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키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불법 시설물이었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실상 ‘인재’ 확인
공사비 아끼려 설치 대참사 불러…국토부·공항공사, 보완 요청 외면
2026년 03월 10일(화) 20:55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가 사고 당시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일보 DB>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콘크리트 둔덕이 공사비를 아끼려다 만든 불법 시설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불법을 방치해 179명이 숨진 대참사가 사실상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공항 활주로는 설계 당시부터 잘못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1999년부터 추진된 무안공항 신설사업은 같은해 10월 실시설계(턴키공사)방식으로 추진됐다. 설계 당시 종단안전구역을 착륙대 끝 부분으로부터 240m까지 설정할 수 있다는 검토의견이 제시됐지만, 정작 로컬라이저를 활주로 끝부분에서부터 207m 떨어진 곳에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이는 당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권고기준인 240m보다 짧은 지점이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사 결과 무안공항은 공사비를 줄이려다보니 로컬라이저가 둔덕 형태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로컬라이저는 전파를 발사해 비행기 활주로 중심선 위치를 알려주는 항행안전시설이다.

로컬라이저는 착륙한 항공기의 손상을 줄이고자 착륙대 이후에 설정한 구역(종단안전구역) 뒤에 자리 잡는데, 전파 송신을 원활하게 하려면 활주로 최상단부보다 위치가 다소 높아야 한다. 그런데 종단구역에 대한 토공사를 줄이다보니 지면을 평평하게 하지 않고 하방으로 과도하게 경사지게 만드면서 로컬라이저 둔덕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천공항은 종단안전구역의 경사도가 0.55%이기 때문에 로컬라이저 위치를 높이기 위한 높은 둔덕이 필요없다.

하지만 무안공항은 토공사 비용를 줄이려다보니 종단안전구역 경사가 1%로 높았고, 로컬라이저가 세워질 지면의 높이가 활주로보다 낮아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활주로 최상단부 보다 높게 로컬라이저를 위치시키려 기초 구조물을 만들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콘크리트 기초 및 둔덕을 조성하게 됐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애초 로컬라이저 기초 구조물도 하자 시설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업체는 1999년 10월께 실시설계보고서와 달리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을 부러지기 쉬운 소재가 아닌 직사각 형태의 철근콘크리트 기둥 형태로 만들었다.

특히 이 철근콘트리트는 최초 설계보다 7.5㎝보다 높은 지면에서 90㎝ 돌출되도록 수정됐는데, 취약성에 대한 검토 없이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은 위험성을 내재한 채 운영됐지만 이후 로컬라이저 콘크리트는 더욱 단단해졌다.

한국공항공사는 2019년부터 ‘항행안전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공항공사는 2020년 기존 로컬라이저의 손상부분을 잘라내고 철근콘크리트를 보강하는 내용의 개량사업 실시 설계를 ‘적정’하다고 인정해 준공 처리했다. 이후 2023년 시공업체는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에 대한 시공이 어렵다는 이유로, 설계에 반영된 30㎝ 두께의 철근콘크리트 바닥 기초 하부에 추가로 40㎝ 높이 철근콘크리트를 보강했다.

이로써 둔덕 경사면의 콘크리트 두께는 70㎝까지 늘어났다. 무엇보다 설계를 바꾸면서 취약성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고 변경 시공방안을 아무런 검토 없이 구두로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단단하고 높은 콘크리트 둔덕에 항공기가 충돌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위험한 둔덕을 개선할 기회를 외면했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개항 전인 2007년 공항공사와 합동조사를 한 뒤 공항운영증명 발급을 위한 사전 예비검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공항공사가 종단안전구역에 위치한 둔덕에 대해 보완요청을 했지만 묵인했다.

또 2008년 이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종단안전구역의 경사도가 적절하고, 설치된 시설이 충격 시 부러지기 쉬운 형태로 설치돼 있다는 현장점검 결과에 따라 검사를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2013년에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종단경사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직접 확인하고도 오히려 종단안전구역을 축소해 재 설정하도록 통보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대 들어서 추진된 항행안전시설 현대화 사업 당시에도 국토부 지방항공청은 공항공사로부터 설계도서 등을 제출받아 현대화사업실시계획을 검토하면서 기존 로컬라이저가 문제 없다고 봤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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