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 신안선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2026년 03월 09일(월) 00:20
1975년 8월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신안선은 동아시아 해양 실크로드 무역을 증명하는 선박이다. 중국과 고려, 일본을 오가던 중국 원나라 무역선으로 1323년 중국 복건성 천주항을 거쳐 절강성 영파항에서 최종적으로 물건을 싣고 출항해 신안 앞바다에 침몰했다. 이 배는 중국제 도자기를 비롯해 생활 용품까지 화물 2만3000여점을 적재한 14세기 해양교류의 타입캡슐로 불린다.

신안선 적재물품 가운데 자단목(紫檀木)은 애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활발하게 조명되고 있다. 배 밑바닥에서 발견된 자단목은 1000여 점에 달했으며 대부분 껍질이 벗겨진 원목 형태였다. 인도와 스리랑카가 원산지로 알려진 자단목은 붉은색이 감도는 단단한 목재로 중국과 일본에서 고급가구나 불교용품 제작에 쓰였다. 중국에서는 불상을 만들었고, 일본 황실 보물창고인 정창원(正倉院)에는 자단목으로 만든 비파가 전해져오기도 한다.

자단목은 당시 교역의 실상을 엿볼 수 있는 풍성한 문자 자료를 품고 있다. 글씨와 문양 등이 새겨진 자단목은 482점에 달한다. 로마 숫자가 새겨진 것이 241점으로 가장 많고 한자 160점, 문양 66점 순이다. 김병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다양한 부호와 문자가 있는 것으로 미뤄 자단목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소유였을 것”이라며 “신안선 선장과 선단주는 여러 상인의 부탁을 받아 자단목을 선적했고, 수입상이나 대리인 또는 하주를 표시하기 위해 숫자나 기호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순일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품(品)자로 해석했던 문양, 클로버, 육각형 문양 등 상당수가 중세 일본의 무사 및 유력가문의 문장(紋章)이나 가장(家章)일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 가마쿠라 막부(1185∼1333) 말기의 여러 세력이 중개무역에 관여한 방증이라는 것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수중 발굴 50주년을 기념해 오는 25∼27일까지 목포 연구소에서 신안선 자단목을 공개한다. 9월에는 자단목을 주제로 한 특별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하니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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