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버넌’ 신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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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버넌’ 신화를 보고 싶다
2009년 09월 07일(월) 00:00
미국 워싱턴 D.C에서 남쪽으로 26km 정도 내려가면 마운트 버넌(Mount Vernon)이란 사적지가 나온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1732∼1799)의 생가다. 평소 마운트 버넌이 미국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정도로 워싱턴 대통령이 애착을 가졌던 곳이다. 실제로 지난 1797년 두 번의 대통령 임기를 마친 그는 ‘한번 더’를 외치는 국민의 바람을 뒤로하고 이곳에 내려와 여생을 보냈다.

하지만 워싱턴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자 마운트 버넌도 이내 시들해졌다. 생가, 농장, 정원 등 8천에이커에 이르는 광활한 저택이 유가족의 관리 소홀로 훼손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계절 꽃으로 가득했던 정원은 잡초들로 우거졌고 워싱턴의 유품과 가구들은 분실되거나 파손됐다. 수십여 년이 지나면서 주인 잃은 마운트 버넌은 미국인들의 기억속에 사라져갔다.

마운트 버넌의 ‘몰락’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 했던 사람은 인근에 사는 앤 파멜라 커닝햄(1816∼1875)이라는 여성이었다. 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그녀는 힘들때 마다 마운트 버넌을 빚낸 워싱턴 대통령을 떠올리며 이겨냈다.

마운트 버넌의 재건에 올인하기로 한 그녀는 한 신문에 쓴 ‘남부의 여성들에게(The Ladies of the South)’라는 기고에서 모금운동을 제안했다.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남부 여성들에게 전해져 기부금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일부 뜻있는 여성들은 ‘ 마운트 버넌 여성협회’(여성협회)를 결성해 워싱턴 생가의 지킴이로 나섰다. 매일 수십여명의 회원들이 마운트 버넌을 쓸고 닦았다. 마침내 1960년 회원들은 연방정부로부터 마운트 버넌을 국가유적지로 지정받는 쾌거를 이뤘다.

연중 무휴로 개방되는 이곳에는 매일 수십여명의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방문객들을 맞는다. 마운트 버넌의 입장료는 성인 1인당 15달러.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매년 100만명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는다. 연 100만명의 방문객 가운데 약 30%는 외국인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워싱턴 대통령의 정신과 업적을 충실하게 담아낸 문화 콘텐츠 덕분이다. 200년 전의 거실과 서재, 심지어 화장실까지 고스란히 갖춰 놓은데다 맨션투어, 전시회, 음악회, 체험학습 등이 연중 펼쳐져 ‘문화상품’으로 손색이 없다.

최근 광주·전남 지자체들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리는 추모사업을 잇달아 발표했다. 전남도는 신안 하의도 DJ 생가 주변 정비사업을 시작으로 목포 노벨기념관, 김대중 광장 조성, 함평 인동초 공원조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시도 김 전 대통령의 생애를 기리는 국제학술대회와 김대중컨벤션센터내 김대중홀을 기념관 수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이들 지자체의 추모사업은 후손들에게 DJ의 숭고한 정신과 업적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다. 쇠락해가는 워싱턴의 생가를 ‘글로벌 유적지’로 되살려낸 주인공은 바로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머지 않아 하의도 생가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한국판 ‘마운트 버넌 신화’를 기대한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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