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민주주의 - 김지을 사회부장
2026년 03월 10일(화) 00:20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할 확률 85%.’ 미국의 45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인 2016년 11월 8일,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헤드라인이었다. 전국적으로 평판이 높은 10개 조사 기관 중 9개가 힐러리 승리를 점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가 승리했다. 미국 여론조사 역사에서 최악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여론조사가 얼마나 정확했는지 따져볼 수 있는 여론조사가 선거 여론조사다. 선거 결과와 선거 여론조사 예측이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의 위력은 상당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론이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지는 추세인데다 여론조사 결과 자체가 사실상 국민 여론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이 맘때,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남용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당들이 상향식 공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여론조사 결과를 공천에 반영하면서다. 6월 3일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도 벌써 866건이나 진행됐다.

‘한국의 여론조사, 실태와 한계 그리고 미래’라는 책은 후보 지지도 조사의 경우 판세를 엿볼 수 있는 정보 수준을 넘어 유권자들의 후보들에 대한 지지 변화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당선 가능성이 큰 선두 주자에게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은 점차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유권자들에게 잊히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과학적 여론조사의 중요성과 정확성이 요구되지만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특히 ‘명태균 사건’을 통해 여론조사가 인위적으로 조작 가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는 게 절실한 시점이다.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광양시장 적합도 여론조사를 비롯해 2건의 여론조사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도 지역민 민원을 고려한 조치로, 자칫 유권자들의 판단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경찰도 뒷짐만 질 게 아니다.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 지역민 불신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여론조사 공화국’인 나라, 여론이 민주주의인 시대다.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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