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농지 전수 조사로 발본색원?
[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위법 땐 처분명령 등 강력 조치…농지 관리 전반 손질 주장도
2026년 03월 09일(월) 15:55
/클립아트코리아
땅 주인과 실제 경작자 간 임차료 갈등이나 농민에게 주는 직불제 같은 지원금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은 흔하다. 땅만 소유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이른바 ‘가짜 농부’가 정책 허점을 파고들어 경작자에게 음성적 계약을 강요하는 것도 현실이다. 직불제만이 아니라 농민 기본소득과 태양광 지원 등 새로운 정책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농지 절반 정도는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고, 그 규모만큼 임차농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농업인의 투기목적 농지 소유가 문제 되고 있다. 농지 소유자와 경작자의 불일치에서 온 것들이다.

우리 농업 운영의 토대인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업인이 아닌 이의 투기적 농지 소유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과 농지법 규정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1987년 명문화한 헌법 제121조는 농지의 소유자격을 원칙적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농지법 제6조 1항에 따라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이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재지주를 금지하고, 동시에 소작을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1996년 개정된 농지법에 따라 도시거주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됐으며, 2003년부터는 ‘주말농장’ 제도가 도입돼 비농업인이 농지를 주말, 체험영농 등의 목적으로 취득하고자 하면 세대당 1000㎡(약 300평) 미만의 범위에서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한데 헌법으로 명문화한 지 40여 년이 지난 시점에 이 원칙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에 전국 농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농지도 투기 대상이 돼 가격이 비싸다면서 농지전수조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위법 행위에 대해 농지 처분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해마다 일부 농지(전체 필지의 10% 수준)를 대상으로 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전체 농지를 조사하는 것은 1949년 농지개혁 이후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농지의 소유·거래·이용·전용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농지 소유자의 농업경영 여부를 조사해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 등을 적발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나 관외 거주자가 취득한 농지 등을 자세히 조사한다.

지난 2019∼2023년 5년간 진행된 농지 이용 실태조사에서 농지 처분명령을 받은 이는 7722명에 달한다. 연평균 1500명 이상이다. 처분명령 대상 농지 면적은 917㏊(헥타르·1㏊는 1만㎡)로 여의도 면적(290㏊)의 3배 이상이었다. 이번에 전수조사가 이뤄지면 위반 적발 사례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농업계는 전수조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류 등 증빙을 거쳐 농지를 취득·소유한 이들이 진짜 농부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땅 주인이 불법 임대차가 적발될까 임차농을 쫓아낼 우려도 있다. 또 처분 명령을 받아 농지를 매물로 내놓는다고 해도 거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수조사가 위반 적발과 강제 매각 명령에만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매각 명령을 내린 농지를 국가에서 매입해 농지은행에 비축하고, 임차농에게 장기 임대나 우선 분양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농지 관리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느슨해졌고 농지 보유의 형식과 절차도 문란해진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농지는 국가 식량안보에서 중요한 자원이자 최후의 보루라는 점은 바꿀 수 없는 진리다. 투기는 막돼 빠른 고령화와 지역 소멸을 고려한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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