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 만나는 남도 미술의 화맥과 숨결
수하갤러리 특별기획전 ‘시공동행’전 3월 3일까지
남도화단 거장과 현대 작가 잇는 작품들 한자리에
2026년 02월 16일(월) 17:30
임직순의 펜드로잉 작품(83년작)
오늘의 남도 화단은 선대 거장들로부터 후세대에까지 이어져온 고유한 화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도 미술의 고유한 정신은 그렇게 시공간을 초월해 전승되고 변주돼 오늘에 이르렀다. 시공을 초월한 창조적 계승은 남도미술을 풍성하게 했으며 내일의 화단을 새로운 모습으로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고유의 설 명절을 맞아 남도 미술의 역사적 맥락과 동시대적 흐름을 조망하는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구 동명동 수하갤러리(대표 장하경)는 남도 화단의 거장과 현대 작가를 잇는 특별 기획전 ‘시공동행’(時空同行)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3월 3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의재 허백련부터 현대 중견까지 아우르고 있어 남도 미술의 역사적 배경과 흐름 등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공동행’(時空同行)이라는 의미는 고유의 명절 설의 의미와 연계해 톺아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번 기획전은 수하갤러리가 오랜 기간 수집해 온 소장품 가운데 남도 화단의 기틀을 세운 선대 거장들의 미공개 작품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배동신 화백의 30세 무렵의 자화상
전시에서 만나는 박광진 화백(1902~미상)의 작품은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 서양화단의 선구적 인물로 평가받는 박 화백은 1928년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당대 근대 서양화의 기법을 우리나라 서양화단에 이식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사료적 가치 외에도 예술적 감수성이 태동하던 시기의 숨결을 담고 있어 당대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일본 국립도쿄예술대학(구 도쿄미술학교)에 그의 자화상이 보관돼 있지만, 국내에 유작으로 남아있는 작품으로는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이 유일하다.

박광진 화백의 작품
목포 유달산과 천주교회를 그린 남도의 풍경화도 주목할 만하다. 박광진은 1937년 우리나라 최초 미술교육기관인 조선미술원에서 의재 허백련과 함께 지도교사로 활동했다. 진도 출신의 의재 허백련과 개성 출신의 박광진은 각각 동양화부와 서양화부의 지도교사로 임명돼 우리 미술의 미래를 함께 일궜다.

의재의 산수화 작품
서양화가였던 박 화백은 우리 고유의 필묵에도 깊은 애정을 가져, 1942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서양화가 수묵화전’을 개최할 만큼 동서양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89년 전 두 거장이 나누었던 예술적 교감과 ‘동행’의 가치가 이번 전시를 통해 고스란히 재현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박광진 자화상(1928년 작품)
이번 전시는 라인업에 있어서도 화려하다. 남도 문인화의 거목 의재 허백련(1891-1977)을 필두로 소암 현중화(1907-1997), 배동신(1920-2008), 임직순(1921-1996), 아산 조방원(1926-2014) 등 지역 미술사의 굵직한 족적을 남긴 마스터들의 작품이 한데 모였다.

조선미술원 앞에서 사진 찍는 화가들 (1937년). <수하갤러리 제공>
이러한 선대 거장들의 화맥은 김대원, 진원장, 최영훈 등 현재 남도 화단을 이끌고 있는 중견·중추 작가들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나란히 배치해 남도 미술의 고유한 정신이 시공간을 초월해 어떻게 계승되고 변주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장하경 대표는 “이번 특별기획전은 남도 거장들의 명작들을 매개로 남도 미술 나아가 우리 미술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며 “우리의 명절인 설을 맞아 오늘의 남도 화단이 있기까지의 고유한 화맥과 그 숨결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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