사회 갈등이 예견되거나 시민 의견수렴이 필요한 현안이 그 대상이다. 강운태 시장은 민선 5기 4년차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시민여론조사 제도화’로 ‘시민주권시대’를 열겠다는 취지다.
지난달에는 그 첫 사례로 광주 새 야구장 명칭, 전일빌딩 존치 여부, 특급호텔 인센티브 부여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수영대회 공문서 위조를 둘러싼 정부와 광주시간 공방이 한창이던 이달 초에는 외부기관 자료임을 전제로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보도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조사 내용에는 설문에 부치기에 부적절한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여론몰이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오류와 왜곡 우려가 제기되는 여론조사에 기대는 행정은 정도가 아니다. 자칫 시정이 인기 위주로 흐를 위험도 있다. 어디까지나 참고용일뿐 행정가나 전문가 집단의 식견이 필요한 분야까지 확대하면 곤란하다.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이나 정책은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설명회와 공청회를 통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강 시장은 지난 3년여간 ‘시민이 행복한 창조도시’를 기치로 난마처럼 얽혀있던 지역현안들을 풀어냈다. 문화전당 건립 공사 재개와 새 야구장 건립, 재건축을 통한 U대회 선수촌 조성이 대표적이다.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5·18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큰 성과다.
반면 총인시설 비리와 갬코 사태에 이은 세계수영대회 공문서 위조는 오점으로 남게 됐다. ‘일 중독’ 평가를 받을 만큼 고군분투하면서도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애가 타는 대목이지만 공과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의 몫이다.
공중의 의견을 집약한 여론에 비해 민심과 표심은 감성적이고 직관적 요소가 다분하다. 따라서 변화를 예측하기가 훨씬 힘들다. 정치인이라면 여론이든, 민심이든, 표심이든 무시할 수 없다. 가벼이 여겨서도 안된다. 하지만 쏠림은 경계해야 한다.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남은 기간 주민과의 약속을 알차게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선거운동일 것이다.
/who@kwangju.co.kr
그 결과는 어떤가. ‘박근혜 당선, 문재인 낙선’으로 막을 내린 지난해 대선 당일 상당수 여론조사는 빗나갔다. 2010년 지방선거 결과도 예측조사와 달리 ‘여당 패배, 야당 승리’로 마감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직전 여론조사에선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두 사안 모두 확정·의결된 이후 민심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요동쳤다.
그렇다 보니 민심의 흐름을 놓친 여론조사가 많고, 국민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거 때면 정당이나 언론사들이 여론조사에 기대는 것은 대체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광주시가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주요 정책에 대해 여론조사를 거치기로 했다. 지역사회 갈등이 예견되거나 시민 의견수렴이 필요한 현안이 그 대상이다. 강운태 시장은 민선 5기 4년차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시민여론조사 제도화’로 ‘시민주권시대’를 열겠다는 취지다.
지난달에는 그 첫 사례로 광주 새 야구장 명칭, 전일빌딩 존치 여부, 특급호텔 인센티브 부여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수영대회 공문서 위조를 둘러싼 정부와 광주시간 공방이 한창이던 이달 초에는 외부기관 자료임을 전제로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보도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조사 내용에는 설문에 부치기에 부적절한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여론몰이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오류와 왜곡 우려가 제기되는 여론조사에 기대는 행정은 정도가 아니다. 자칫 시정이 인기 위주로 흐를 위험도 있다. 어디까지나 참고용일뿐 행정가나 전문가 집단의 식견이 필요한 분야까지 확대하면 곤란하다.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이나 정책은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설명회와 공청회를 통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강 시장은 지난 3년여간 ‘시민이 행복한 창조도시’를 기치로 난마처럼 얽혀있던 지역현안들을 풀어냈다. 문화전당 건립 공사 재개와 새 야구장 건립, 재건축을 통한 U대회 선수촌 조성이 대표적이다.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5·18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큰 성과다.
반면 총인시설 비리와 갬코 사태에 이은 세계수영대회 공문서 위조는 오점으로 남게 됐다. ‘일 중독’ 평가를 받을 만큼 고군분투하면서도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애가 타는 대목이지만 공과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의 몫이다.
공중의 의견을 집약한 여론에 비해 민심과 표심은 감성적이고 직관적 요소가 다분하다. 따라서 변화를 예측하기가 훨씬 힘들다. 정치인이라면 여론이든, 민심이든, 표심이든 무시할 수 없다. 가벼이 여겨서도 안된다. 하지만 쏠림은 경계해야 한다.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남은 기간 주민과의 약속을 알차게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선거운동일 것이다.
/wh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