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각사] 번잡한 도심에 쉼표 하나 … 무각사, 다시 품을 내어주다
갤러리·카페, 팬데믹 후 2년간 시설 보수
지난달 5000일 기도 회향 맞춰 재개관
황영성 화백 49재 추모기획전 열어 ‘의미’
올 9월 광주비엔날레 기간 전시장 변신
대형 전시장에 높은 층고, 작가들에 영감
종교-예술로 치유…시민들의 문화 휴식처
지난달 5000일 기도 회향 맞춰 재개관
황영성 화백 49재 추모기획전 열어 ‘의미’
올 9월 광주비엔날레 기간 전시장 변신
대형 전시장에 높은 층고, 작가들에 영감
종교-예술로 치유…시민들의 문화 휴식처
![]()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에 자리한 무각사는 도심 속 사찰로 오랫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리창을 통해 대나무 숲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내부 모습.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세월가면 그때는 알게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후렴)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 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지난달 7일 오전 광주 무각사 법당에서는 신도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귀에 익숙한 가요 ‘바람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장장 19년간 이어온 무각사 주지 청학 스님의 ‘금강경 독송 5000일 기도 회향’을 축하하기 위해 합창단원들이 스님의 애창곡을 부른 것이다. 지난 2007년 8월 주지로 부임한 날 시작된 기도는 매일 새벽 4시, 오전 10시, 오후 6시 하루 세차례 1시간 30분씩 108배와 금강경을 독송하며 5000일을 채운 뜻깊은 시간이었다.
◇5000일 기도 회향 맞춰 재개관
하지만 이날은 스님 뿐만 아니라 무각사에게도 특별한 자리였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2년에 걸친 갤러리 등의 시설보수를 마치고 예전의 ‘도심속 문화사찰’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는 9월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의 전시장으로도 변신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문화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내부시설 보수로 오랫동안 도시의 문화쉼터로 사랑을 받아온 무각사 갤러리가 긴 휴식기에 들어가자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특히 이번 무각사 갤러리의 재개관은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황영성(1941~2025) 화백의 추모기획전(2월13일~3월31일)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지난 2017년 생전 황 화백이 무각사에 ‘천수천안관음탱화’와 ‘반야심경’을 기증할 만큼 각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무각사에 자주 들러 청학 스님과 담소를 나누며 교류했던 황 화백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49재일에 맞춰 무각사 갤러리의 첫 재개관전으로 기획전을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도심 속 사찰’ 무각사는 광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힐링 장소다. 번잡한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늘 ‘그자리’에서 따뜻하게 품을 내준다. 신록이 우거지는 5월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심을 전하려는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광주비엔날레의 파빌리온 전시장으로 관람객들과 만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23년 무각사와 비엔날레는 지역 문화예술 발전 기여, 상호 사업을 위한 전시공간 및 부대행사 공간 대관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하고 비엔날레 기간 동안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사찰이라는 특수성과 빼어난 공간미로 타 지역 관람객들은 물론 비엔날레 참여작가와 외국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9월에는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변신
무각사 갤러리가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각광받는 데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구조에 있다. 무각사 갤러리는 지난 2021년 기존 북카페와 갤러리를 통합한 리모델링을 통해 3개의 전시관으로 탄생했다. 지하 1층 전시장은 스펙터클한 전시연출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1층 전시장이 일반적인 화이트큐브라면 지하 1층은 내부에 설치된 가벽과 높은 층고가 인상적인 공간이다. 대형 전시장의 ‘스케일’은 회화 작가는 물론 설치작가들에게도 예술적 영감을 선사할 만큼 매력적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유리창 넘어 빽빽하게 늘어선 대나무 숲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무각사가 1년 여 동안 리모델링을 통해 경내의 대나무 숲 풍경을 전시관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새롭게 단장한 공간이다. 창가 앞에는 나무 재질의 긴 탁자가 자리하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차 한잔을 마시며 창밖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전의 북카페가 주로 차를 마시는 사교의 공간이었던 탓에 번잡한 느낌을 주었다면 지금의 전시관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그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무각사의 주지 청학스님이 오래 전부터 ‘공간 재구성’에 공을 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전시관에서 나오면 또 하나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옛 무각사 주차장에 자리하고 있는 재독작가 김현수의 ‘백련’이다. 순백의 대형 연꽃을 형상화 한 작품은 무각사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조형물이다. 매년 석가탄신일을 맞아 경내 곳곳에 설치된 화려한 연등행렬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낼 만큼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무각사에 ‘백련’이 활짝 꽃을 피게 된 데에는 청학스님의 각별한 배려가 있었다. 지난 2020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5·18 40주년 기념전 ‘별이 된 사람들’전에 출품된 김 작가의 ‘백련’을 인상깊게 본 스님이 작가에게 구입의사를 전한 것. 당시 사찰을 리모델링 중이었던 스님은 자동차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던 공간을 없애고 대신 신도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작가 역시 자신의 작품이 사찰에 들어서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미술관이라고 생각해 흔쾌히 받아들였다.
◇‘백련’, ‘반야심경’ 등 컬렉션 다수 소장
‘백련’은 지난 2006년 뮌헨시 빌라슈톡 미술관에서 뮌헨시와 미술관 공동후원을 통해 세상에 빛을 본 작품이다. 이후 미술관, 공공장소, 수도원 등에서 전시가 열렸고 무각사에 영구 전시가 되기까지 7번의 전시회에서 관람객들과 만났다. 특수 코팅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백련’은 지름 5m50㎝, 높이 2m40㎝, 18개 꽃잎으로 이루어진 대형 조형물이다. 18개의 대형 알루미늄판은 하나 하나가 모양이 달라 독일 공장에서 제작할 당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 2024년 부처님 오신날에 첫선을 보인 ‘백련’ 앞에서는 연꽃돌이와 108배 명상도 열렸다. 작품 앞에서 108배를 진행하는 이유는 종교적 의미 등을 떠나 마음을 한번쯤 내려놓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몇분만이라도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 한번 되돌아보자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의 바람이 통했을까. ‘백련’ 주위에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서서히 돌며 사색의 시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무각사 갤러리가 문을 닫았던 휴관기간에도 시민들이 무각사를 찾아 호젓한 시간을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년 만에 돌아온 무각사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시민들에게 다가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 무각사 갤러리 앞에 설치된 재독작가 김현수의 ‘백련’ 조형물. |
하지만 이날은 스님 뿐만 아니라 무각사에게도 특별한 자리였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2년에 걸친 갤러리 등의 시설보수를 마치고 예전의 ‘도심속 문화사찰’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는 9월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의 전시장으로도 변신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문화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내부시설 보수로 오랫동안 도시의 문화쉼터로 사랑을 받아온 무각사 갤러리가 긴 휴식기에 들어가자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처럼 ‘도심 속 사찰’ 무각사는 광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힐링 장소다. 번잡한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늘 ‘그자리’에서 따뜻하게 품을 내준다. 신록이 우거지는 5월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심을 전하려는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광주비엔날레의 파빌리온 전시장으로 관람객들과 만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23년 무각사와 비엔날레는 지역 문화예술 발전 기여, 상호 사업을 위한 전시공간 및 부대행사 공간 대관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하고 비엔날레 기간 동안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사찰이라는 특수성과 빼어난 공간미로 타 지역 관람객들은 물론 비엔날레 참여작가와 외국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 관람객들이 황영성 화백의 추모기획전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 |
무각사 갤러리가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각광받는 데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구조에 있다. 무각사 갤러리는 지난 2021년 기존 북카페와 갤러리를 통합한 리모델링을 통해 3개의 전시관으로 탄생했다. 지하 1층 전시장은 스펙터클한 전시연출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1층 전시장이 일반적인 화이트큐브라면 지하 1층은 내부에 설치된 가벽과 높은 층고가 인상적인 공간이다. 대형 전시장의 ‘스케일’은 회화 작가는 물론 설치작가들에게도 예술적 영감을 선사할 만큼 매력적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유리창 넘어 빽빽하게 늘어선 대나무 숲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무각사가 1년 여 동안 리모델링을 통해 경내의 대나무 숲 풍경을 전시관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새롭게 단장한 공간이다. 창가 앞에는 나무 재질의 긴 탁자가 자리하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차 한잔을 마시며 창밖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전의 북카페가 주로 차를 마시는 사교의 공간이었던 탓에 번잡한 느낌을 주었다면 지금의 전시관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그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무각사의 주지 청학스님이 오래 전부터 ‘공간 재구성’에 공을 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조각가 오채현의 ‘해피 타이거’. |
무각사에 ‘백련’이 활짝 꽃을 피게 된 데에는 청학스님의 각별한 배려가 있었다. 지난 2020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5·18 40주년 기념전 ‘별이 된 사람들’전에 출품된 김 작가의 ‘백련’을 인상깊게 본 스님이 작가에게 구입의사를 전한 것. 당시 사찰을 리모델링 중이었던 스님은 자동차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던 공간을 없애고 대신 신도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작가 역시 자신의 작품이 사찰에 들어서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미술관이라고 생각해 흔쾌히 받아들였다.
![]() 2년간의 내부보수공사를 마치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무각사 갤러리 전경.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
‘백련’은 지난 2006년 뮌헨시 빌라슈톡 미술관에서 뮌헨시와 미술관 공동후원을 통해 세상에 빛을 본 작품이다. 이후 미술관, 공공장소, 수도원 등에서 전시가 열렸고 무각사에 영구 전시가 되기까지 7번의 전시회에서 관람객들과 만났다. 특수 코팅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백련’은 지름 5m50㎝, 높이 2m40㎝, 18개 꽃잎으로 이루어진 대형 조형물이다. 18개의 대형 알루미늄판은 하나 하나가 모양이 달라 독일 공장에서 제작할 당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 2024년 부처님 오신날에 첫선을 보인 ‘백련’ 앞에서는 연꽃돌이와 108배 명상도 열렸다. 작품 앞에서 108배를 진행하는 이유는 종교적 의미 등을 떠나 마음을 한번쯤 내려놓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몇분만이라도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 한번 되돌아보자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의 바람이 통했을까. ‘백련’ 주위에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서서히 돌며 사색의 시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무각사 갤러리가 문을 닫았던 휴관기간에도 시민들이 무각사를 찾아 호젓한 시간을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년 만에 돌아온 무각사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시민들에게 다가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