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배상 대상 확대해 주오”
광주·전남 55명 피해자 인정 못 받아…법 개정안 국회 통과 앞두고 호소
2026년 03월 05일(목) 20:40
정택연(55)씨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아내를 잃은 유족이자, 본인 역시 ‘상세불명의 심낭염’을 진단받았다.

정씨의 딸도 태어나자마자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병원을 오가며 모니터링을 받고 있다. 8세 때 무릎에 물혹이 생겼고, 호흡기 질환과 성조숙증 등 크고 작은 질환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씨는 4등급, 딸은 3등급으로 분류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씨는 “중증피해자들 중에서도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경우도 많다. 피해자들의 등급을 매기고 피해 인정을 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라며 “살균제 제품 특성 상 가족들이 다 같이 쓰고 피해 당사자와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가족들 다수가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 그런 부분을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국가 배상 책임을 지우는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등급 외’ 판정을 받아 피해를 입고도 배상을 받지 못한 광주·전남 피해자들은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배상 대상 확대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4일 광주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은 지난달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이달 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책임 주체를 기존 사업자 중심에서 국가와 사업자 공동책임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배상금도 치료비와 장례비, 일부 생활지원비를 넘어 사고가 없었더라면 벌었을 장래 수입 상실액(일실수입),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에 대해서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2월 기준 광주·전남 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192명(사망 53명)으로, 이 중 55명(사망 21명)은 아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광주·전남 지역 피해자들은 법 개정을 통해 피해 인정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피해를 입고도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폐이식을 받은 김승환(51)씨의 경우 2010년 10월 옥시 제품 사용 후 한 달쯤 지나 기침 증상이 시작됐고, 이후 원인 불상의 폐렴 진단을 받아 2017년 폐이식을 받았다.

김씨는 당시 폐이식 이력과 가습기살균제 구매 영수증을 제출했음에도, ‘4등급’ 판정을 받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2019년 특별법 시행 이후 6등급 체계로 개편되면서 ‘고도 피해’ 등급으로 재분류됐다.

김씨는 “폐이식 거부 반응 등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데 살아있을 때라도 배상을 받으려면 법 개정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 개정 이후로도 보완해야할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 손해배상 신청 기한이 제한된 점, 피해 정도를 구분짓는 ‘등급제’가 완전 폐지되지 않은 점 등 개정 이후로도 해결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기존 법이 최소한의 생존을 지원하는 수준이었다면, 개정안은 피해자가 입은 유·무형의 손실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발굴하고 안내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주은 기자 yu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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