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재정 등 촘촘한 설계…광주·전남 통합 갈등 줄여야”
창원시·청주시 ‘행정통합 백서’ 분석
거대 지자체 탄생에 파열음도 커
화학적 결합 위한 선결 과제 산적
단체장 주 소재지 기싸움 불가피
재정 융합 따른 예산 배분도 중요
기피시설은 ‘주민 공모제’ 활용을
2026년 02월 23일(월) 20:25
(왼쪽부터)광주시청, 전남도청 전경.<광주시, 전남도 제공>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사상 첫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결합이 사실상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통합이 정부의 ‘5극 3특’ 정책으로 탄력을 받고 있으나, 매머드급 지자체의 탄생이 불러올 시행착오와 혼란에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광주일보가 과거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로 행정통합을 이룬 창원시(마산·창원·진해)와 청주시(청주·청원)의 백서를 정밀 분석한 결과, 광주와 전남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 위해 선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폭발력이 큰 뇌관은 통합 특별시의 심장부인 청사 소재지 결정 문제다. 다행히 광주시와 전남도는 기존 광주시청과 무안 남악신도시 도청, 동부청사 등 3곳의 청사를 고루 활용한다는 큰 틀에는 뜻을 모았다.

하지만, 통합단체장이 주로 머물며 핵심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른바 주 소재지를 어디로 정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창원통합사 백서를 보면, 창원시는 통합 준비 과정에서 명칭과 청사 소재지를 두고 별도 공모와 여론조사, 공청회까지 거쳤음에도 갈등 의제로 변질됐다. 단체장의 주 소재지가 한 곳으로 쏠리면 소외된 지역의 상실감이 통합 무용론으로 직결될 위험이 다분하다.

막대한 예산이 합쳐지는 재정 융합 과정의 셈법도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청주·청원 통합백서 발간용역 자료에 따르면, 청주와 청원은 상생 합의안 75개 세부 사업을 정리하면서도 예산 비율 및 기간 등 핵심 쟁점은 추가 협의 대상으로 남겨둬야만 했다. 군민 1인당 예산 규모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청원군민의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창원시 백서 역시 통합준비위가 재정 인센티브 배분 비율을 창원 20%, 마산 40%, 진해 40%로 정했으나 청사 위치에 따라 배분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음이 드러나 반발을 샀고, 정부에서 약속한 재정 인센티브 규모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폭 축소돼 실망감이 커졌다고 명시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연간 7조원, 8조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을 통합할 경우 예산 배분을 둘러싼 파열음이나 정부의 지원 축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도농 복합형 지자체 통합에 따른 주민 기피 시설 집중 배치 우려도 간과할 수 없는 현안이다. 청주·청원 백서는 통합의 단점과 우려 사항으로 혐오시설의 청원 집중 입지를 꼽으며, 대안으로 공정한 입지 선정과 인센티브를 전제로 한 주민 공모제와 같은 장치를 제시했다.

행정 경계가 사라지면 쓰레기 소각장이나 하수 처리 시설, 추모 시설 등 대도시에서 꺼리는 시설들이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전남 외곽 지역으로 무더기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전남도민들에게 현실적인 위협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광주시와 전남도는 사상 초유의 광역 단위 통합이라는 미지의 길을 걷고 있다. 통합선행 지자체들의 시행착오를 참고해 전남광주 통합을 안착시킬 정교한 방어막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광주와 전남이 합의한 청사 3곳 균형 활용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본청의 권한을 적절히 분산하고, 예산 배분과 기피 시설 입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법적 구속력을 갖춘 제도로 촘촘히 설계해 광역 통합의 연착륙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img.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mg.kwangju.co.kr/article.php?aid=1771845900795950277
프린트 시간 : 2026년 02월 24일 00:3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